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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우 Apr 01. 2024

첫 만남... 송정에서 해운대까지

수박시

<Poem_story >


광안리 민락수변로에 서 있는 벚꽃나무는,

윤회(輪回)에 숨었다가 이맘때에 나타나는 기쁨조다.

햇살 좋을 땐 하얀 핑크빛 웃음으로 오고, 비 오는 날엔 짙은 채색 맛 나는 목장우유로 온다.

벚꽃이 필 때면 들판 이불속에 숨었던 쑥과 냉이도 오고, 곁을 스치는 인연도 밝고 이쁘게 왔다.

사소하고 소소하게 오는 주변이 늘 감사하다.

그래서 이쁜 거리를 걷는 시간은 꿀 같다. 그런 거리를 찾는 나는 꿀벌쯤 될까.


걷다 보니 어느새 해운대 달맞이길이다. 다리가 아프다.

만개한 벚꽃나무속 벤치에 앉아 텀블러에 담아 온 마법의 검은 물을 먹는다. 

카페인이 듬뿍 담긴 검은 물... 산티아고 외딴 순례길 두레박 물...

라디오 음악방송에선 싱어 신지훈이 부르는 "사랑은 봄비처럼... 이별은 겨울비처럼"이 벚꽃처럼 날리니, 

추억도 젊은 시절로 스펀지처럼 빨려간다.


벤치는 나만의 것이 아니었다. 옆자리에 둘 사이가 연인인 듯 연인 아닌 어색한 연인이 보인다.

주고받는 말투, 겸연쩍은 웃음, 때론 1분 이상 말이 없이 쪼끔은 서먹한 사이 같다.

언뜻언뜻 들리는 호기심이 알아낸 정보는 오늘 첫 소개팅으로 만났고, 송정에서 미포까지 폐철로를 걸었고, 텀블러에 담아 온 따뜻한 아메리카 한잔 겸손하게 나누는 것을 보니 서로가 싫은 눈치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부터 만난 지 1일이 될 것 같은 연륜의 감(感)이 도진다.


몇 년 전 승진시험에 합격할 것임을 맞춘 용한 점집 도령처럼 첫 데이트의 감이 온다.






<소개팅 첫 만남... 송정에서 해운대까지>     


어떡해요 우리

처음 만나 긴장하다 어둠까지 내렸네요.     

송정에서 해운대까지 폐철로(廢鐵路) 따라

끝별 해왕성님 푸르게 길 밝히고

바다 내음 풍성히 살결에 부대끼니

시간마저 잠자는 듯 함께 걸었네요.

해운대에서 송정까지 걷는 길 무슨 말이 필요해요      

텀블러에 녹여둔 따뜻한 아메리카노 건네니  

서툰 감정 반쯤 밀물로 들고

서먹함 반쯤 썰물로 빠지니

여리게 익어가는 우리 사이 덩그러니 남았네요.     

헤어짐도 설레니 우리 또 볼래요

사랑은 시간의 제약(制約)이 될 수 없으니

첫 만남 오늘부터 안녕 1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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