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를 읽는 남자 7편

와타나베 씨의 죽음

by 안드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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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업무가 업무가 끝났다. 차에 시동을 걸었다. 곧 레나를 만나러 간다. 요 며칠 레나에 대한 감정으로 마음이 심란해졌지만, 막상 그녀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하니 심난했던 마음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이상하게 기분이 들뜨는 것이었다.


시동을 걸자마자 FM 라디오에서 노래가 흘러나왔다. 채널을 돌렸다. 자주 들리는 ‘노란 모자’ 보험 광고가 우스꽝스러운 멘트로 지나가고 있었다. 채널을 한 번 더 바꾸자 후쿠오카의 한 민영 라디오 방송국에서 뉴스가 보도되고 있었다.


“ 지난 새벽 3시 30분경 키타큐슈 북쪽 해변에 위치한 와코루 마을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키타큐슈 경찰에 따르면, 이는 폭력집단 계파 간 갈등으로 불거진 사건으로서 와코루 및 인근 일대를 관할하는 쿠니파와 와코루 지역 바로 아래 시내를 관할하는 카니야마파 사이의 영역다툼으로 보고 있습니다.
최근 몇 년간 시내를 중심으로 사업영역을 넓히고 세를 불리는 과정에서 카니야마파는 북쪽 해변에 위치한 와코루 마을의 양식업에 뛰어들었습니다. 그러나 와코루 지역은 전통적으로 토착 주민 출신으로 이루어진 쿠니파가 장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카니야마파가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부득이 부딪히지 않을 수 없었던 것으로 파악됩니다.
카니야마파 행동대원들 수십 명은 새벽을 틈타 쿠니파 부두목의 위치에 있는 나카지마 소지 씨의 주택에 침입했고 그곳을 지키고 있던 쿠니파 세력과 몸싸움을 벌이게 되었습니다.
…..”


“ 아, 이 새끼들! 정말 조용히 좀 살지. 왜 이리 설치는 거야?

지들끼리 해처 먹고 바싹 고개 숙이고 있을 일이지. 왜 동네방네

소문내고 사람들 불안하게 저 지랄인 거야? 못난 놈들!! “


켄타로는 야쿠자들 이야기가 나오자 조금 흥분하며 혼잣말을 해댔다. 어디에나 폭력조직들이 은밀하게 활동하고 있고 가끔씩 자기들끼리 치고받고 싸우는 걸 모르는 사람이 없으나 제발 조용히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다.


이나카 야키도리 식당


‘아, 오늘도 바로 들어가긴 글렀군!’


켄타로는 번호표를 받기 위해 꼬치집 종업원 곁으로 다가가 차를 대고 창문을 열었다.


12번.


‘지금 1차 손님들이 들어가서 한참 꼬치를 뜯고 있을 테니 12번이면 한 시간은 넘게 기다리겠군.’ 켄타로가 속으로 말했다.


번호표를 받은 그는 바로 마코의 집으로 향했다. 식당과 불과 15분 정도 거리에 있기 때문에 순서가 오기 전까지 충분히 그녀를 데리러 갈 수 있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차를 몰고 마코의 집으로 향했다. 마코의 집으로 가는 길은 북쪽 해안도로를 타게 되어 있었다. 비록 2~4차선의 좁은 도로이지만 가는 길에 논밭도 보이고 조금만 들어가면 바다가 지척인 곳이라 드라이브하는 재미가 남다른 길이었다. 더구나 마코를 만난 이후 매번 그녀를 데리러 가고, 데이트가 끝나고 데려다주는 이 길은 켄타로에게 새순이 돋은 연둣빛이었으며 꿈을 꾸는 보랏빛이었다.


잠시 후 그녀의 집 앞에 도착했다. 기와로 지붕을 이룬 단층 주택. 집 근처에는 약 예닐곱 가구가 역시 단층 혹은 이층으로 된 독립가옥으로 살고 있었다. 조금은 외진 느낌의 마을이었지만, 이곳에 살고 있는 주민들은 대부분 수십 년째 같은 곳에서 살고 있는 이웃이라고 마코가 이야기해 준 적이 있었다.


차에서 내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그녀를 기다렸다. 집 주변에 살고 있는 선명한 푸른 나무들이 이루는 숲과 논두렁의 익어가는 노란빛 벼이삭이 너무도 훌륭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힘들었던 나날 가운데 우연히 찾아든 파랑새와도 같은 그녀. 자신이 어떤 착한 일을 했길래 이런 사랑스런 여인을 만날 수 있었을까 문득문득 궁금해지기도 한다. 할 수만 있다면 최선을 다하여 그녀와 함께 하는 삶을 가꾸고 싶었다. 마코와 함께라면 자신의 삶도 저 초록빛 숲과 황금빛 들판으로 빛나게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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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그렇듯 이나카 야키도리 집의 저녁은 보상을 해주었다. 그렇게 푸짐하고 맛있는 꼬치고기를 그렇게 싼 가격에 제공해 주는 집은 이제껏 찾아볼 수 없었다. 주변에 상가도 없고 온통 주택가만 즐비한 곳에 덩그러니 위치한 그 집은 매일매일 손님이 줄을 서고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켄타로와 마코는 가장 좋아하는 삼겹살 꼬치를 각각 3개나 주문했고, 소고기, 가지, 마늘, 가리비, 은행, 아스파라거스와 베이컨말이, 피망, 닭똥집, 닭날개, 호르몽(내장), 오징어 꼬치 등등 먹고 싶었던 야키도리 메뉴를 잔뜩 시켜 허리띠가 뱃살을 조르도록 실컷 먹고 즐겼다.


약 2시간 동안 우유 거품과도 같이 부드러운 맥주 거품이 소복이 덮인 생맥주를 곁들여 꼬치구이를 맛있게 먹었고, 먹고 남은 나무 꼬치들이 수북이 테이블 위 통속에 담겼다. 가늘고 기다란 꼬치를 하나씩 통속에 넣으면 통속은 조금씩 비좁아진다. 30분, 1시간, 2시간이 지나면서 통속에 세워져 쌓여가는 꼬치들을 바라보면서 왠지 모를 흐뭇함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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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타나베 씨가

와타나베 씨가 죽었어. 켄짱”


“무슨 소리야? 와타나베 씨가 뭐라고?”


“죽었다고. 깡패들한테 죽었대…

새벽에 집으로 쳐들어온 야쿠자들한테

칼에 찔려 즉사했대…”


“무서워, 나, 무서워 죽겠어. 켄타로 씨…”


“내가 당신 집으로 갈게. 거기 그대로 있어.”



출근하기 위해 일어난 아침에 그녀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전화기 속의 마코는 덜덜 떨고 있었고 완전히 얼이 나간 것처럼 느껴졌다. 바로 옆에서 매일 같이 일하던 동료이자 상사인 와타나베 씨가 이제는 같은 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이다.


(계속)




*표지 및 유첨 그림 : 뉴질랜드 출생 극사실주의 화가 Jeremy Geddes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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