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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먹고 이별하자

늦봄, 우리 엄마

by 대우

<Poem_Story>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 늦은 봄,

해운대 달맞이길 눈부신 벚꽃도 시간에 밀려,

옛 가수 '김만수'의 노래 가사처럼 하늘과 땅 사이 꽃비로 내렸고,

연일 내리는 봄비에 걸친 실루엣 마저 벗어버렸지.


"엄마, 시간 내 달맞이길 벚꽃 구경 가자."

"얘야! 벚꽃은 집 주변이나 뒷 산에도 지천으로 폈는데, 너 바쁜데 괜찮아...",

그 쉽고 흔한 약속도 바쁘다는 핑계로 지키지 못하더니,


"엄마, 벚꽃 구경은 내년에 가고 곧 해운대모래축제도 있고, 송림공원에 수국이 알록달록 이쁘게 펴, 구경하고 근처에 있는 식당 가서 맛있는 밥이라도 먹자." ,


엄마가 하늘나라로 떠났을 때, 입발린 그 약속도 하늘나라로 동행했지.


늦은 봄 해운대 해변이나 동백섬을 걷게 되면, 구경하고 놀다가 맛있는 밥이라도 함께 먹고 즐기지 못한 엄마와, 그 계절과의 이별이 사무치고 그리워지는 건 그리움일까, 상실감일까.





<밥 먹고 이별하자>


달맞이길 벚꽃 지고 송림공원 수국 피면

해운대 늦은 봄아,

밥이나 먹고 이별하자.


백사장 고운 모래 쌀베기에 듬뿍 담아

해운대 에메랄드빛 바닷물 넣고

자전과 공전으로 일렁 일렁 씻어

동백섬 뜬 해로 밥 짓고 뜸 들이면

지구 밥상아 해운대 냄새 진동하니

슬픈 늦봄도 서글픈 식욕 돋지.


위도와 경도에 홀로 선 계절아

내년에 볼 수 있게 풍족히 먹고 가자

해운대를 넣어 지은 밥

엄마 마음으로 지은 밥

밥이나 먹고 이별하자

울 엄마, 늦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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