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1.
최근 유명 기업에 입사를 한 K는 연수 과정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부서에 발령 받았다. 연수 이후에 부서 OJT를 한달 간 끝내니 부사장님이 신입사원들과 함께 회식을 하자고 한다. 신입사원들이 모여 어디에서 회식을 할까 논의를 했다. 그들의 의견은 자연스럽게 근처에 있는 괜찮은 패밀리 레스토랑으로 결정 되었다. 간만에 스테이크에 맥주 한 잔 할 생각을 하니 기분이 좋아졌다.
옆에 있던 선배가 K에게 물었다.
"오늘 회식 있다면서요? 좋겠네~"
"네. 부사장님이랑 회식은 처음이라 긴장되네요"
"처음엔 다 그렇지. 그래, 어디서 먹을 거에요?"
"OOO 패밀리 레스토랑이요"
"헐.. 정신이 있는거에요? 부사장님은 그런데 안좋아 하신다고. 신입사원들 아직 뭘 잘 모르네. 그 분은 고기 굽고 소주 마시는 걸 좋아하시지. 빨리 다른데 알아봐요"
"헉.. 그런가요? 저희 보고 결정하라고 하셨다던데"
"으이그. 이러니 아직 신입이지"
에피소드 2.
상무님이 각 팀별로 미팅을 하자고 하셨다. 미팅은 오후에 해서 저녁 식사로도 연결되는 코스였다. 팀에서 해마다 돌아가며 일을 맡는 총무역할의 사원 Y는 요 며칠 안절부절이다. 그 모습을 본 동료 K가 물었다.
"왜 그래요 Y씨? 걱정이라도 있어요?"
"상무님이랑 미팅하고 저녁 식사를 어디서 하는게 좋을지 몰라서요"
"음.. Y씨가 먹고 싶은 건 없어요?"
"저야 있지만.. 상무님이 어떤 걸 선호하시는지 잘 모르다보니.."
"OO팀 팀장님이 상무님 취향을 잘 알지. 그 사람한테 물어봐요"
"이미 물어봤는데 특별히 메뉴를 지정해 주지는 않던데요"
"저번에 보니 치맥 좋아하시던데"
"그럼 그리로 갈까요?"
살다보면 호불호가 생기기 마련이다. 회식 자리도 예외는 아니다. 어떤 사람은 소주를, 어떤 사람은 맥주를, 또는 소맥을 즐긴다. 에피소드1에서 패밀리 레스토랑을 선정한 신입사원의 문제일까? 부사장님이 이번 회식은 본인 취향을 뒤로 하고 까마득한 후배들의 취향을 받아줄 수는 없었을까? 상사가 좋아하는 것을 존중해 주는 것도 필요하다. 그런데 회식은 한 사람의 취향 고백을 듣는 자리가 아니다.
이 현상은 회식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래서 회식은 업무의 연장인가보다). 나 보다 높은 자리의 사람이 뭘 좋아하는지, 어떤 표현을 선호하는지, 어떤 사업 아이템에 관심 있는지 살핀다. 그리고 그걸 제시한다. 이것을 전략적으로 이용하라는 처세론도 있다. 내 의견을 관철하고 싶다면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상사의 눈에 들 것을 제시해라. 맞는 말이다.
우리 회사는 열정 있는 신입사원을 모집합니다.
우리는 늘 열려있는 자세와 마음가짐으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환영합니다.
누구나 평등한 문화를 통해 자유로운 의견을 내고 귀 담아 듣습니다.
실패를 오히려 장려합니다. 실패 없는 성공이란 없으니까요.
겉으로 자랑하는 회사의 문화와 가치는 대부분 비슷하다. 문제는 실천이다. 그리고 실제 상황이다.
누구나 자기 의견을 낼 수는 있지만 답은 이미 결정되어 있다면 누가 자기 생각을 말할까.
신입들의 좌절은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갈수록 답을 가진 선배와 상사의 마음에 맞는 아이디어를 개진한다. 실패는 최소화 하려고 한다. 회사의 문화는 그런 식으로 견고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