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의금, 꽃과 드레스. 뷔페와 사진. 아직까지도 내 마음에서 결혼식은 이 정도의 무게밖에 차지하지 못한다.
[비혼과 돌싱 중에 뭐가 멋져?]
[둘 다 안 멋져.]
나의 친구는 비혼에 무게를 더 싣고 있다. 나는 딱히 무슨 '주의'는 아니지만 굳이 따지면 '흐르는 대로 살겠다는 주의'다. 딱히 결혼을 위한 노력은 안 하지만 운명적인 사랑 정도는 가끔 꿈꾸는 사람. 그런 나의 친구는 지금 결혼을 앞두고 있고 코로나를 의식해 교외 한적한 카페에서 결혼식을 한다고 한다. 나는 딱히부러움도, 그렇다고 조급함도 없이 잘 살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축의금을 보냈다. 최소 5시간반 걸리는 이동시간때문에 결혼식 참석은생략하겠다고 양해를 구한참이었다. 참석여부를 놓고 이야기하던 또 다른 친구는 본인 결혼식은 상상도 안된다는 듯 비혼과 결혼이 아닌 '돌싱'부터 꺼낸다.
내 친구라서 그런지, 역시 중간이 없다.
[비혼과 돌싱 중에 뭐가 멋져?]
[둘 다 안 멋져.]
[난 돈 많은 게 멋져.]
자신이 결혼하면 못 견디고 비혼이 되어버리고 말 거라는 친구. 그 와중에 귀엽게도 멋있어 보이고는 싶은가 보다. 사실상 '나는 역시 결혼이 안 어울려'라는 선언이나 다름없다. 이 중간 없는 친구에게 나는 굉장히 빠르게 답할 수 있었다. 내 답은
둘 다 안 멋져. 였다.
사실 나는 비혼주의도 결혼주의도 아닌, 무슨 주의를 굳이 붙여야 한다면 '그저 흘러가는 대로 살자 주의'정도 되기 때문에 비혼 아니면 결혼 둘 중에 하나는 꼭 선택을 해야 하는 것처럼 되어 있는 요즘 상황이 살짝 부담스럽다. 그저 살아올 뿐인데 선 가르듯이 갈라놓고 선택하라는 듯하는 게 대답을 맡겨놨나 싶다.
일단 축의금은 뿌려졌다. 또 서른 중반을 코앞에 두고 있으니 앞으로도 참여할 결혼식이 연달아 있을 것이다. 나 또한 축의금 회수 및 인생의 파티가 한 번 정도는 있어도 괜찮을 거 같아서 만약 결혼을 안 하게 된다면 비혼식을 해도 괜찮겠다 싶다. 이것 또한 지난 9월 친구의 결혼식에 참석했을 때나온이야기이다. 그동안 비혼의 '비'도 꺼내지 않던 내가 처음으로 비혼이라는 단어를 꺼내 놀라는 친구도 있었다. 하지만 생기지도 않는 남친을 두고 홀로 썸을 타기엔 솔로로 맞는 명절과 결혼식은 날 너무 지치게 했다.
나는 아직도 결혼과 비혼 어딘가를 떠돌고 있지만(돌싱은 말고.) 일단 내가 제일 멋지다고 느끼는 돈부터 벌기로 마음먹었다. 결혼식도 비혼식도 돈이 있어야 '선택'이라도 할 것 아닌가. 장난처럼 던진 친구의 말에도 난 그냥 돈이 많은 게 멋있어 보이는데 이참에 나는 지극히 세속적인 사람으로 속물적인 인생을 살기로마음먹었다. 무엇보다도풀파티 비혼식을 하려면 돈이 필요할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