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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드레아 Jun 22. 2016

드디어 뭉친 브런치 작가들 1편

만나고 싶었습니다!!

자석처럼 끌린 그들의 만남


  브런치 3.5차원의 세계에 흩어져 같이 살던 그들은 찌리리릿 감전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그 느낌은 브런치에서 각자의 글에 닿았던 순간부터 시작되었고 댓글로 교감하고 소통되면서 점점 더 강도를 더해갔다.


  바다에 지는 별

  윤군

  김수일

  스뎅

  Julia Kim

  제갈 냥이

  천설화

  하치

  안드레아

  도은 (하치 작가님 친구분)


 

  평소 브런치 스페이스에서 자주 마주치던 '바다에 지는 별' 작가님. 어느 날 그녀가 시커먼 바탕화면만 보이는 노래 파일을 글과 함께 올린 것이 발단이라면 발단이었다. 기타 반주와 곁들여진 나지막이 읊조리는 노래는 바로 그녀의 목소리였다.


  노래를 삶의 에너지로 여기며 사는 나에게 브런치 공간도 단지 글로써만 채우는 공간일 수 없었다. 가끔 감정이 차오를 때 노래를 불렀고 또 가끔은 녹화를 해서 유튜브에 올리기도 했다. 브런치도 예외가 될 수 없었고 반주도 없는 생목소리의 노래가 슬쩍 올려졌다.


  이러니 두 사람이 음악으로 대화가 생기지 않을 수 없었고 급기야 한국 출장을 기회 삼아 만들어진 브런치 작가들의 모임도 작은 음악 무대로 시작되기에 이르렀다.


 

  첫 곡은 Julia Kim 작가님의 '선잠 (원곡: 제이레빗)'

Julia님의 촉촉한 목소리와 두 사람의 은은한 반주(윤군 작가님의 우쿠렐레+바다에 지는 별 작가님의 기타)가 더없이 귀에 착착 감기는 하모니로 서막을 열었다. 모여있는 우리들 모두는 이 낯설고도 매력적인 광경에 넋을 잃고 말았다.


  기획 전문가인 윤군 작가님은 처음 만난 이들을 배려하여 깔끔한 플라스틱 커버의 이름표까지 만들어 오셨다. 거기엔 필명과 함께 작가님들의 대표적 매거진과 작품명이 씌어 있었다. 무척 산뜻하게 만들어진 그 이름표는 그날의 기억을 담은 기념품으로 각자 가지고 돌아갈 수 있었다.


  다음 곡은 바로 이별과 사랑의 감정을 노래하듯 읊조리듯 애잔히 전해 주시는 윤군 작가님의 차례.

기타 반주에 맞춰 이적의 '다툼'을 불렀는데 이건 원곡의 느낌과 전혀 달랐다. 마치 그가 글에서 보여 주는 감상적인 이미지를 노래에도 투영시킨 듯 조용하고 마음을 파고드는 보이스가 흘러나오는 것이었다.



 세 번째 곡은 듀엣으로 이어졌다.  곡목은 '10월 어느 멋진 날에'

이미 결혼식 축가로 두 번 공연한 적 있는 두 사람, Julia Kim 작가님과 내가 함께 불렀다.  자그마하고 조용한 방 안에서 부르는 이 노래는 커다란 결혼식장에서 마이크로 불렀던 느낌과는 또 사뭇 다른 분위기를 자아냈다.



  마지막 곡은 모두에게 악보를 나누어 주고 '일요일이 다 가는 소리' 라는 곡을 멜로디와 몇 개 화음으로 나누어 같이 불러 보았다. 처음 부르시는 분들도 있었지만 악보를 보면서 그냥 흥겹게 함께 했던 순간이다.


  그날 대부분 처음 만나는 사이였다. 나만이 몇몇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작가님들이 있었을 뿐이고 모두 브런치에서 서로의 필명과 글로써만 만나던 관계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실 망설이는 분들도 더러 있었다고 한다. 만나서 어색하면 어떡하지? 무슨 말을 해야 할까? 하며 기대와 설렘이 70~80%, 걱정과 두려움이 20~30% 정도 되었을까.


  하지만 서울역 근처의 한 조그마한 중국 요릿집 2층 구석방에서 모인 우리들은 그 20~30%의 걱정과 두려움이 만남과 동시에 사라지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가상의 공간 브런치에서 만나 얼굴도 모르는 채 처음 만난 우리들이었지만 첫 만남을 위해 모두가 들고 온 것이 다름 아닌 '진심과 따뜻한 마음'이었기 때문이다. 2층 방문을 열고 빼꼼히 고개를 내밀며 조심조심 들어오던 작가님들의 얼굴에는 약간의 긴장감이 서려 있는 듯했지만 자리에 앉자마자 금세 먼저 와 계시던 분들과 기쁜 인사와 더불어 즐거운 수다가 이어졌다.


브런치 글 낭독의 시간


  누군가의 제안이 있었다. 아마도 '바다에 지는 별' 작가님이었을까. 아님 '윤군' 작가님?

브런치에서 깊이 공감하던 글들을 직접 쓴 주인공의 목소리로 들을 수 있는 시간을 가지면 어떨까 하는 거였다. 그 제안을 들었을 때 '앗!'하고 뒤통수를 맞은 것 같았다. 그야말로 너무너무 좋은 아이디어였기 때문이다.


