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보좌신부
[요코하마 야마테 성당]
신부의 목소리는 나직했고 부드러웠다. 죄의 고백을 듣고 들려주는 그의 말은 죄인에 대한 책망이 아니었고 어린 자녀의 잘못을 자애로운 마음으로 타이르는 부모의 모습을 닮아 있었다. 보속으로 여자 친구에게 손편지를 쓰라니... 평생 한 번도 받아 보지 못했고 들어 보지도 못한 신부의 보속 숙제였다.
켄타로는 낯선 곳, 낯선 성당의 고해소 안에서 마치 적당히 따스해서 행복감을 느끼게 해주는 온천수에 들어간 기분을 느꼈다. 참 묘한 느낌이었다. 그저 묵은 죄를 고백하고 숙제를 해치운다는 생각으로 고백성사에 임한 것인데 지금 그가 경험하고 있는 것은 전혀 기대하지 못했던 평온함과 안정감이었다. 또한 삶에 대한 애착이 다시 강렬하게 샘물처럼 솟아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것은 이러한 충만함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켄타로는 그런 기쁘고 행복한 감정의 물결 사이로 스며드는 먹물 줄기를 보고야 만 것이다.
투명한 물 사이로 퍼져나가는 잉크처럼 그 까만 먹물은 점점 선명하게 켄타로의 머릿속을 장악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의미의 실체가 보이기 시작했을 때 그는 적잖이 당황하고 말았다.
그가 읽어내고 있는 메시지가 다름 아닌 고해소에서 마주 앉아 그의 고해를 듣고 있던 신부에 관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아! 이건 정말 아니잖아... 난 지금 내 죄를 고백하고 있다고. 내가 신부님의 고백을 들어야 하는 입장이 아니란 말이야!! ' 그는 마음속으로 누군지 모를 대상을 향해 탄식과도 같은 힐난의 말을 던졌다.
[바로 전날]
사제관 우편함 속 여러 우편물들 가운데 크림 빛깔 봉투의 편지가 한 통 섞여 있었다. 젊은 보좌신부는 우편물들을 가지고 방으로 들어갔다. 먼저 그 편지를 개봉했다.
당신을 사랑해요.
이 세상에 태어나 당신을 만나고 당신을 알게 되고 당신을 사랑하게 된 것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전 이제 당신을 놓아 드리려고 합니다.
만일 제가 당신을 붙든다면 당신은 저 하나를 온전히 행복하게 해주겠지만, 제가 당신을 놓아 드린다면 수많은 양들의 삶이, 그들의 영혼이 행복해질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믿는 그분의 뜻을 저버리지 마세요.
저는 괜찮을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우리 함께 기도하며 이 시간의 강을 무사히 건너가도록 해요.
당신을 위해 또 나 자신을 위해 기도할게요.
편지지 위로 투두둑 눈물방울들이 떨어져 내렸다.
(계속)
죄를 읽는 남자 1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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