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미래, 인간다움에 대한 고민의 시대.

로봇시대, 인간의 일 서평

by nay

올 해의 첫 책을 무엇으로 할까 고민했다. 뭔가 의미 있는 서적으로 시작해야 잘 풀릴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이런 저런 책을 놓고 고민하다가, '로봇 시대, 인간의 일' (구본권 저)을 골랐다. 작년 알파고 이슈 때 읽었던 인공지능과 딥러닝 이후 다시 보는 인공지능 관련 이야기다. 4차 산업혁명이란 말을 자주 듣게 되고, 회사에서 요약본으로 알려준 The Seventh Sense 등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이 책이야!로 꽂혔다.


'인공지능과 딥러닝'은 제목 그대로 인공지능, 딥러닝, 머신러닝 등이 어떤 개념을 가진 기술인지를 알려준다. '로봇 시대, 인간의 일'은 로봇 시대가 되면 인간은 어떤 상황에 처하게 되고, 인간의 직업이란 어떻게 될지 논하고 있다. 처음엔 단순히 기계로 인해 사람의 직업, 일이 사라지는 부분을 다루었다. 뒤로 갈수록 인공지능과 로봇 시대에 나에게 맞는 일은 무엇일까를 알고자 했던 나의 의도와는 다른 전개를 보인다. 근본적으로 '대체 인간이란 무엇인지'를 고민하게 만든다.


무인자동차 시대가 서서히 열리고 있는 이 때, 과연 인간의 운전이란 것이 필요할까? 운전자가 필요 없는 세상이 만들어질 수 있다. 아마 대부분의 경우, 그렇게 될 것이다. 사람은 운전을 기계에게 맡기고 차 안에서 편하게 쉬면서 이동하게 된다. 나는 무인 운전이 고령화 시대를 맞아 상대적으로 돌발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노인들에게 매우 좋은 솔루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문제는 운전사라는 직업이 사라질 염려와는 별개로 사고가 날 상황에서 기계는 어떤 윤리적 판단을 할 것인가라는 전혀 생각지 못한 질문을 던진다. 사고를 피할 수는 상황을 가정해보자. 한쪽으로 가면 5명이, 반대쪽으로 가면 1명이 희생될 경우 기계에게 어떤 알고리즘을 입력해야 할까? 5명? 1명? 아니면 운전자를 포함한 차량 탑승자들의 희생? 더 깊이 들어가면 윤리적 판단, 가치 판단을 알고리즘으로 판정하게 하는 것이 맞느냐는 근원적 물음에 이르게 된다.

여기엔 다음과 같은 전제가 있다. 사람은 실수할 수 있지만 기계는 실수하면 안된다. 기계에게 실수할 여지를 주고 개발하는 경우는 없다.


인공지능의 발전이 눈부시게 놀랍지만 여전히 인간의 지능과는 다르다. 인간의 뇌는 오랜 기간 동안 진화해 왔다. 생존, 환경에의 적응, 낯선 상황에서의 돌파 등을 통해 단순히 연산만을 위한 기능이 아니라 인간 그 자체를 설명하는 존재로 봐야할 것이다. 저자는 역설적이게도 사람이 사람다울 수 있는 건 바로 불확실함과 완벽하지 않음에 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런 불확실함은 인간만이 가진 호기심이라는 특징에서 온다. 입력된 정보를 통해 논리적 판단을 하고 출력 정보를 내는 기계의 정확함은 따라갈 수 없을 것이다 (현재 인공지능은 블랙박스 속에서 답을 추출해 내는 것이다. 답은 정확할 수 있어도 왜 그런지에 대한 이해가 필요없다. 이것이 현재 인간의 지능과 가장 큰 차이일 것이다). 하지만 입력 정보 자체를 의심한다거나, 결과로 나온 값에서 인사이트를 얻는 등의 행위는 현재 기술에선 불가능하다.IBM 왓슨이 퀴즈 대회에서 우승했을 때 스스로 기뻐하지는 못했다는 사실이 강력하게 와닿았다. 설사 감정을 가진 것처럼 보일 수는 있어도 그런 감정의 표현 역시 인간이 제시해 준 프로토콜에 따라 나오는 반응일 뿐이다.



아침에 라디오를 듣다보니 인공지능이 신문기사를 쓰고, 의학계에서 암 진단 등에 정확도가 점점 높아지는 등 활약이 늘어나고 있다 한다. 점점 기계에 의존하는 일이 많아질 것이다. 최근 비즈니스 메일을 쓰면서 번역사이트를 이용했다. 조금만 다듬으니 아주 매끄러운 문장이 나와서 감탄했다. 인공지능과 로봇으로 인해 인류의 삶에 여가 시간이 늘고 더 편리해질 것은 명백하다. 그럴수록 인간다움에 대한 사유와 인간의 가치, 일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많아질 것이다. 또한 인간을 이기는 기계에 대한 감탄을 넘어서 같이 공존하게 될 로봇에 대한 이해와 공부가 필요할 것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성장하는 직장인이 되고 싶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