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7] 곰씨 관찰일기

Forgive yourself

by 나저씨

요즘 들어 계속 의욕이 없는 생활이 이어지고 있다. 요즘 내리는 폭우와 습한 더위와 같은 날씨도 나의 떨어진 의욕의 원인이겠지만, 그게 주된 이유는 아닌 것 같다. 어떤 미사여구도 필요 없이 그냥 모든 일에 의욕이 없고, 만족이 없다. 사람들과 만나도 예전처럼 힘이 나지도 않고, 긍정 에너지가 뿜뿜해 지지도 않는 것이다. 말 그대로 방전된 상태가 된 것이다. 그런데, 왜 내가 이러는지 잘 모르겠다. 이유를 알면, 문제를 해결하거나,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을 텐데 이유를 모른 채 무기력하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사실 나 스스로 원하지는 않지만, 최근 며칠 동안은 이혼한 아내에 대한 생각을 자주 하는 것 같다. 잠을 잘 때면, 갑자기 이혼한 아내 생각이 나서 생각이 많아지고 잠을 이루질 못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일어나서도 전(ex) 아내에 대한 생각이 나서 모든 의욕을 잃고 자리에서 일어나고 싶은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 상태가 된다. 사실 오늘도 아침에 일어났는데, 몸이 너무 무겁고, 누워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너무 간절한 나머지, 회사 연차를 낼까 심각하게 고민했다. 그 정도로 지금의 나는 지치고 무기력한 상황인 것이다. 겨우 몸을 일으켜, 아슬아슬하게 출근을 해서도, 회사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고, "내가 왜 이럴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오전 시간의 대부분을 보냈다.





마음이 답답해서, 책을 읽었는데 그 책에서 지금의 내 무기력에 대한 원인을 조금이나마 찾을 수 있었다. 지금 나는 외롭거나 무기력한 이유가 외부적인 요인이 아니라, 바로 내가 나 자신을 용서하지 못하는 현실에 처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즉, 나 자신에 대해 너무 엄격하다는 것이다. (이건 지난번 글에서도 이야기했던 부분이다.) 남들을 대할 때의 기준에 비해, 나 자신에게 들이대는 기준이 높은 것이다. 그래서, 남이라면 후한 칭찬을 해 줄 상황에서도, 나 자신에게는 "그것밖에 못했냐?"라는 질책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나 자신을 무기력하게 만들고, 소심하게 만들며, 자신감 없는 사람으로 만드고 있었던 것이다.




그럼 지금의 무기력과 소심함을 이겨낼 수 있는 방책이 있을까? 현재는 "방법이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일도 없고, 억지로 괜찮은 척해봤자, 나중에 부메랑이 되어 몇 배나 더 강하게 나를 몰아쳐서 움직일 수 없게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두 손 놓고 그냥 이대로 무방비로 있어야 하는 걸까?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금의 상태를 벗어나서, 나 자신에게 관대해지고, 더욱더 사랑할 수 있도록 노력하려고 한다. 그리고, 그렇게 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작은 것부터라도, 천천히 시작해 보려 한다.


1. 스스로를 책망하지 않기

지금도 이혼을 생각하면, 내 잘못이 크다고 생각한다. 객관적으로 보면, 나의 잘못이 상대보다 더 많이 있지 않지만, 아직도 난 내가 결혼생활을 잘 대응하지 못해서 이혼이라는 결과가 나온 것이라 생각하고 스스로 자책하고 있는 것이다. "정말 용서받지 못할 잘못을 한 사람이라고"말이다. 그리고, 이런 생각이 들 때마다, 삶의 모든 의욕을 잃게 되고, 사람들을 만나도 소극적이게 되어 버린다. 요즘은 모임에서 사람을 만나도, 그 사람들과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교재를 하는 것이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입을 닫고 그냥 사람들의 눈치를 보기 시작한다. 첫 번째 이유는 그들에게 미움을 받고 싶지 않다는 욕구이고, 두 번째는 특정 목적을 위해 모인 만남에서 사람들과 헤어짐으로 인해 얻는 상실감을 고통으로 느끼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나는 인연을 맺었던 사람과의 헤어짐을 이혼과 똑같은 선상에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헤어짐을 생각하면 견딜 수가 없이 고통스러워지고, 그러다 보니 사람들과 거리를 두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나 자신의 부족함을 답답해하면서 책망하고 있는 것이다. 바보 같은 녀석이라고 질책하면서 말이다.


