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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우 May 15. 2023

배우고 여행하고 섹스하고 싶은 중년

집행관놈 집행관님


30여 년 근무했던 검찰공무원을 명예퇴직하고, 법원 집행관으로 민사집행업무를 배워가며 열정적으로 근무하다 돌아보니 어느새 60대로 턱걸이해 있네.


위키백과는 중년을 이렇게 정의한다.  

인간의 인생에서 노년과 장년의 사이라고.


옥스퍼드 영어사전은 성인기 전반부터 노인 사이의 생애로,

약 45에서 65세 사이라고 정의한다.

심리학자들도 중년을 40부터 65세까지로 규정한다.


결국 이즈음 난 중년 중에도 상 중년이다 ㅎㅎ.


문득,

올해 100세가 넘으신 김형석 교수님을 생각한다.

철학이 무엇인지, 삶이 무엇인지, 자라투스트라를 내뱉으며 진지한 척했을 때,

교수님과 한국의 유명한 철학자라고 할 수 있는 안병욱, 김동길 교수님의 책을 접한 후,

그 의미를 생각하기보다 주옥같은 말들만 노트에 적어,

적재적소에 인용하거나 연애편지 쓸 때 똑똑하고 지적인 척 써내려 갔던,

그 시대 가장 나종 지닌 무기였었지.


안병욱, 김동길 님은 안타깝게도 영면하셨고, 김형석 교수님은 아직도 정정하게 건강한 모습으로 강연도 하시고, 책도 발간하시는 모습은 머뭇거리는 중년에 가끔 호기심을 불어넣는 훈훈한 봄바람이다.

  

며칠 전 초등학교 동창들이 모인 '천마산문학회'에서, 핫(hot) 했던 조남주 작가의 "82년생 김지영"이란 책을 구입하러 해운대 센텀에 있는 서점을 돌아보던 중, 스테디셀러 구역에 김형석 교수님의 얼굴이 보이는 "백 년을 살아보니"란 철학 에세이 책 표지에, 짤막하지만 우주를 담을 정도의 함축적인 말이 눈에 띄었고, 기억력을  짜내지 않더라도 저절로 뇌리(腦裏) 속에 확 박혀 버렸다.


"사랑이 있는 고생이 행복이었네" 



아메리카노 한잔을 들고 테이블에 앉아 교수님의 책이 사고 싶을 정도로만 읽어 내려갔다.

전부 읽어버리면 구입하기 싫어지니까.

수님의 100세 넘는 연세만큼 익어서 숙성된 강된장처럼, 갓 지은 뜨겁고 찰진 흰쌀밥에 그 강된장을 넣어 비벼 먹는 맛이지.

교수님은 100세가 넘으셔도 건강하신 것은, 강의하시고 책도 내시는 그 열정과 움직임 때문이리라.


내 나이 60이 된 것이 뭣이라고?.  

교수님은 나이가 드는 만큼 배워야 한다는 것을, 배우는 것은 성장하는 것이고, 성장함은 끝이 아닌 언제나 출발점임을 말씀하시는 것 같다.


오늘은 술자리에서 왕년에 내가...인데... 등등은 낡은 지갑 속에 넣어버리고, 중년은 막 걸음마를 뗀 아기와 같음을 깨닫고, 아직 팔팔한 신체와 치매에 걸리지 않은 머리가 있기에, 다시금 시작하는 하루하루가 소중함을 느끼는 중년이 되기로 하자.


집행관으로 개업한 후 모자랐던 민법, 민사집행법 등을 공부하고, 집행 현장인 필드에서는 직원과 함께 쉽고도 어려운 집행 실무를 수행하고, 채권자든 채무자든 함께 부딪치고 해결하는 일이 서툴지만 흥미를 가지려 노력한다.

김형석 교수님처럼 열정적이고 싶다.  


공부도 하고 싶고, 여행도 가고 싶고, 사랑하는 사람과 섹스도 하고 싶은 중년이다. 

파이팅!!!  내 중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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