  윤군/바다별 작가님의 아르페지오 반주 BGM을 깔고 한 분 한 분이 자신이 직접 고른 글을 낭독해 주었다. 글로 이미 감동을 받았고 충분히 교감하고 있었으나, 작가의 생목소리로 듣는 브런치의 작품은 또 깊은 울림을 우리 모두에게 선사해 주었음을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인정할 것이다.



   실은 이날 더 모시고 싶은 분들이 많았다. 고수리 작가님, 이수용 작가님, emily 작가님, 책사이 작가님, 연결고리 작가님, 감성이장순 작가님, 지성 작가님, futurewave 작가님, 도시락 작가님, 슈밍아빠 작가님, 박송화 작가님, 지나쑝 작가님, Outby 작가님, 윤작가 작가님 등등...  아쉽게도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그 자리에 함께 하지 못했지만 모두가 가까운 미래에 다른 만남을 기약하셨다.


  글로만 소통하던 우리는 그렇게 서로가 궁금했고 얼굴을 보고 싶어 했으며 눈을 마주치며 살아있는 목소리로 몸짓으로 마주하기를 바랐던 것이다. 우리는 브런치라는 3.5차원의 공간을 벗어나 체감할 수 있는 3차원의 공간으로 한 번쯤 이동하기를 기대하고 있었던 것이다.


타로 리더 윤군 작가를 따라 타로 카드 속으로


  놀랍게도 우리들 속엔 신비스러운 능력을 보유한 이가 있었다. 이미 브런치에서 보고 그가 타로 리더임을 알고는 있었지만 막상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한 번도 본 적 없는 무시무시한 그림이 새겨진 타로 카드가 눈앞에 깔리자 분위기는 순간 압도되었다.


   종교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반신반의하며 지켜보기도 했고, 타로를 이미 경험하고 인정하는 사람도 있었다. 아홉 명은 한 사람씩 모두 번갈아가며 세 장의 카드를 뽑아 들었고, 심각하고 특별한 공기의 맛을 느끼며 타로의 세계로 급속히 순간 이동해 버렸다.


   타로 리더 윤군 작가님은 결코 섣부르지 않았다. 카드 하나하나를 음미하듯 바라보고 카드를 뽑아 든 이의 눈을 지그시 응시하며 꽤나 차분한 목소리로 해석해 갔다. 때론 대상자에게 역으로 질문하며 그 사람이 처한 상황과 타로 카드가 상징하고 의미하는 바에 대해 추적해 나가는 느낌이었다.


  개인적으로 천주교 신자라 운명과 관계된 타로의 의미를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나이다. 하지만 타로라는 것이 결코 한 번 보고 모든 걸 알아맞히는 점과 같은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그것은 일종의 기호학이었으며 상징을 다루는 세계라고 들었다. 어쩌면 우리가 흔히 접하는 심리 테스트의 심화 버전이라고 할 수 있을는지도 모르겠다. 개인적으로는 그날 타로에서 윤군 타로 리더님이 해주신 말씀들이 마음속에서 무겁게 자리하고 있는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대해야 할지에 대해 상당히 가치 있게 다가왔다.


  작가님들 한 분 한 분이 카드를 고를 때마다 그리고 그 카드에 대한 복합적인 타로 리더의 해석이 나올 때마다 우리들은 탄성을 지르기도 고개를 갸우뚱하기도 하며 심취했다. 가만히 앉아서 들을 수 없었기에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자리에서 들썩들썩 일어나 상체를 앞으로 깊숙이 기울이게 되었다. 어떤 분들은 개인적으로 따로 만나 정식으로 상담을 받고 싶어 하기도 했다.


매력 발산 2차 치맥 타임!!

  

  1차의 여운을 뒤로한 채 우리는 근처 치맥 집으로 전원 고고!!

여기서부터는 술이 한 잔씩 들어가자 하나둘씩 어깨에 힘이 풀어지더니... 무겁게 각을 잡고 있던 분들까지도 전혀 새로운 팔색조의 모습으로 변신하는 걸 목격했다.  


  특히 모임에서 20대의 푸릇하고 생동감 있는 세대에 속하던 하치 작가님과 조금 언니인 바다에 지는 별 작가님은 그 특유의 입담으로 좌중을 들었다 놨다 위위 아래아래 마구 흔들어댔다. 더구나 조용하게 관조하는 모습을 지키던 스뎅 작가님의 말문도 여기서 터져 나왔다. 마치 멋진 남자 영화배우를 연상시키는 출중한 외모의 스뎅 작가님이 사진과 글로 보여주던 모습과 또 다른 매력으로 우리들에게 어필하는 거였다.


  1차의 후반부에 합류한 '도은' 작가님은 브런치가 아니라 디자인을 전공한 아티스트였는데 이 분 또한 이따금 던지는 한 마디가 핵폭탄급이었다. 아마도 그 촌철살인의 한 마디 한 마디에 제일 많이 당한 사람이 나일 것 같다. 하지만 너무도 유쾌한 기분으로 희생양이 되었음을 인정한다.


  2차가 끝나갈 무렵 낭군님의 도착으로 자리를 뜨신 제갈 냥이 작가님. 언제나 따뜻함으로 정성껏 댓글을 달아 주시곤 하던 그녀는 인간관계에 대한 쿨한 철학을 담담히 들려주셨다. 뿔테 안경 너머로 보이는 그윽한 눈빛. 너무 가깝지도 너무 멀지도 않은 곳에 자리를 지키면서 한결같은 모습으로 사람들을 대하고자 하는 그녀에게서 내 부족한 곳을 어떻게 채우면 좋을지 생각할 수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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