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블록 위의 지렁이처럼...
비가 오고 난 후, 해가 뜨면 보도블록에 말라죽은 지렁이를 자주 발견한다. 말라죽은 지렁이를 보면 왜 지렁이는 보도블록으로 올라와서 생을 마감하는지 궁금했지만, 이유를 찾아보기 귀찮아서 찾아보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그렇게 지렁이의 죽음에 대해서 까마득히 잊어버리고, 무료하게 삶을 살아가던 중, 우연한 기회로 지렁이의 미스터리 한 사인을 알게 되었다.
며칠전에 정확히 어디에서 읽었는지 출처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지렁이가 보도블록에서 말라죽어가는 이유를 설명 한 글을 읽었다. 그 글에 따르면, 지렁이는 온몸(피부)으로 숨을 쉬는데, 비가 오면 땅이 진흙으로 변해서, 진흙이 피부를 덮고 숨을 쉬지 못하게 만들어서, 숨이 막힌 지렁이가 보도블록과 같이 진흙이 없는 곳으로 이동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보도블록에 올라간 지렁이는 비가 오고 있을 때는, 아주 쾌적하게 숨을 쉬게 되지만, 비가 멎고 해가 뜨면, 서서히 뜨거워지는 보도블록에서 속수무책으로 죽음을 맞이 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지렁이가 보도블록에 올라와서 말라죽는 이유를 알게 되니, 더 이상 지렁이가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리고, 보도블록 올라가서 서서히 말라죽어 가는 그 지렁이가 바로 나 자신일 거 같은 생각이 들었다. 나도 지렁이처럼, 지금 내가 살고 있는 현생이 너무 숨이 막혀 편한 곳을 찾아 도망치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가는 도망치는 곳이 나에게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할지 알지 못 한채 말이다.
이혼한 후에 난 매주 바쁜 삶을 살고 있다. 주중에는 회사를 다니면서 일을 하고, 퇴근하고 나서는 틈틈이 운동과 독서, 그리고 글쓰기 등을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그렇게 주중에 바쁜 시간을 보내고 나서, 주말이 되면, 아침 일찍 집에서 나와 그림 수업, 여러 다양한 모임 등을 참석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진짜 매주 심심하다는 생각이 들 시간이 없을 정도로, 바쁘게 보내고 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내가 바빠지면 바빠질수록 내 속에서는 고통 속에 몸부림치며 비명을 지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지금의 내 마음은 대나무와 같이, 겉은 단단 하지만 속은 텅 비어있는 상태인 것이다.
난 정말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내 또래의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 보면, 나를 위한 시간이 많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언제든지 할 수 있는 환경인데, 왜 이렇게 마음에 만족함이 없이 텅 빈 대나무 속과 같은 기분이 드는지 말이다. 요즘은 매주 내가 하는 일들이 마치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다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하루에도 수십 번씩 내 머릿속을 어지럽게 흔들고 나간다. 지난 토요일에는 내가 참석하던 글쓰기 모임의 마지막 날이었다. 3달 동안 4회의 만남을 가졌고, 총 10시간가량의 시간을 함께 보냈지만, 난 모임에 참석한 사람들과 가까워질 수 없었고, 마지막 날에는 "그럼 그렇지. 역시 난 인기도 없고, 평생 외롭게 살 사람이야. 난 평생 누구와도 친하게 지내지 못할 거야"라는 결론을 스스로 내리고, 자책을 하면서 모임을 마무리했다. 물론 모임에 참석한 사람들이 나의 주말 일정을 듣고는, 대단하다며 감탄을 했지만, 난 그들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저 날 위로해주려고, 마음에도 없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고 말이다.
모임에 참석한 사람들은 여러 가지 활동을 하는 나에게 "열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며 놀라워했지만, 난 나 자신이 초라해서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내가 너무 초라하게 느껴졌고, 내가 너무 부끄러웠다. 이혼남에 사람들에게도 인기가 없는 사람...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쭉 난 혼자 살게 될 것이고, 평생 사람들에게 관심도 받지 못하고, 좋은 인연도 만나지 못 한채 외롭게 살다 아무도 모르게 보도블록 위에서 삶을 마무리한 지렁이처럼 서서히 죽음을 맞이할 것 같아 두렵다. 내가 나 자신을 너무 채찍질하는 것 같다. "더 잘 살 수 있고, 더 잘할 수 있다"며 나에게 윽박을 지르고 있는 것이다. 나 자신이 너무 부족하게 느껴져서 견딜 수가 없다. 무언가 의미 있는 것을 하면, 내 마음 한편의 허전한 마음을 채워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자꾸만 새로운 무언가를 시작하려고 여기저기 기웃거리고 있다. 마치, 모든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외부에 있는 것처럼 말이다.
나 자신에게 관대해질 필요가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