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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대훈 Dec 17. 2023

115

12.17


서로의 안쪽에, 텅 빈 섬 하나씩 있다. 바닥과 어둠으로, 잡념과 소망으로 빚어진 청보랏빛 섬. 나는 그 섬을 들여다본다. 그냥 멍하고 무력하게. 그러나 끝까지, 들여다본다. 절대 함부로 가지 않는다. 아니 못한다. 그 섬에는 본래 가닿을 수 없다. 폭풍이 들이닥치고 자갈들이 굴러다녀도 나는 그 섬에 가지 못한다. 집채만 한 파도가 치고 땅 어귀가 깎여나가도 나는 그 섬에 가지 못한다. 그저 안쪽에 텅 빈 '너'를, 고작 하염없이 들여다보는 것이다. 결국, 그게 전부다. 할 수 있는 것은. 어느 날 그 섬에 천재지변 일어나면. 잠깐씩 우리인가 하면서. 


끝끝내 홀로인 우리가, 이리 새파랗게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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