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해소
■ 요코하마 야마테 성당 고해실
결국 일은 주말까지 매듭지어지지 못했고 켄타로는 다음주에도 스즈키 부사장 일행과 요코하마에 머물며 내사를 진행하기로 되었다.
주일 미사에 가는 것이 합당했으나 그는 토요일 저녁 특전미사에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연고가 별로 없는 요코하마에 출장을 와서 주말이라고 특별히 할 일이 없기도 했거니와 솔직히 일요일보다는 토요일 저녁 미사가 조용하고 차분하니 좋을 거라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5시부터 숙소 근처 양식집에서 이른 저녁을 먹고 미리 찍어둔 야마테 성당이라는 곳으로 향했다. 노선버스를 타고 가장 가까운 곳에 내린다고 내렸는데 성당 근처가 아니었다. G맵을 이용해서 찾을 수도 있겠지만 평소 습관대로 길가는 행인을 붙잡아 물었다.
한 명의 동네 아주머니는 모르겠다면서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지나갔다. 또 한 명의 교복을 입은 여학생은 처음에 켄타로가 질문하는 걸 이해하지 못한 듯했다. 그가 몇 번에 걸쳐 가톨릭교회라고 목적지를 반복해서 말하고 나서야 아~ 하는 감탄사를 내뱉으며 손가락으로 방향을 가리켰다.
소녀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던 걸까. 설마 성당이 어디에 있냐는 질문 자체를 이해하지 못한 건 아니었을 거다. 그날 성적표가 나왔을지도 모르겠다. 좋아하는 동네 오빠에게 어떤 식으로 마음을 전할까 고민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최근 학교에서 요 며칠간 겪은 일들을 반추하며 혹시 자신이 이지메를 당하고 있는 게 아닐까 골똘히 생각에 잠겼던 순간인지도...
켄타로는 요코하마가 대도시가 맞나보다 스치듯 생각해 보았다. 왜냐하면 방금 지나친 한 명의 아주머니와 한 명의 교복입은 여학생 모두 미인축에 들었기 때문이다. 아주 오래 전 시대에는 물이 좋다거나 과일이 유명하다거나 해서 미인이 많이 나오는 지방이 따로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현대는 역시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대도시에 세련되고 외모가 출중한 사람들이 많아 보인다.
대성당 안을 들어선 시각이 6시 반을 막 지나고 있었다. 저녁 7시 미사였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주일미사보다 사람수가 적기도 했지만 30분 전이라 아직 신자들이 많이 도착하지 않았다.
켄타로는 평소처럼 제대가 코앞에 보이는 제일 앞쪽 좌석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가지고 온 백팩을 자리에 내려놓고 대성당 입구쪽을 살폈다. 오른편에 고해실이 보였는데 사제석 쪽 문 위로 전구에 불이 들어와 있었고 맞은편 신자석 출입문 위에도 불이 들어와 있었다. 즉, 지금 고해실에서 고백성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뜻이었다.
사뿐한 걸음으로 고해소를 향했다.
잠시 지난 잘못에 대해 정리를 했다. 죄를 고백하려면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지 생각해 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제대로 하려면 미리미리 충분히 성찰의 시간을 가지고 고백성사 전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 그러나 어쩐 일인지 평소에는 고백성사에 대한 의무는 까맣게 잊어버리고 주일에 성당에 도착하고 나서야 생각나곤 하는 것이었다.
마침 백발의 자그맣고 마른 체격의 할머니 한 분이 고해소 문을 나오고 있었다. 켄타로가 천천히 문을 열고 그 작고 아담하며 고요한 공간에 들어선다.
고해소 안은 나무 냄새가 났다. 그리고 약간의 화학성분 냄새가 섞여 있었다. 외장 코팅재의 그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 고백성사 본 지 3개월 되었습니다.
지난 달 관동지역 출장을 가서 주일 미사를 지키지 못했습니다. 여자 친구가 바빠서 저한테 연락을 잘 못하는데 이게 서운해서 몇 번 말하다가 개선이 안 되어 화를 자꾸 내게 됩니다. 화내지 않고 잘 말하고 싶지만 내 뜻대로 되지 않아 그녀에게 말로 상처를 주었습니다.
... "
밖에서 잠시 생각한 것을 읊었다. 아니 죄를 고백했다.
" 네, 그래요. 일을 하다 보면 부득이하게 주말에 미사참례가 어려운 경우가 생기지요. 하지만 잘 생각해 보면 그건 주일미사가 기본으로 고정된 일정이 아니어서 급한 일이 생기거나 몸이 피곤하다거나 할 때 후순위로 밀리는 것일는지도 모르겠어요. 가능하면 우리가 매일 밥을 먹지 않으면 안되는 것처럼 주님과의 약속을 우리에게 생명을 주는 미사 시간을 제일 기본으로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여자친구한테 많이 서운하시군요. 이해합니다. 사랑하는 사이에 균형이 깨어지면 한쪽이 너무 힘들어지기도 하는 것 같아요. 여자친구와 기분이 좋을 때 이 문제에 대해서 다시 한 번 담담한 마음으로 이야기를 나누어 보세요. 그러면 서운해서 바로 말다툼을 할 때보다 서로 상대방의 입장을 더 잘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합니다.
보속으로 여자친구에게 손편지 한 통 쓰기와 여자친구의 건강과 행복을 지향하는 묵주기도 5단을 하십시오. "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