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욱, 김동길 님은 안타깝게도 영면하셨고, 김형석 교수님은 아직도 정정하게 건강한 모습으로 강연도 하시고, 책도 발간하시는 모습은머뭇거리는 중년에 가끔 호기심을 불어넣는 훈훈한 봄바람이다.
며칠 전 초등학교 동창들이 모인 '천마산문학회'에서, 핫(hot) 했던 조남주 작가의 "82년생 김지영"이란 책을 구입하러 해운대 센텀에 있는 서점을 돌아보던 중, 스테디셀러 구역에 김형석 교수님의 얼굴이 보이는 "백 년을 살아보니"란 철학 에세이 책 표지에, 짤막하지만 우주를 담을 정도의 함축적인 말이 눈에 띄었고, 기억력을 짜내지 않더라도 저절로 뇌리(腦裏)속에 확 박혀 버렸다.
"사랑이 있는 고생이 행복이었네"
아메리카노 한잔을 들고 테이블에 앉아 교수님의 책이 사고 싶을 정도로만 읽어 내려갔다.
전부 읽어버리면 구입하기 싫어지니까.
교수님의 100세 넘는 연세만큼 익어서 숙성된 강된장처럼, 갓 지은 뜨겁고 찰진 흰쌀밥에 그 강된장을 넣어 비벼 먹는 맛이지.
교수님은 100세가 넘으셔도 건강하신 것은, 강의하시고 책도 내시는 그 열정과 움직임 때문이리라.
내 나이 60이 된 것이 뭣이라고?.
교수님은 나이가 드는 만큼 배워야 한다는 것을, 배우는 것은 성장하는 것이고, 성장함은 끝이 아닌 언제나 출발점임을 말씀하시는 것 같다.
오늘은 술자리에서 왕년에 내가...인데... 등등은 낡은 지갑 속에 넣어버리고, 중년은 막 걸음마를 뗀 아기와 같음을 깨닫고, 아직 팔팔한 신체와 치매에 걸리지 않은 머리가 있기에, 다시금 시작하는 하루하루가 소중함을 느끼는 중년이 되기로 하자.
집행관으로 개업한 후 모자랐던 민법, 민사집행법 등을 공부하고, 집행현장인 필드에서는 직원과 함께 쉽고도 어려운 집행 실무를 수행하고, 채권자든 채무자든 함께 부딪치고 해결하는 일이 서툴지만 흥미를 가지려 노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