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언니가 침대 위에서 간식을 먹다가 엄마에게 혼나는 것을 본 동생은 침대 위에서 음식을 먹지 않게 된다. 침대 위에서 간식을 먹는 행위가 엄마께 꾸지람을 듣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 학습되었기 때문이다.
사회학습이론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신이 속한 집단의 다른 구성원들의 행동을 관찰하고 학습하여 행동한다. 집단에 속한 개인은 사회화 과정을 통해 정체성을 확립하고 이에 근거하여 행동을 결정한다.
많은 기업이 사회학습이론에 기반한 모델링을 활용해 구성원들을 관리한다. 기업의 전략과 정합성을 갖는 인재상을 모델링하고, 멘토를 통해 학습하게 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LG그룹은 임원과 팀장 등 핵심 리더의 역량을 다면평가로 선별하여 모델로 만들고, 이를 인재 관리의 지표로 활용한다. 또한 연간 2회 ‘멘토링 데이’를 실행하고, 임직원이 함께 해커톤에 참여하여 종업원이 자연스럽게 조직의 역량을 학습하게 한다. 또한 인사담당자와 함께하는 토크 콘서트 방식의 행사를 진행하여 인사관리 시스템의 이해를 높이기도 한다.
또한 기업 내 회식은 구성원들의 단합과 원활한 의사소통을 증진한다. 하지만 회식을 바라보는 시선은 세대별로 온도 차가 극명하다. 기성세대는 회식을 구성원 간의 단합, 업무 스트레스와 갈등을 풀어주는 의사소통의 창구로 여긴다.
반면, MZ세대는 강요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참석하는 모임으로, 억지로 술도 마셔야 하는 불필요한 집단주의적 행사로 인식한다. 그런데도, 전통적 대기업같이 기성세대의 비율이 높은 기업에서는 회식하러 가자는 의견에 MZ세대 모두가 좋다고 찬성하며, 참석률이 90%가 넘는다.
과연 이들은 회식이 정말 좋아서 좋다고 한 것일까?
토스, 배달의 민족 등과 같이 근래에 등장한 신생 기업들은 MZ 세대의 구성원 비율이 높고, 사장부터 종업원까지 수평적 의사소통 문화가 구축되어 있다. 이곳에서 직원들은 회식 참여에 대해 더욱 자유로운 의사결정권을 가지며, 회식에 불참하는 개인적 입장을 아무 거리낌 없이 실현하는 것이 가능하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로는 직원들에게 기프티콘을 선물하는 방식으로 회식을 대체하기도 했는데, MZ세대는 이것을 ‘쿠폰 회식’이라 부르며 환영했다. 이처럼 전통적 기업과 신생 기업의 회식에 대한 구성원들의 반응의 차이는 개인이 조직 내 분위기와 행동을 학습하여 나온 결과라 할 수 있다.
사회학습이론에 따르면 개인은 사회화 과정을 통해 집단 구성원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이에 근거하여 행동을 결정한다. 그러므로 대기업에 속한 MZ세대는 집단에서 지배적인 비율을 차지하는 기성세대의 영향을 받는 조직 사회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회식을 긍정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회식에 대한 MZ세대의 부정적 인식은 그대로인데, 조직에서 ‘미운털 박히지 않기 위해’ 회식을 반기는 척 참여하는 것뿐이다. 개인이 기성세대의 집단 문화를 학습하고 집단과 동질성을 갖게 되는 진짜 사회화가 이루어진 게 아니라, 회식에 참석하지 않으면 받게 될 불이익을 학습하고 이에 근거해 행동한 것이다. 이는 본질적으로, 권위에 대한 복종일 뿐이다.
