어제 옆 팀 팀장님과 같이 저녁을 먹으며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눴다. 개인적인 주제도 있지만 결국 늘 돌아오는 것은 회사, 일 얘기일 수 밖에 없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부하직원에 대한 이야기.
어제의 핫한 주제 중 하나는 주간 단위 보고서에 대한 불만족스러움.
같이 일하는 동료직원들의 리포팅 내용이 너무 허술하다는 것이다. 허술.. 이라는 표현이 조금 애매하긴 한데, 풀어서 말하면 상사에게 보고되는 내용과 체계가 뭔가 부족하다는 말이 더 맞겠다. 그들이 적어 온 내용을 정리하여 다시 윗선에 보고해야 하는 팀장 입장에서 난처한 점이 많다는 공감대에 이르렀다. 나의 질문은 이랬다.
'왜 자신의 보고 내용을 이렇게 밖에 못(안)쓰지?'
오늘 이 질문을 다시 생각해 본다. 꼭 주간 업무 리포트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에도 자료 작성이 필요한 것이 있었다. 예전 같으면 내가 간단히 처리할 수 있음에도 일부러 작성을 요청했다. 언제까지 내가 할 수도 없는 일이고, 일하는 방법을 배우게 만들 필요도 있기 때문이다. 3명에게 부탁했더니 3인 3색이다. 양식에 정확히 부합해서 오는 사람, 양식에 맞추긴 했는데 뭔가 빠뜨린 사람, 아예 이메일에만 급하게 회신하는 사람. 양식이란 하나의 약속이다. 지키지도 않을 양식이라면 그렇게 만들 필요가 없다. 그런데 왜 그걸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까? 물론 형식보단 내용과 실질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지만 최소한의 약속은 지킬 필요가 있다. 이 질문은 맨 처음의 그것, '왜 자신의 보고 내용을 이렇게만..'과도 닿아있다. 결국 내가 제출한 보고서, 주간 리포팅, 요청 사항의 고객(소비자)이 누구인지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그러니 내가 하고 싶은 말만 써서 보낼 수 밖에 없다.
나의 경우 소장에게 보고를 해야한다. 소장 입장에서 우리 부서의 어떤 내용을 궁금해 할까.. 를 생각하면 보고의 내용이 무엇인지 다시 고민하게 된다. 왜 쓰는지, 누가 보는지만 깨달으면 어떻게, 무엇을 써야할지는 자연스럽게 결정된다.
옆 팀장님은 언젠가 글에서 본 내용을 머릿 속에 담아두고 있으니 팀원에 대한 기대를 좀 낮출 수 있었다고 한다. 그 글의 내용인즉슨, 어차피 내 기대에 부응하는 부하직원의 피드백은 5% 정도 밖에 안되니, 마음을 내려놓으라는 것이란다. 실제로 그 결과 마음이 좀 편안해 지셨다고. 어째, 좀 서글프지 않은가? 그 팀장님은 언젠가 원하는 수준의 주간 보고를 받을 수 있게 되면 그 비결을 꼭 좀 알려달라고 부탁했다.
글쎄, 그 비결 나도 궁금하다. 그래서 내 태도를 변화시켜야 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언젠가는 알겠지, 보고 배우겠지 생각했는데 요즘 드는 생각은 그게 아닌 것 같다. 그들의 마인드셋에 변화를 주려면 어떤 방식이 가장 적합할지 고민을 해봐야 겠다. 그래도 안되면 하나하나 가르치는 수 밖에 (이렇게 꼰대가 되는 걸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