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사건 하나.
타 팀 품의가 나에게 참조 되었다. 내용을 살펴보니 특허 개발에 관한 것인데 개발자가 그 팀 사람 혼자만 되어 있는 것이다. 분명 해당 업무에 대해 우리 팀 사람이 참여해서 기여를 했는데 어째서 개발자는 단독으로 했단 말인가. 마침 우리 팀 담당은 회의에 들어가 있는 터라 확인을 못하고 상대 팀장에게 바로 문의 메일을 보냈다. 나름 정중한 어투를 빌었지만 사실은 공격적인 내용의 문의. 왜 우리 팀 담당이 개발자에서 빠진 건가요?
답이 한참 없다. 그래.. 너도 미안한 마음이라 그런 거겠지 하는 마음까지 들었다.
한 참 뒤 회신이 왔다. 우리 팀 담당도 기여자에 넣었는데 대체 무슨 소리냐, 내가 너무 예민한 거 아니냐는 내용도 함께 말이다.
당황스러워 다시 살펴보니 아뿔싸.. 개발자가 아니라 출원인에 우리 회사가 언급된 것일 뿐, 정작 개발자들에 대한 정보는 어디에도 없었던 것이다. 제대로 내용을 파악하지도 않고 담당자도 없는 상황에서 급한 마음에 메일을 보낸 것이 나의 큰 실수였다.
바로 죄송하다는 내용의 사과 회신을 보냈다.
일이 가지고 있는 그 자체의 성격(핵심 과제냐, 일상적인 업무냐, 누군가 해야할 의무적인 일이냐 등)이 일을 대할 때 나의 태도를 다르게 만든다. 모든 일을 같은 중요도로 처리하기 어려운 까닭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있다. 같은 일이라도 누구와 함께 하느냐가 일의 성패를 좌우할 수도 있다. 일의 성격을 규정 짓는 축이 또 하나 있다면 사람들의 관계일 것이다. 그것을 '궁합 (chemistry)'이라 부르기도 한다. 조직 안에서 어떤 성과든지 단독으로 낼 수는 없다. 항상 내 팀의 동료 또는 타 팀의 동료와 함께 한다. 그러다보니 나와 일을 함께하는 파트너와 궁합이 얼마나 잘 맞는지 중요하다.
궁합이 잘 맞고 안 맞고를 결정하는 것은 무엇일까. 사람에 따라 기준이 다르겠지만 나는 어떤 일을 대하는 태도, 업무를 처리하는 (사고)방식에 많이 의존한다. 예를 들어 성과 중심으로 일을 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과정 중심으로 업무를 대하는 사람이 있다. 구성원들을 잘 다독여 가며 끌고 가는 리더도 있고 나를 따르라 식의 장군형 리더도 있다.
그러다보니 이해관계가 엮인 사이에도 매끄럽게 문제가 해결되는 경우가 있기도 하고, 괜히 주는 것 없이 같이 하기 싫은, 잘 안맞는 동료도 있다. 고백하자면 위 팀장과 나의 궁합 점수를 따지면 나쁜 편인게다 (이것은 다분히 내 관점의 점수). 마침 해당 특허에 대해 우리 팀 담당이 예전에 고충을 토로한 것이 머릿 속에 남아 있던 상황에 아침부터 이런 메일을 보니 순간적으로 감정이 폭발하였다. 그 결과는? 위에서 보다시피 좋지 않다. 메일을 받은 당사자도 당연히 마찬가지였겠고 허술하게 초기에 대응한 나도 엉망이 되었다.
오늘 하루는 이렇게 망.했.다.
일을 하다보면 욱할 때가 있다. 내 뜻에 맞지 않아서, 올바른 방향이 아니라고 생각 되어서, 누군가의 욕심만을 채우는 일 같아서.. 여러가지 상황들이 있다. 마음이 요동치고 뜨거운 것이 막 끓어 오르려고 할 때 진정하자. 앞뒤 상황 잘 보고 즉대응 하고 싶은 마음, 맞받아 치고 싶은 충동을 한 번만 누그러 뜨리면 더 현명한 해결책이 보인다. 오늘 일처럼 애초에 문제가 될 소지도 없는 일을 긁어 부스럼 만들 일도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