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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창희 Dec 12. 2020

‘비대면’과 ‘커뮤니케이션’, 오래되고 새로운 조우

1.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은 새로운 것인가?
 

코로나로 인해 전 인류가 반년 이상 신음하고 있다. 사상 초유의 일이라 할 만한 이 재난 속에서 유독 많이 듣게 되는 단어가 있다. 바로 ‘비대면’이다. 커뮤니케이션은 인류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한다. 인간이 공동체를 이뤄 살아가기 위해서는 상호 간에 의사를 전달하는 것은 필수적이며 커뮤니케이션은 광의의 의미로 의사소통과 관련된 모든 것을 포함하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레이먼드 윌리엄스(Williams, 1976/2010)는 17세기부터 교통과 통신이 발달하면서 커뮤니케이션이라는 단어가 가지는 의미가 맥락적으로 운송과 구분되는 통신의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고 지적한다. 근대 이후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용어는 자연스럽게 협의로 적용되어 온 경향이 있다. 


흔히 우리는 미디어 기술이 발전하여 스마트폰과 같은 디바이스를 통해 양방향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이 수월해 지면서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 졌다고 받아들인다. 하지만 인류는 정확히 기원을 알 수 없는 먼 과거부터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을 해 왔다. 인간은 아주 오래전부터 서사를 만들어 왔으며 창작자가 만들어낸 서사를 접하는 일 자체가 가장 오래된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이라 할 수 있다. 닉 레이시(Lacey, 2000/2000)는 인간이 서사를 창작하기 시작한 것이 인류가 여태까지 존재해온 시간만큼 오래전부터 이루어진 일이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유발 하라리(Harari, 2011/2015)는 『사이엔스』에서 허구를 전달하는 능력은 인간이 언어를 사용하면서 나타나는 가장 특징적인 면이라고 얘기한다. 인간은 서사를 만들어 내고 그를 통해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을 시작한 것이다.


이토록 유구한 역사를 가지고 있는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이 새삼 조명 받게 된 것은 코로나로 인해 대면 커뮤니케이션이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디어 분야를 연구하고 업으로 삼고 있는 입장에서 아쉬운 것은 ‘비대면’이라는 용어에는 많은 관심을 갖지만 ‘커뮤니케이션’영역에 대한 관심은 그에 비해 소홀하게 느껴진 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내 자신의 이해(利害)와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느끼는 감정일 수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가 ‘비대면’이라고만 얘기할 때 그 뒤에 생략되어 있는 것이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것이다(노창희, 2020).  

 

일과 여가에 있어 비대면 상황에 적응하는 것이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코로나 확산이 지속되고 있는 지금은 말할 것도 없고, 코로나가 종식된 이후에도 완전히 과거와 같은 일상으로 돌아갈 수는 없을 것이다. 새로운 표준을 뜻하는 뉴노멀(New Normal)이라는 용어가 자주 등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코로나 종식 이후에도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은 권장 사항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이미 현재의 코로나 사태가 마지막 팬데믹(pandemic)이 아닐 것이라고 발표했으니 대면보다는 비대면 상황이 선호될 수밖에 없다. 이 글에서는 코로나 이후 강조되고 있는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이란 무엇인지, 코로나 이후 어떠한 변화가 일어났는지에 살펴보고, 그 의미는 무엇인지에 대해 논의해 보고자 한다.       


2. 코로나와 커뮤니케이션 양상의 변화
 

코로나 이후 커뮤니케이션 변화를 논의하기 위해서는 커뮤니케이션 전반의 영역 구분부터 해야 한다. 다양한 분류 방식이 있겠지만 대인 간 커뮤니케이션과 매스 커뮤니케이션으로 구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인 간 커뮤니케이션은 대면 커뮤니케이션과 스마트폰과 같은 미디어를 통해 이루어지는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으로 나눠 볼 수 있다. 매스 커뮤니케이션은 방송을 통해 콘텐츠를 접하는 것이 일반적인 방식이었다.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콘텐츠 송출 방식이 개인화되어 미디어를 통해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도 매스 커뮤니케이션이라고 분류하기 어려워졌다. 대인 커뮤니케이션과 미디어 콘텐츠 소비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것이 어렵지 않은 환경이 되었으나 논의의 편의상 대인 커뮤니케이션과 미디어 콘텐츠 소비로 구분하여 코로나 이후의 커뮤니케이션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대인 커뮤니케이션은 삶에 있어 가장 본질적인 부분이지만 현실적인 삶의 층위에서 보면 1차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필요하다. 가족 간의 의사소통은 집이라는 고립된 공간에서도 가능하지만 업무를 위해 직장에 가기 위해서는 이동이 필수적인데, 이동 사이에 감염 위험이 있으므로 자연스럽게 비대면을 통한 업무 처리 방식이 필요하게 되었다. 화상회의와 비대면 수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줌 비디오 커뮤니케이션(Zoom Video Communications)의 2020년 2/4분기 매출은 전년대비 335% 증가했다(Zoom, 2020. 8. 31). 이는 업무와 교육에 있어 비대면에 대한 의존도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다. 


