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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란공방 Sep 20. 2022

1초만의 사고, 그래도 출근(상)

네? 제 다리가 어떻다구요?

   평소와 같이 운동을 하고 있었다. 나는 킥복싱을 시작한지 6개월 정도 된 초보였기 때문에 그 중에서도 쉬운 걸 하고 있었다. 상대방이 킥을 하면 그 다리를 잡아서 막고 순간적으로 앞으로 다가가 뒤로 넘기는 기술이었다. 허리 디스크 때문에 고생한 경험이 있어서 최대한 조심해서 하고 있었다. 거의 들다 시피 해서 넘겼는데 수업이 거의 끝났을 무렵,

  사고가 났다.


  내 다리가 풀려서 넘어지면서 들고 있던 사람이 내 오른 다리 위로 같이 넘어졌다. 정말 1초만에 일어난 일이었는데 바깥에서 안쪽으로 깔린 다리에서 난 우드득 소리를 주변에 있던 모두가 들을 수 있었다.


  "어? 저 다리 못움직일 것 같아요."


  신기하게도 크게 아프진 않았다. 마치 너무 큰 충격을 겪으면 얼마간은 아프지 않은 것 같은 이치였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까지 아파 본 경험상 그럴 때 움직이면 절대 안됐다. 그리고 그 예상은 적중했다. 119 구급차가 올 때 까지 기다리면서 나는 지금은 다리를, 정확히는 무릎을 움직일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모든 회원님들이 번갈아가며 걱정하고 있는 것도, 세상에서 제일 슬픈 표정으로 걱정하시는 관장님의 표정도, 쏠리는 관심이 부담스러웠다. 운동이 거의 끝날 무렵이었기 때문에 움직일 수 없는 나를 중심으로 회원님들이 모였다.


  "대무 화이팅."


  평소라면 땀에 절어도 절도있었을 구호가 세상에서 제일 경건한 리듬을 가지고 낮게 깔렸다.


  그래도 출근은 해야 했다. 체감상(어디까지나 체감상) 생각보다 늦게 온 구급대원이 발가락이 움직이는 것을 확인하고 무릎이 많이 부었다고 했다. 부목으로 다리를 일자로 고정시키고 의자가 됐다가 침대도 되는 들 것에 실려 옮겨졌다. 창피했다.

나는 정말이지 강인한 사람이 되고 싶어서 운동을 한 건데 나의 연약한 몸뚱아리는 이정도 운동도 감당하지 못하는 것 같아 실망스럽기도 했다. 흩어지는 정신력을 가다듬어 여쭤봤다.


"저 어느 병원으로 가나요?"


  구급차를 불렀으면 무조건 응급실로 가게 된다고 했다. 급하지 않은 일에 119를 누르는 일을 방지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지금 당장 죽을 것 처럼 아프지는 않았기에, 나는 출근을 할 생각으로 물어봤다. 


  "응급실에 가면 진료 빨리 받을 수 있어요?"


  아니었다. 엄밀히 말하면 다리가 다친 건 응급으로 들어가지 않는다고 했다. 내일까지 놔둬도 죽지 않는 상처는 응급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그래서 평소에 다니던 동네 병원으로 택시를 타고 가기로 했다. 다만 지금 다리를 움직일 수 없기 때문에 부목은 사용하고 나중에 나랑 같이 운동하던 회원님이 대신 반납해 주기로 했다.

  혼자였으면 움직일 수도 없는데 아찔 한 순간이었다.  한 사람의 도움이 정말이지 고맙고 절실했다. 그리고 그 도움은 병원까지도 계속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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