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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드레아 Jun 26. 2016

칭칭이의 비밀일기 - 2편

아빠의 즐거움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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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runch.co.kr/@ndrew/105

 

 일요일이에요. 요.

커뮤니티센터에 죠. 


  20요. 

  요, 에 엄마랑 아빠랑 탕 하셨어요. 요. 요.


왈, 어. 자.


왈, 까?


왈, 어. 어. 아, 고장 난 아. 어. 오래돼서   같은 게 나오는 거 같아.


왈, 자.


왈, 어. 거.


왈, 어. 지. 


왈, 때. 지. 


  둘 다 다.  고,  고장 나서 다. 서로가 나름 힘든 사정이 있는데 상대방의 말투가 부드럽지 않아서 기분이 상했습니다.


  이 '챙! 챙!' 하며 창과 창이 부딪히는 것 같습니다. 아빠가 엄마한테 "당신 정말 나쁘다!" 하며 카시트를 들고 차에 설치하러 갑니다. 엄마도 내 분유랑 분유통 등 이동 준비를 하면서 나갑니다. 이때부터 둘은 쌩~ 하니 말이 사라졌습니다.


  커뮤니티센터에 도착하자 엄마는 일본어 교실에 들어가고 아빠와 나만 남았습니다. 매주 일요일 오후, 엄마의 공부를 위해 아빠가 나를 도맡습니다. 처음에 아빠는 혼자서 나를 보는 걸 조금 두려워했지요. 하지만 몇 주 해보더니 오히려 이 시간을 즐기는 것도 같아요. 히히.


  센터의 7층에 '고도모관(아이들이 노는 곳)'이 있어요. 지난번엔 입구까지 갔는데 내가 때마침 잠이 들었고 거기가 너무 시끄러워서 들어가지 않았죠. (전 잠을 자도 아빠가 뭘 하는지 다 알아요 ㅋ) 오늘은 나도 말똥말똥한 눈을 하고 있어서 아빠가 들어가 보기로 했나 봐요.

  

 한 층 전체를 몇 개 코너로 나누어서 운영하고 있네요. 알록달록 플라스틱 공들이 물처럼 들어 있는 커다란 놀이터도 있고, 꼬마 자동차를 타는 데도 있어요. 나무 블록들이 엄청나게 많은 곳에서 언니 오빠들이 집도 만들고 성도 만들고 재미나게 놀고 있네요.


  아빠는 요금표를 확인합니다.


'후리파스(Free Pass=자유이용권)' 대인 500엔, 어린이 300엔.

 

 '싸다 싸' 아빠는 생각합니다. 내가 좀 커서 좀 더 자유롭게 움직이게 되면 여기에 나를 데리고 와서 놀려야겠다 마음을 먹습니다. 그리고 아빠는 '브런치'를 해야지 하고 슬며시 회심의 미소를 짓습니다. ㅎㅎ


  아빠가 통로 중간에 걸려 있는 열기구 화분에 눈을 돌립니다. 아빤 열기구 모형에 달려 있는 화분들이 신기한가봐요. 중간중간에 서서 계속 사진을 찍어 댑니다. 각도를 달리 하느라 까치발까지 들며 높은 데서 아래로 찍어 보려고 애씁니다. ^^

  

  고도모관을 한 바퀴 유모차를 밀고 돌아온 후 아빠는 깨닫습니다. 2시가 되었는데 아직 점심을 먹지 못했다는 사실을요. 엘리베이터를 타고 엄마가 스파게티가 맛있다고 알려준 3층 커피숍을 향합니다. 아빠는 메뉴를 보고 토마토소스 스파게티를 고르려 하다가 - 아빠가 맨날 시키는 메뉴입니다 - 바로 옆 사진의 초록빛 색깔을 띤 새로운 메뉴에 도전해 보기로 합니다.


  주문을 하고 번호표를 받은 후 유모차를 끌고 자리를 물색합니다. 오늘은 지난번과 달리 기다란 소파가 있고 그에 맞는 기다란 테이블이 있는 곳으로 가서 자리를 잡습니다. 아빠가 자리를 잡은 걸 확인한 후 나는 아빠에게 휴식 시간을 주기로 했어요. 눈을 감았어요. 히힛.


  열심히 나와 눈을 맞추며 놀아주고 이상한 표정으로 나를 웃기며 사진을 찍던 아빠는 내가 자는 척하는 줄도 모르고 활짝 웃네요. 아빠가 드디어 브런치에서 글을 읽고 쓸 수 있는 시간이 생긴 거죠. 스파게티가 오기 전부터 아빠의 손은 바빠집니다. 휴대폰 알림으로 왕창 쌓여 있던 글들을 하나씩 열어 봅니다. 하트를 날리기도 하고 댓글을 남기기도 합니다. 그러다 갑자기 생각난 듯 새로운 글을 쓰기 시작합니다. 오늘 찍은 따끈한 내 사진들을 가지고 말이에요. 히히.

  

  그러는 사이에 아빠가 주문한 스파게티와 요구르트가 나왔네요. 아빠는 우아하게 포즈를 잡으시고 늦은 점심을 시작합니다. 한 포크 입에 넣고 미소를 짓습니다. 아마 성공한 것 같아요. 입안에 스파게티를 우물우물하며 휴대폰으로 계속 글을 씁니다.


  아, 근데 아빠 표정이 이상해졌어요. 휴대폰을 바라보며 한숨을 푹 내쉽니다.


 ' 아휴, 이거 또 쓴 거 다 날아갔네. '


브런치가 응답하지 않습니다.

  휴대폰으로 브런치에서 글을 쓰다 보면 '저장하기' 버튼을 눌렀을 때 가끔 에러가 납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좀 자주 납니다. 아빠는 그래서 휴대폰으로 글을 쓸 때 가급적 자주 저장하기 버튼을 누릅니다. 하지만 글을 막 신나게 쓰다 보면 저장하는 걸 까먹고 길게 쓴 후에 생각이 나서 저장을 합니다. 근데 안타깝게도 그럴 때 에러가 많이 납니다. 아빠는 컴퓨터 자판도 아닌 휴대폰에다 두 엄지 손가락으로 정성 들여 쓴 글이 날아가면 너무너무 속이 상합니다.


  하지만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아빠의 기분은 아직 충분히 좋습니다. 스파게티 한 포크를 더 뜨고 우물우물하며 방금 썼던 글을 복기합니다. 내 사진들을 찾아서 글 사이사이에 집어넣기도 합니다. 난 자고 있지만 아빠가 하는 행동, 아빠의 표정, 아빠의 마음까지 다 보입니다. 아빠는 지금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

아빠가 즐거워하는 걸 확인하고 나는 더 깊이 잠이 듭니다.

엄마가 일본어 수업을 마치고 우리한테 오실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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