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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북 Feb 05. 2024

오! 고구마

#구황작물

나는 원래 구황작물을 좋아하지 않는다. 

언제부턴가 그냥 스스로를 구황작물을 좋아하지 않는 인간으로 정의 내렸다.


감자, 고구마, 옥수수를 먹으면 탄수화물을 너무 배불리 먹게 되는 느낌이라, 그게 꺼려진다.

하지만 그걸 이유라고 하기엔,, 나는 면을 너무 좋아한다.

파스타, 라면, 국수는 먹으면 탄수화물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게 든든하게 느껴진다.

내 인생은 이런 종류의 탄수화물을 먹기에 바빴다.


그런데 '고구마는 그래도 썩 나쁘지 않네'라고 생각하게 된 일이 생겼다.

(라고 말하지만, 엄청 흥분해서 맛있게 먹었다)


유정이가 오븐에 고구마 한 무더기를 구워서 회사에 챙겨갔는데,

몇 덩이를 집에 두고 간 것이다.


나는 요즘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그 덩어리들이 눈에 자주 띌 수밖에 없다.

내가 집에서 작업하는 자리에서 시선을 30도만 틀면 

오븐 위에 푹 익어 껍질이 쪼그라든 고구마가 보였다.


원래라면 배고파도 안 먹던 고구마가 자주 보이니 맛이 궁금했다.

그도 그럴 것이,

버스정류장에서 처음 본 멋진 남자보다, 

매일 보는 평범한 신문 배달부가 더 호감이라는 실험이 있지 않은가.

고구마도 그랬다.

자꾸 보니 손이 갈 수밖에 없었다.


고온에서 긴 시간을 보낸 호박고구마의 겉은

뜨거운 햇볕에 바짝 마른 흙바닥처럼 건조하고 거칠었다.

그리고 삶은 달걀처럼 알맹이와 껍질 사이에 공간이 있더라,

그걸 쭉 찢으니 오렌지 색의 고구마가 있었다.


우선, 식감은 으깨지 않았는데 으깨놓은 듯했고,

맛은 기분 좋게 달았다.


왜 꿀맛이라고 하는지 알겠더군요,,

그 뒤로 고구마에게 조금 호감이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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