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행성 B-612 옆에 붙은 B-613 마을
"나는 나를 사랑한다. 그래서 나는 자유롭다."
"삶은 결코 쉽지 않아, 우리는 항상 최선을 다해야 해."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그것이 어딘가에 우물을 감추고 있기 때문이야."
어린왕자를 읽어보면 자신을 깨게 하는 글들이 즐비하다.
젊어 보이고 이뻐지려면 몸에는 비싸고 기능이 담긴 화장품이 필요하지만, 마음이 이쁘고 젊어지려면 여러 번 읽어 해진 몇 권의 책이 아닐까. 옆구리에 낀 해진 어린왕자 책 정도도 인정.
빚쟁이가 빚꾸러기를 몰아 새우듯 꽃샘추위가 찾아온 날, 봄비는 왜 저리도 서럽게 내릴까.
2년 차 간호사 딸이 힘들어한다. 면역력도 떨어졌는지 몸 전체에 피부 트러블도 생겼다.
딸을 근무하는 병원까지 태워 주는데, 차창으로 바라보는 내 모습이 꽃샘 봄비 같다.
오늘은 소행성 B612에서 어린왕자와 함께 석양을 44번이나 본 날이다.
얼떨결에 어릴 때 살았던 감천으로 향했다. 어린왕자 이웃이 되고 싶어 붙인 소행성 B613 마을.
지금은 감천문화마을이라고 불리어 많은 관광객이 찾고, 한국의 마추픽추라고 불린다지.
어린왕자가 친구 여우와 잠시 머물며 감천만(대포만)을 바라보는 조형물이,
사진 핫플레이스가 된 마을에 흰머리 어린왕자가 되어 컴백했다.
<흰머리 어린왕자 COME BACK 하다>
마을 거리가 꽃샘 봄비로 서럽게 울고 있었다.
김이 모락모락 어묵탕, 라면 가게가 안식처 되는 대낮
네 바퀴가 구르는 대로 무작정 달려온 곳
언제인가부터 감천문화마을이라고 불리지만
모지리 추억들이 가난과 함께 다닥다닥 붙어살다 떠나간 마을에
소행성 B612 주인 어린왕자와 여우가 찾아와
감천대포만 바다를 바라보며 잠시 앉아 쉬고 있었다.
우비 입은 이방인들이 기념품가게 60촉 LED 전등에 올망졸망하다
가난한 자들은 떠나가거나, 하늘에 별 되어 올라간 마을에
이제는 점령군처럼 깃발 꽂은 프론티어 상인들이 주인 된 거리
월 임대료가 200만 원이 훨씬 넘으니 팔고 떠난 나의 오른팔 왼팔들아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아.
한국의 마추픽추라 불린다지 이 마을이
가난의 무게에 짓눌려 마른버짐이 층층이 쌓여 높아진 골고다언덕
소행성 B612에 따닥 붙여 이웃 만든 소행성 B613 마을.
라면 1개에 국수 한 다발을 섞은 세 끼니를 감사해 했던 가난이,
피댓줄 선자국이 등짝 어깨에 타투된 노동이,
국민학교, 중학교만 다니고 돈 벌러 방방곡곡으로 흩어졌던 친구들이,
개똥같이 싸놓은 추억이 구든살처럼 화석 된 소행성 B613 마을
얼떨결에 중년의 흰머리 어린 왕자가 되어 컴백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