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행복(My Happiness)
이젠 가을의 막바지로 넘어가는 날씨를 보여주는 것 같다. 어제 아침에는 웬일인지 만족스러운 기분으로 일어나서 기분 좋게 밖으로 나와서, 내가 그림 수업을 받는 곳 근처에 있는 커피숍에 갔다. 미술 수업을 받는 동안 항상 지나쳤지만, 한 번도 안에 들어가서 커피를 마셔본 적이 없는 곳이었다. 마침, 날씨도 좋고 해서, 즉흥적으로 커피숍에 들어갔다. 커피숍은 제법 크기가 있는 곳으로, 앞에 마당 같은 곳이 있는 제법 규모가 있는 커피숍이었다. 보통은 앞에 테라스를 설치하여 사람들이 앉아서 커피와 브런치를 먹었던 것 같았는데, 이번 주는 평소와는 달랐다. 그곳에서 와인 페스티벌이 열렸던 것이다. 커피숍 앞마당에 6개가량의 조그마한 부스가 설치되고 와인이 세팅이 되었다. 아마 와인 판매를 하는 사람들이 기획한 플리마켓인 듯싶었다.
부산스럽게 부스를 설치하는 소리가 약 30여분 가량 들리고,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들기 시작했다. 6개밖에 되지 않는 작은 규모의 플리마켓이었지만, 이벤트도 하고 사람들도 제법 많이 와서 구경을 하는 것이었다. 물론 나도 호기심에 여기저기 기웃거렸고, 부정맥 때문에 술은 구매하지 못하였지만, 스티커 한 장을 샀다. 와인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앞에 있는 와인의 유혹을 뿌리치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와인을 보고, 향을 맡으면서 계속 지갑에 손이 갔지만, 그때마다 다시 건강해지면 맘껏 와인을 마시자며 나 자신을 달랬다. 부스에 있는 와인들을 바라보면 와인 한 병과 치즈를 세팅해 마시면서 하루를 마무리하던 기억이 새록새록 났다.
이렇게 와인 플리마켓을 보고 있는데, 한기지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건 바로, 내가 행복해하는 것을 하면서 살자는 것이었다. 요 몇 주동안 독립 서적이나 와인을 판매하 분들을 보고 있으면, 글을 쓰고 와인을 팔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나와 다른 세계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사회에서 안정적인 직장을 다니면서 살아가는 나와 달리, 미래가 불확실한 안정되지 못한 삶을 살지만, 그들이 나보다 더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걸 어떻게 확신하냐고? 그건 바로 그 사람들의 눈을 보면 알 수 있다. 적어도 내가 바라본 그들의 눈은 살아 있었다. 정말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그런 눈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 그들을 보고 있으면, 나 자신의 삶에 대해 반성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이혼을 하고 패배의식에 젖어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나 자신은 불행하다며 슬퍼만 하고 있는 지금의 나는 삶을 낭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플리마켓이나 독립 서적을 전시하고 만드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다시금 나의 마음가짐을 다잡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역시 의욕이 없을 때일수록 더욱 밖에 나와서 사람들을 만나고 경험을 해야 하는 것 같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야 말로, 스스로 만든 감옥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가장 빠른 지름길인 것 같다.
이번주는 어딘가 조용한 곳에 가서 난 얼마나 내 행복을 느끼면서 살고 있는지 뒤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