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라이팅? 그냥 내 생각?
가스라이팅
타인의 심리나 상황을 교묘하게 조작해 그 사람이 스스로를 의심하게 만듦으로써 타인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행위로, <가스등(Gas Light)>(1938)이란 연극에서 유래한 용어이다. 가스라이팅은 가정, 학교, 연인 등 주로 밀접하거나 친밀한 관계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은데, 보통 수평적이기보다 비대칭적 권력으로 누군가를 통제하고 억압하려 할 때 이뤄지게 된다.(출처: 네이버 백과사전)
오늘 내가 나누고 싶은 주제는 조금 무거울지도 모르지만, 가스라이팅이다. 사실 내가 처했던 상황이 가스라이팅이였는지 아니였는지는 전문가에게 문의하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그냥 이런게 가스라이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글을 한번 써보려고 한다.
Symptom 1. 아내와 있을 때, 항상 아내의 눈치를 본다
아내와 있을 때면, 항상 아내의 감정 상태에 민감하게 반응을 했다. 민감한 성격의 아내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감정이 롤러코스터를 탔다. 게다가 잠귀도 밝아서 조금만 소리가 나도 잠을 자지 못했다. 일례로, 집을 구해서 들어갔는데, 엘리베이터 소리가 들려서 잠을 자지 못 한 적이 있었다. 나는 그 소리를 들어보려 했지만,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아내는 그 소리에 잠을 자지 못 했고, 그런 자신을 이해 못 하는 나에게 화를 내는 경우가 많았다. 이렇듯 잠을 자지 못하다 보니, 새벽에 쓰러지듯 잠을 청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나로서는 아침이 여간 고생이 아니었다. 잠을 깨서, 화장실에 소변을 가고 싶어도, 내가 일어나는 소리를 듣고 잠을 깨서, 나에게 신경질을 내는 아내 때문에, 한 시간 이상씩 화장실을 가지 못하는 경우가 일상 다반사였다. 물론, 자신은 신경 쓰지 말고 화장실에 편하게 다녀오라고 했지만, 어디 그게 쉬운 일인가? 처음엔 아내의 말을 믿고, 화장실을 다니다가 나중에 잠을 자지 못 한 아내의 신경질을 온몸으로 받아야 하는 상황이 자주 벌어지고는 했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한 침대에서 잠을 자는 건 어불성설이었다. 그래서, 아내는 안방에서 자고, 난 거실에서 잠을 자는 방식으로 서로 각방을 쓰게 되었다. 게다가 아내는 침대가 없으면 잠을 잘 수 없는 사람이어서, 아내는 침대에서 잠을 잤고, 난 거실에 이불을 깔고 잠을 청했다. 물론, 어려서부터 바닥에서 잠을 자는 것에 익숙했던 나로서는 바닥에 이불을 깔고 자는 것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이렇게 생활을 하다, 아침 시간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일어나서 움직이지도 못하고 있는 것이 너무 힘이 들었다. 그래서, 묘안을 냈다. 그건 바로,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바로 밖에 나가서 카페에서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아침이 되면, 자연스레 밖에 나가서 한 시간에서 많게는 세 시간 정도를 화장실도 다녀오고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일상이 되어갔다. 물론 상황이 이러다 보니, 아침을 먹는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중에 이야기를 들어보니, 내가 아침에 함께 있지 않고, 나가버리는 것에 대해 자신이 사랑받지 못한다는 기분이 들어서 괴로웠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난 그저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황당했던 건, 아내의 이야기도 있었지만, 아내의 이야기를 듣고 죄책감을 느끼면서 아내에게 미안해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Symptom 2. 아내와 함께 하면, 항상 혼자서 주눅이 들었다.
