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내가 얻은 것들
내가 요즘 우울한 주제만 가지고 이야기하다 보니, 내 게시글 분위기가 조금 다운된 것 같아 분위기를 쇄신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한번 해보고자 한다. 오늘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혼하고 내가 얻은 것"이다.
이혼하고 나서 내가 얻은 가장 큰 건 누가 머라 해도 아마 나를 위한 시간일 것이다. 물론 결혼했을 때도, 아내는 외국 유학을 갔기 때문에, 내 개인적인 시간이 많이 있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결혼했을 때는 나를 생각할 여유가 별로 없었다. 일을 하고, 항상 아내 생각을 하고, 아내와의 원만하지 못한 생활로 오랫동안 고통을 받았다. 그리고, 아내 쪽 부모들을 신경 쓰고 아내를 신경 쓰느라 정신없었다. 또한, 나 자신을 위해 무언가를 구매하는 것 또한 쉽지 않은 일이었다. 나 혼자 버는 외벌이였지만, 그래도 내가 버는 돈의 85프로가 아내에게 쓰였다. 그리고, 나머지 15프로는 정말 내 일상생활을 위해 쓰는 돈이었다. 방세를 내고, 공과금을 냈고, 간간히 커피와 식사비용으로 사용되었기에, 나를 위해 무언가를 산다는 것은 내 생일 때를 제외하고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때도, 처음엔 이거 저거 내가 사고 싶은 걸 샀지만, 나중엔 "나중에 결국 쓰지도 않을 거 산다"는 아내의 잔소리에 내가 원하는 걸 구매하지도 못하고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살아가다 아내와 이혼하고 나니, 나를 위해 더 많은 돈을 쓸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 해서, 아내와 결혼했을 때 보다 더 많은 돈을 쓰는 건 아니다. 어차피 돈을 쓰는 건 비슷했다. 하지만, 내가 돈을 쓰면서 최책감이 사라졌고, 돈을 쓰는 소비 형태도 바뀌게 되었다. 그전까지는 생존을 위해 음식과 방세, 공과금만 내면서 치열하게 살았다면, 이젠 그때보단 더 나 자신을 위한 투자를 하게 된 것이다. 그림 수업을 받기 위해 돈을 내고, 필름 카메라로 촬영하기 위해, 네거티브 필름을 사고 또 현상을 한다. 그리고, 사진 보정 수업을 받고, 이런 외부 활동을 통해 알게 된 사람들과 교재를 (죄책감 없이)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혼 전 보다 쓰는 돈은 50만 원 정도 더 들어가지만, 이 50만원이 나에게 주는 삶의 만족감은 그 어떤 것과 비교할 수 없는 것이다.
이혼을 하고 난 후에 내가 얻은 두 번째도 바로 시간이었다. 지금 난 퇴직 후의 인생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다. 보통 결혼한 사람들은 아이들을 대학까지 키우고, 퇴직을 한 후에 걱정하는 것들을 지금부터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나 혼자만 생각하면 되니까, 무언가 복잡한 상관관계도 없다. 그냥 퇴직 후, 내 삶을 어떻게 이끌어 나갈 것인지 고민하고, 여러 가지 삶을 준비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며칠 전에 우연히 유튜브에서 한 영상을 봤는데, 지금 나의 상황을 잘 대변해 주는 것 같아 여기서 간단하게 공유해보려고 한다. 유튜브에서 직장과 직업의 차이점에 대해 설명하는 것이었다. 직장은 지금 내가 다니고 있는 회사를 말하는 것이고, 직업은 내가 하는 일을 말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 직업은 자신의 처한 상황에 따라 다양한 형태를 띨 수 있다 보니, 보통 사람들은 직장과 직업을 혼동해서 직장=직업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퇴직하고 나면, 직업이라 할 수 있는 것이 사라져 버린다. 그리고, 아무런 대비 없이, 치열한 사회에 내 팽개쳐져 버리는 것이다. 그렇기에 직업은 퇴직을 준비하는 중년에게 매우 중요한 개념인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보통의 중년 남자들은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는 사람들은 아이에 모든 관심이 집중되어 자신의 미래와 직업에 대한 고민을 하는 기회를 뺏기게 된다. 그리고, 그들이 사회에 나갔을 때, 드디어 자신을 위한 시간이 생기지만, 이미 그때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다행히 난 그런 고민을 정년퇴직을 하는 60세에 하지 않고 조금 빨리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무엇이 될지 모르는 나의 퇴직 후 삶을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도전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혼 후의 삶이 마냥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결혼 전에는 신경 쓰지 못하고 깨닫지 못했던 현실을 일찍 깨닫고 스스로 홀로서기를 준비하는 지금의 내 상황은 이혼해서 얻는 반사 이익인 것이다.
이혼 후, 혼자된 삶을 점점 즐기기 시작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