코로나 감염이 지속되고 있는 지금의 상황은 말할 것도 없고 코로나가 종식된 이후에도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업무 처리와 비대면 교육은 코로나 이전보다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감염병에 대한 경각심이 가장 중요한 동기가 되겠으나 비대면에 익숙해진 이용자들이 자발적으로 비대면 상황을 선호할 수도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코로나 종식 이후 비대면 근무를 어떻게 할지 정책을 내놓고 있다. 트위터는 원하는 직원은 무기한으로 원격 근무하는 것을 허용하였고, 페이스북은 2021년 7월까지 재택근무하도록 하고 향후 5년에서 10년간 직원 절반 수준을 원격근무 하도록 할 방침이다(안상희, 2020. 9. 8). 온라인을 통한 교육 콘텐츠 수요가 증가하고 있던 상황에서 코로나로 인해 교육 관련 종사자와 학생들도 원격수업에 익숙해지고 있다. 코로나 종식 이후에도 대형 강의나 실험 실습이 필요하지 않은 수업들은 원격교육의 형태를 유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동이 어려워지면서 가정에서 여가활동을 하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다. TV 이용량은 코로나 상황에 따라 이용량이 변동되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TV 이용시간이 증가한 것만큼은 분명하다. 가장 확실한 변화는 넷플릭스, 유튜브와 같은 온라인을 통한 동영상 소비가 급격히 증가하였고, 일시적으로 코로나 상황이 개선되었을 때도 이용량이 유지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The Nielsen Company, 2020). 이는 인터넷을 통한 동영상 소비 관습에 이용자들이 적응했다는 것을 시사한다. 음악시장의 경우 이동량이 줄어들면서 음원 이용량이 줄어들고 있다. 가온차트 400위 내 음원 이용량 추이를 보면 코로나 감염이 시작된 2020년 1월부터 음원 이용량은 꾸준히 줄어들면서 4월에 최저치를 보여 전년 대비 2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상황이 호전된 5월부터는 전년 대비 13% 수준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가온차트; 김진우, 2020. 8. 10, 재인용). 하지만 물리적으로 공연 자체를 진행하기 어려워지면서 콘서트장에 가는 사람들의 수는 대폭 감소하였다. 영화 역시 극장에서의 영화 관람이 크게 줄어들었고, 대작들은 개봉 시기를 연기하는 등 물리적인 장소에 모여 관람해야 하는 미디어 소비는 크게 줄어들고 있다. 


3. 코로나와 커뮤니케이션의 미래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 상황이 늘어나면서 가장 큰 이득을 본 사업자 중 하나가 넷플릭스다. 넷플릭스는 코로나 사태 이후 가입자가 크게 증가하여 2020년 2/4분기 가입자가 1억 9천2백만명을 상회했다(Netflix, 2020). 아이러니 한 것은 넷플릭스의 CEO인 리드 헤이스팅스는 재택근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는 것이다. 헤이스팅스는 월스트리트 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재택근무가 토론을 어렵게 만든다며 긍정적인 효과 없다고 주장했다(Flint, 2020. 9. 7). 


헤이스팅스의 발언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코로나 이후는 물론 코로나로 진통을 겪고 있는 지금 조차도 경우에 따라서 대인 간 커뮤니케이션은 반드시 필요하다.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이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난다고 하더라도 비대면이 가지고 있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현재 직면해 있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상상력이다(노창희, 2020. 6. 17). 다시 강조하지만 비대면이라는 단어를 얘기할 때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과정을 도외시해서는 안 된다. 커뮤니케이션이 갖는 중요성을 분명히 인식하고 직접 만나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어떠한 커뮤니케이션을 지향해야 할지에 대한 근본적이고 다양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코로나는 우리에게 커뮤니케이션이란 무엇이며 그것의 미래는 무엇이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게끔 하고 있다.       


참고문헌     

김진우 (2020. 8. 10). OST 하락세 전환 노래방 시장 고전 음원시장 SO SO.『가온차트』.

노창희 (2020). 포스트 코로나 시대 미디어 생태계의 향방.『방송문화』, 421호, 89-106.

안상희 (2020. 9. 8). “원격근무 뉴노멀 되긴 일러, 하이브리드 모델 늘 것”.『조선비즈』.

Flint, J. (2020. 9. 7). Netflix’s Reed Hastings deems remote work ‘a rure negative’. The Wall Street Journal.  

Harari, Y. N. (2011). Sapiens. 조현욱 (역) (2015).『서파엔스』. 파주: 김영사. 

Lacey, N. (2000). Narrative and genre: Key concepts in media studies. 임영호 (역) (2020).『내러티브와 장르: 미디어 분석의 핵심 개념들』. 부산: 산지니. 

Netflix (2020). Final-Q2-20-shareholder-letter. 

The Nielsen Company (2020).『2020 상반기 미디어 리포트: COVID19가 촉발한 미디어 이용행태의 변화와 시사점』.

Postman, N. (1985). Amusing ourselves to death. 홍윤선 (역) (2020).『죽도록 즐기기』. 서울: 굿인포메이션.

Williams, R. (1976/2010). A vocabulary of culture and society. 김성기유리 (역) (2010).『키워드』. 서울: 민음사. 

Zoom. (2020. 8. 31). Zoom reports second quarter results for fiscal year 2021.


출처: <말과글> 164호에 같은 제목으로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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