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한참 지나고 나서야 이해가 되는 순간이 있다.
혹은 문장이 될 수도.
나한테도 하나 있는데 그 문장을 이해하기까지 무려 3년의 세월이 걸렸다.
알려지지 않은 언어로 쓰여진 문장도 아니었는데.
애매한 사이였다.
연락은 끊기지 않고 이어지는데, 몇 번의 술을 마시기도 했는데.
분명히 일상을 공유하는데.
서로의 연락처도 모르고, 여전히 나에게 돌아오는 건 존댓말이었던 때.
"누나, 우리 연락 그만할까요?!"
세상에, 사회적으로 반드시 우리의 관계를 정의해야만 한다면 아무래도 [썸]이라고 정의하는 것이 보다 정확할텐데 도대체 21세기 대한민국의 어느 사람들이 썸을 깰 때 저런 솔직한 문장을 쓰나?
라는 문장을 속으로 삼킨채 나는 "그게 느낌표가 붙어서 동의를 구해야 하는 말이야?"라고 물었다.
그 때 돌아온 답변은 "그러게요, 누가 내 일상에 들어오는 게 무서워요."였다.
이해하지 못했다.
애시당초 모든 걸 버려가면서 연애를 하는 타입이 아니었고, 서로의 시간을 존중하는 것이 기본이라고 생각하는 걸 누구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이 이런 말을 한다고? 내가 집착형이 아니라 자유방임주의를 지지하는 방목형이라는 건 알텐데?
헤어지는 순간까지도 저 문장을 이해하지를 못했고, 사실 헤어지고 나서도 저 친구의 이야기가 술자리에 올라올 때면 친구들에게 저게 대체 무슨 뜻인지 알겠냐고 물어봐야만 했다.
끼리끼리 논다고, 다들 이해하지 못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저 문장을 이해한 것은 얼마 되지 않은 일이고, 이해를 하자마자 무심하게 대답한 내가 떠올라 문득 사과가 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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