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aving Barcelona
바르셀로나 출장을 다녀왔다. 그리고, 이번 바르셀로나 출장은 여러모로 나에게 많은 일이 일어난 곳이기도 하다. 첫 번째로는 핸드폰을 소매치기당했고, 두 번째는 내가 오랫동안 준비했던 프로젝트가 성대히 끝이 난 것이며, 세 번째는 내가 점점 더 외로움을 탄다는 것이다.
프로젝트를 끝낸 날엔 공황장애가 왔다. 프로젝트가 완료돼서 긴장이 풀린 데다, 소매치기를 당한 스트레스 등이 겹쳐져서 그런 것 같았다.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아서 처음엔 마음을 안정시키려도 별 짓을 다했지만, 아무런 행동도 도움이 되질 않았다. 머리도 감아보고, 샤워도 했으며 밖에 나가 걸어보기도 했다. 하지만, 어떠한 행동도 공황장애를 극복하는데 도움이 되질 않았고, 난 그렇게 살얼음을 걷는 느낌으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고 있었다. 그러다, 신경안정제가 생각났고, 약을 황급히 입에 털어놓고 침대에 녹초가 되어 누웠다.
침대에 누워서 시계를 바라보고 있는데, 규칙적인 시계 초침의 소리와 함께 내 심장박동을 느낄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내 심장은 규칙적인 박동으로 돌아왔고, 내 마음도 조금씩 안정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바탕 소동이 끝나고 지쳐서 잠이 들었다.
그리고, 꿈에서 난 전처의 집에 가 있었다. 나는 전처 집의 하숙생이었고, 전처의 어머니가 하숙집 주인이었다. 왜 이런 꿈을 꾼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직도 내가 전처에게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닌가 싶어서 뒷맛이 개운치 않았다. "왜 그럴까? 이렇게 후회할거면서, 난 이혼을 한 것일까? 아니, 지금의 난 이혼을 후회하고 있는 걸까?" 다시금 생각해 보면, 난 포기하고 양보하는 삶을 살았다. 전처를 위해 내 꿈을 포기했고, 시간도 포기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나에게 남은 건 아무것도 없다. 그저 배신당했다는 마음의 상처뿐...
물론 아내도 자신이 포기하고 겪은 고통에 대해 다른 이에게 말할 것이고, 그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은 날 욕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내가 진짜 욕을 먹고 살만큼 잘못한 걸까? 진짜 그런 걸까? 나의 잘못을 부정하고 싶은 건 아니다. 나 또한 많은 실수를 했고, 부족한 점이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생각해도, 내가 내린 결론은 "아니다"였다.
정말 모르겠다. 정말로 힘들다. 마음이 많이 아프다. 그런데, 원인을 알 수 없다. 이혼 때문일까? 외로워서일까? 공황장애 증세 때문일까? 정말 모르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과거에 얽매이지 말라"는 것이다. 내가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