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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영 Apr 23. 2024

내가 타로를 보지 않는 이유

지금은 유튜브로도 타로를 볼 수 있고, 전화로도 타로나 신점을 볼 수 있어서 이른바 점집에 대한 지역의 구분이 무의미해진 것 같지만 내가 20살이던 무렵만 해도 동네에 이름난 타로집이란 것들이 있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유명했던 건 집 근처 번화가 지하에 있는 OO타로라는 곳.


이 곳으로 말할 것 같으면 교복을 입고 다니던 시절부터 꽤 유명했는데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지만 다녀오셨던 선생님이 자꾸만 조는 아이들을 깨우기 위한 수단으로 이야기해주셨던 것 같기도 하고.


다른 말은 기가 막히게 안 들으면서 또 이런 말은 기가 막히게 듣는 아이들은 20살이 되고 대학생이 되어 과CC의 위기 앞에 놓이자마자 너도나도 할 것 없이 그 OO타로를 찾아가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지금도 계시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OO타로 아주머니는 굉장히 용하셔서 전설처럼 여러 이야기들이 동창들 사이에 떠돌았는데 누가 헤어진 이유를 정확히 맞추고, 시기까지 맞췄다더라~ 라는 식이었다.


그렇게 20살의 끝자락을 마주했던 겨울, 혼자서 몰래 그 타로집에 갔다.

20살이 금전운을 볼 것도 아니니 당연히 연애운, 당시 괜찮게 생각하던 선배도 있었겠다, 겸사겸사 물으러 갔었는데 어째서 펼친 카드는 전부 책만 나오는걸까.


한참을 뚫어지게 쳐다보던 타로 아주머니는 지금은 연애를 할 때가 아니며, 공부를 하는 것이 낫겠다라고 이야기했다. 으레 다른 분들이 그렇듯이 사주도 제법 볼 줄 아셨던 그 분은 내가 괜찮게 생각한다는 선배의 생년월일을 물어보시더니 어차피 만나봤자 여름이 될 무렵에 헤어질 것이니 다시 한 번 공부를 하라고 당부했다.


그래서 그 말을 들었느냐 하면, 귓등으로도 안 들었다. 결국 나는 과CC를 했고, 타로 아주머니의 말처럼 여름 무렵에 헤어졌으며, 그 해의 학점은 시원하게 말아먹어서 남은 2년 복수 전공을 하면서 복구해야했다.


그 이후로 나는 타로를 보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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