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9월
카나상이 떠났다.
어디 갈 곳을 정하고 떠났으면 좋았을 것을. 핫토리상과 사장님께 사직 의사를 비친 후 일주일 만에 홀연히 자취를 감추었다. 십수 년 간 몸담았고 두 딸을 먹여 살리던 직장에서 사라진 것이다.
카나상은 내가 좋아하던 동료 중 하나였다. 내가 그녀를 좋아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만나면 상대에게 밝게 웃어주며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2년 전 낯선 이곳에서 다시 직장 생활을 시작하면서 말도 서툴고 친한 사람도 없어 서먹서먹했을 때 그녀는 이방인이며 낙하산 같은 존재였던 나에게 상냥하게 대해 주었고 언제나 밝은 미소로 마주해 주었던 사람이다.
여직원들이 유난히 많은 우리 사무실에는 나이도 성격도 외모도 제각기 다른 10여 명의 여자 직원과 나를 포함하여 5명의 남자 직원이 일하고 있다. 스크랩을 처리하는 현장에는 대부분 남자 직원들이 일하고 있다.
사람들과 마주치면 웃으며 말을 걸고 인사하는 걸 좋아하는 나는 여기에 와서도 똑같이 했다. 그런데 반응이 사뭇 달랐다. 아침에 출근 카드 등록기를 찍으러 가서 먼저 와있던 여직원들에게 “오하이오 고자이마스 (굿모닝)~~” 하고 인사를 하면 몇몇 사람들이 말은 똑같이 “오하이오 고자이마스”라고 응수하면서도 내 쪽으로 얼굴을 돌리지 않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 그들이 자리에 앉아 있거나 서서 청소를 하고 있을 때 내가 그들을 향해 인사해도 고개를 내쪽으로 돌리지 않고 말 인사만 건네는 것이다.
처음에는 하던 일이 있으니 그런 것이려니 생각했다. 그런데 1년이 지나도 똑같은 모습이다.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혼자서 이런저런 이유를 생각해 보았다.
하나, 내가 높은 사람이 아니라서 편하게 대해도 된다.
둘, 나와 별로 친하지 않기 때문에
셋, 일본 사람들 인사하는 방식이 원래 이렇다.
넷, 하던 일이 있어서 고개를 돌리기가 어렵다
다섯, 남녀 내외를 하는 거?
근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인사할 때 살짝 눈을 마주쳐 주는 게 그리 어려운 걸까? 특히 좀 어리고 젊은 여자 직원들이 고개도 돌리지 않고 말만 하고 마는 경우가 많은데 시간이 흘러도 아직 적응이 되지 않는 부분 중 하나이다. 나도 꼰대가 된 걸까..
테니스장이나 성당에서 만난 사람들은 먼저 인사하면 반갑게 마주 보고 인사해주던 게 생각났다. 생각해보면 이 분들이 대개 내 나이 또래거나 50대 이상이신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이것은 세대차이??
궁금하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