이런 현상은 집단에 반하는 의견을 말하지 못하는 개인의 취약성을 보여준다. 리더가 있는 집단에서 행동의 일치성에 대한 압박감은 집단사고를 초래한다. 이러한 집단사고는 회식 자리에 갈지 말지에 대한 선택부터 프로젝트 의사결정까지 다양하게 나타난다. 자기 생각과 상반되더라도 높은 직급의 구성원 의견에 무조건 동조하는 모습을 보이며, 결국 모두가 동일한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
이러한 집단사고는 다양성을 훼손하고 창의적 문제 해결의 걸림돌이 된다. 그러므로 기업은 집단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 먼저, 개인의 서로 다른 기술, 지식, 태도, 동기, 가치관 등을 구분하여 다양한 인적 특성을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조직 내 구성원들이 서로 열린 마음으로 수평적 의사소통을 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전통적 대기업 중 하나인 포스코도 다른 기업들처럼 역량 모델링과 멘토링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먼저, 기존 P1~P6 6단계의 직급을 역량 레벨인 CL1~CL9로 전환하고 직급 호칭을 폐지함으로써, 자유롭게 의사소통할 수 있는 수평적 조직문화의 기틀을 만들었다. 개인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출할 수 있는 채널을 만들고, 무언가를 결정할 때는 상황에 따라 익명의 투표를 진행했다.
특히, 포스코는 분야별로 하위 집단을 세분화하여 다양한 모델링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타기업과 차이를 보인다. 전사적으로는 동일한 비전을 제시하였지만, ‘Global POSCO Way’를 부문별, 부서별, 계층별, 세대별로 차별화하여 구체적인 행동 사례를 만들었다.
각각의 모델을 만들 때는 해당 집단의 리더와 실무자가 모두 참여하여 토론함으로써 자신들의 특성에 적합한 행동 지표를 선별했다. 이 행동 지표를 토대로 설계한 교육 프로그램을 멘토에게 먼저 제공한 후, 선 후배 간의 멘토링 및 코칭을 통해 전사적으로 공유될 수 있게 하였다. 이때 멘토링 팀은 기술, 지식, 태도, 동기, 가치관 등 개인의 인적 특성이 비슷한 사람들로 구성했다.
또한 포스코는 ‘문화 회식’을 추진 중이다. 웰빙 주 시음, 캔들 만들기, 디퓨저 만들기, 맛집 탐방 등 개인의 경험을 중시하는 색다른 회식을 기획한다. 전통적인 회식처럼 음주가무를 즐기는 단일화된 방식이 아니라, 다양한 집단 활동으로 소통의 자리를 마련하고 유대 관계를 형성한다.
포스코 직원들은 문화 회식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기존 회식은 야근하는 느낌이었는데 문화 회식은 동료들과 자기 계발을 하러 가는 느낌이다’, ‘참여 자체가 기분 좋아서 동료들과 더 가까워질 수 있고, 문화 회식으로 전환한 후 팀 분위기가 좋아졌다’고 입을 모은다.
이렇듯 포스코는 조직 구조를 혁신하고, 개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수평적 조직문화를 조성함으로써 적절한 수준의 조직 응집성과 다양성을 유지하고자 하였다. 이러한 노력은 집단사고를 예방해 주는 근간이 된다.
권위에 대한 복종은 집단사고, 집단극단화 현상 등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조직 구성원 간에 수평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여 이를 예방해야 한다. 또한 집단 내 친밀감 같은 정서적 요인과 개인의 다양한 특성을 모두 고려하여 집단 응집성이 적정 수준에서 유지될 수 있도록 관리해야 한다.
친목 모임인 ‘회식’이 집단 응집성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면서도 수평적인 관계로 나아갈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구성원이 자발적으로 자유롭게 참여 여부를 결정할 수 있고, 정서적으로 동료들과 교감할 수 있으며, 자기 계발에 이로운 건전한 회식은 MZ세대에게 환영받는다.
최다영. (2023). 한국외국어대학교. 이탈리아어통번역학과.
장형철. (2019.07.31). [관리자가 이끄는 근무혁신⑪] 회식, 필요하지만 필수는 아닙니다. 매일경제
김용섭. (2019.07.08). [클래스업] 회식을 버릴 수 있는 용기: 기성세대와 밀레니얼 세대 '온도차' 극명… 중요한 건 술보다 '소통'. 비즈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