2. 게을러지기

지난날을 뒤돌아보니, 한 달 이상 동안 주말 동안 나를 위해 시간을 보낸 적이 없었다. 주말에도 항상 무언가 분주하게 움직이면서 생활했다. 특별히 무언가 한 것도 없는데, 항상 바빴다. 무언가에 쫓기는 느낌이었다. 나 스스로도 이건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냥 그렇게 바쁘게 흘러갔다. 왠지 지금의 흐름을 깨버리면, 더 무서운 무언가를 마주할 것 같다는 두려운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보니, 지금은 내 안에 모든 게 비어버린 기분이 든다. 그리고, 채워지지 않는 갈망이 느껴지는데, 그게 무언지 모르겠다. 그렇다 해서, 그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행동하지도 않는다. 왜냐하면, 지금 내 앞에 있는 일들이 나를 압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젠 자신을 위해 시간 쓰는 것에 대해 인색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그렇다. 내 입장에서는 지금보다 조금은 더 게을러지기로 한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가만히 있는 것을 게으르다 생각하고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사실이 아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영화를 보고 게임을 하고 멍 때리고 하는 모든 것이 다 나 자신을 위하는 것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바쁘게 움직이기로 결정한 처음 결정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기로 한 것이다. 내가 바쁘게 살려한 것은 나 자신을 우울증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또는 생각)으로 부터 지키기 위한 것이었는데, 나를 구하기 위해 했던 수단(행동)들이 이젠 나를 옭아매고 숨을 쉬지 못하게 하고 있던 것이다.


3. 나 자신을 믿기

사실상 내가 하려는 일 중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다. 바로, 나 자신을 믿는 것이다. 난 나에 대해 확신이 없다. 내가 나를 생각할 때, 부끄러운 생각만 든다. 너무 부족하고 할 줄 아는 것도 없고, 이룬 것도 없이 실패한 인생을 사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부의 평가는 다르다. 주위의 사람들은 나보고 이야기를 한다. "어떻게 그렇게 삶을 열정적으로 살아가냐고..." 난 매주 지방에서 서울에 올라와서, 다양한 활동들을 한다. 그림 수업을 받고, 책 쓰는 모임에도 참석하고 있다. 그리고, 시간이 날 때마다, 모임에 참석하기도 하고, 지난주 같은 경우엔, 내가 자주 참여하는 "남의 집" 커뮤니티에서 용기를 내어 호스트가 되어 모임을 주최해 보기도 했다. 또한, 남는 시간엔 맛집과 좋은 카페 등을 방문하여, 시간을 보내고 있다 보니, 사람들이 겉에서 보면, 대단하다 생각할 수 있는 일들을 열정적으로 하는 것처럼 비칠 수 있다. 그렇지만, 나는 이런 일들을 하는 내가 보잘것없는 존재라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다. 앞에서 말한 것들은 누구나 하는 "평범하고 당연한 일"이고, "아무것도 아닌 일"이라고 치부해버리면서 말이다. 내가 나 자신을 인정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리고, 나 자신이 지금까지 해놓은 일들에 대해 "별것 아닌 것"으로 치부해 버리는 것이다. 즉, 앞에서 말한 나의 상태는 외부의 요인이라기보다 스스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그래서, 지금의 상황을 이겨내고 벗어나기 위해서는 "나 자신을 믿어 주자"는 다짐을 한 것이다. 이 세상의 삶에서 유일하게 변치 않고 내 편이 되어줄 수 있는 건, "바로 나 자신" 뿐이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결혼을 통해, 아내가 변치 않는 내 편이 되어줄 것이라 믿었지만, 그 믿음도 깨져버린 지금 상태에서 나를 믿어줄 수 있는 오직 한 명은 가족도 친구, 사랑하는 사람도 아닌 바로 나 자신임을 비싼 수업료를 내고 배운 것이다.




이렇듯, 내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난 지금 자기비판에 빠져서 풀이 죽어 삶을 살고 있다. 그 누구도 나에게 시련을 주는 사람이 없는데, 나 스스로 자신을 죽이고 있는 것이다. 나도 하고 싶은 일이 있고, 그 일을 꿈꾸고 싶은데, 꿈을 다시 꾸는 걸 두려워하는 것이다.




참... 바보같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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