부부 생활이란, 혼자 모든 일을 해 낼 수 없다. 그렇기에, 서로 도와서 일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부부란 보통 연인과는 다른 개념이다. 삶과 시간, 그리고 공간을 함께 나누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부부로서 살아가면서, 많은 일들을 함께 도와가면서 하게 된다. 그리고, 난 이렇게 함께 무언가를 하는 것 자체가 너무 두려운 일이었다. 내가 가장 두려웠던 이유는? 내가 무엇을 하든지 아내는 날 다른 사람과 비교하며 판단했다. 날 판단하고, 내가 잘못하면, 마치 어린아이에게 다그치듯이 나무랐다. 그리고, 내가 생각하기에 전혀 문제가 되거나 잘 못 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도, 나에게 잘못을 인정하라는 경우가 많았다. 이쯤 되면 예상하겠지만, 아내는 "완벽주의자"이다. 무슨 일을 하는 데 있어서, 완벽하게 준비를 해서 대응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아내는 자신의 그 완벽주의자 기준을 나에게도 들이댔다. 하지만, 난 완벽주의자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난 덜렁이었다. 그러다 보니, 아내의 눈에 난 모든 일을 대충 준비해서, 매번 실수하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각인되었다. 그리고, 내가 함께 무언가를 하면 할수록, 아내의 완벽주의자적 잣대는 내 숨을 막히게 하는 데는 충분했다. 처음엔 나도 항변을 하고 변명을 했다. 아내와 함께 무엇을 하면서, 단 한 번도 그 문제를 가벼이 여긴 적이 없었다. 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준비하고 대응하는데, 매번 아내의 눈에는 내가 무언가 빠트리고 다니는 것처럼 보였던 것 같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아내와 어딘가를 가는 것이 난 항상 긴장을 했다. 차를 타고 가면서, 누군가가 갑자기 차를 끼어들어서, 조금이라도 나쁜 말을 하면, 나의 불손한 언어를 나무랐다. 운전을 하다, 길이 익숙하지 못 해, 제대로 차선을 못 바꾸거나 길을 잃기라도 하면, 자신보다 운전을 못 한다면서 나를 하찮은 듯이 바라보곤 했다. 내가 어떤 상황에서도 완벽한 남편이 되길 원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 비교대상은 아내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고 어려워한 자신의 아버지였다. 그러다, 아내가 어느정도 한계가 되면, 그 다음엔 내 앞에서 울기 시작한다. "너무 괴롭고 힘들다"라고 이야기 한다. 내가 너무 털털하고, 실수가 많고, 사고를 많이 쳐서 자신이 너무 힘들다고 말이다. 그러면서, 자신이 힘들지 않게 나 자신을 바꿔달라고 이야기 한다. 만약 내가 아내의 그 말에 동조를 하지 못 하면 아내는 나에게 이렇게 이야기 한다.
오빠는 정말 내가 원하는 것이 무언지 몰라. 진짜 날 이해하지 못해
아내의 이 말은 모든 것을 뚫는 창이었다. 나의 그 어떤 괴로움과 고통도 다 "변명"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었다. 아내는 언제나 자신을 이해하지 못 한다며, 나에게 바뀌라고 이야기 하고, 난 그런 아내의 언행에 지쳐갔고, 점점 주눅이 들어갔다. 시간이 어느정도 지난 후에는, 아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면 나 자신을 자책하기 시작했다. 아내가 원하는 남편의 모습으로 변화지 못하는 내 자신의 무능력을 자책하며, 점점 자신감을 잃어갔으며 그렇게 아내와 함께 하기보다는 아내를 피하기 시작했다. 아마도, 우리의 관계가 멀어지기 시작한 것은 이 때부터가 아닌가 싶다.
Symptom 3. 나에게 프레임을 씌운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내가 가장 힘들었던 것은 바로 아내의 프레임 씌우기가 아닐까 싶다. 한번도 제대로 인지한 적이 없는데, 바로 프레이밍 씌우기가 내가 가스라이팅을 당한것이 아닐까하고 느끼는 가장 큰 이유인 것 같다. 부부이다 보니,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오던 사람이 만났으니, 서로 싸우는 건 너무 당연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내는 내가 화를 내기 시작하면 나에게 항상 하는 말이 있었다.
오빤, 분노조절 장애가 있는 것 같아.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 같으니까, 전문가의 상담을 받아보는 게 어때?
난 어이가 없었다. 분노조절장애? 단지 내가 화를 내면서 언성이 높아진다는 이유로 말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나 자신도 진짜 분노조절장애가 있나 싶어 상담사를 찾아가서 상담을 받기도 했다. 상담사는 나에게 분노조절장애의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남들과 비교했을 때 스트레스 레벨이 상당히 높다는 말도 곁들여서 말이다) 그러면서, 나에게 한마디 덧 붙였다. 진짜 분노조절장애는 이렇게 와서 상담도 받지 않을뿐더러 제대로 된 사회생활을 하지 못한다고 말이다. 그런데, 내가 제일 힘들었던 것은, 아내뿐만 아니라 그녀의 어머니도 나에게 평소에 가끔씩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다. 내가 "분노조절장애"가 있다고 말이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속이 뒤집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왜냐하면, 내가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위험한 사람처럼 취급되는 것 같아서, 어떤 때는 진짜 울고 싶은 생각마저도 들었다. 그리고, 나의 외모에 대한 이야기도 서슴없이 했다. 내가 살이 많이 쪘다는 소리도 하고, 옷을 왜 그렇게 못 입냐는 소리까지 들었다. 그리고, 자신의 외모를 가꾸지 못하는 사람은 자기 관리를 전혀 하지 못 하는 사람처럼 보여져서 싫다는 말을 결혼 생활하면서 정말 자주 들었던 것 같다. 이렇듯 아내와 아내의 어머니는 나를 점점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 프레임을 씌우기 시작했고, 난 가랑비에 옷 젖는지 모르듯이 그들의 프레이밍에 빠져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상황이 되어갔다.
이렇듯 나는 점점 지쳐갔고, 나의 자존감은 바닥으로 곤두박질쳐 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