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적인 만남
[청년 성서모임]
요코하마 태생의 젊은 도미니코 신부는 사제 서품을 받기 몇 년 전에 부제 신분으로 청년들과 함께 '성서 모임'에 참여한 적이 있다. 일주일에 한 번 수요일 저녁 일곱 시부터 대략 아홉 시까지 진행되었던 그 모임은 대부분 이십 대부터 삼십 대 초반의 젊은이들이 주축이었다.
도미니코 신부 자신도 피가 끓어오르는 이십 대 후반의 젊은이였기에 또래의 청년들과 함께 하던 그 시간이 너무나 소중하고 기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가 포함되어 있던 모임의 리더는 성가대 활동도 같이 하던 젊고 열정이 넘치던 여자였다.
히로세 나에.
스물한 살을 갓 넘기며 한 떨기 꽃으로 피어나려 하고 있었다.
수도원에서 늘 동성의 수도자들과 마치 군대와도 비슷한 건조하고 단순한 생활을 해오던 그에게 여러 사람들이 모인 지역 성당에서의 활동은 새로움 그 자체였다. 게다가 한창나이의 물오른 젊음을 구가하던 여인들과의 만남이라니. 오랫동안 수도 생활로 단련한 그였지만 이런 환경의 변화는 그로 하여금 평정심을 유지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그동안 잠자고 있던 내면의 에너지가 한꺼번에 폭발했다고 해야 할까.
첫날의 장면은 아직도 그의 머릿속에 선명한 그림으로 남아 있다.
성당 2층의 한 회합실에서 '청년 성서모임' 그 첫 시간이 시작되었다. 회합실의 조도는 비교적 어두운 분위기로 밝혀져 있었고 평소 열을 지어 가지런히 놓여 있던 책걸상들이 모조리 회합실 뒤편으로 붙여져 있었다. 방 한가운데에 의자가 동그랗게 원을 그리며 배치되어 있고 회합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은 각각 원을 그린 의자 하나씩을 차지하고 앉게 되었다.
단발머리 스타일의 어떤 앳된 여자가 밝게 웃으며 들어오는 사람들 하나하나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 웃음. 양쪽으로 보조개가 깊게 패이는 그 해맑은 웃음. 그건 당시 도미니코 부제를 어느 정도 충격에 빠트린 주범이었다.
' 아! 참으로 어여쁜 사람이다. 저렇게 뽀얀 피부를 가진 여인이 저렇게 조각한 듯한 보조개를 피우며 웃는다. 과연 내가 살아오면서 저런 아름다운 미소를 본 적이 있었던가..' 도미니코 사제는 그 당시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리더 히로세 나에의 안내를 받은 사람들이 각자 돌아가며 자기소개를 간단히 했다. 심리학을 공부한다는 남자 대학생이 있었고, 헤어 디자이너라고 소개를 한 멋진 차림새의 30대 남자가 보였다. 휴학을 하고 현재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하고 있다는 20대 여자도 있었고, 치과에서 치기공사로 일하고 있다는 중국인 여자도 있었다. 그리고 나머지는 도미니코 부제와 리더인 히로세 나에였다.
히로세는 이미 3년 전부터 청년 성서모임 프로그램을 시작해서 창세기, 탈출기, 마르코, 요한의 모든 과정을 다 마쳤다. 요한을 제외한 앞서 세 단계 프로그램의 경우, 과정 이수 후에 주어지는 연수 프로그램까지 마친 봉사자였다. 대학생 신분이라 상대적으로 시간적인 여유가 있기는 했지만 한 과정과 연수 프로그램을 마치는 데 보통 4~6개월이 걸리는 걸 감안하면 대단한 열정과 정성이 아니고서는 어려운 일을 해낸 것이다.
청년 성서모임에 대해서 그날 모인 청년들에게 설명하고 있는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느껴지는 바가 있었다. 그녀가 이 모임에 대해 얼마나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는지, 얼마다 뜨거운 열정으로 새로운 젊은이들을 끌어들이고 있는지, 그날 함께 했던 어느 누구라도 깨닫지 못할 리가 없었다.
청년 부제 도미니코는 그렇게 그녀와 만났다.
그것은 운명이었으며 또한 시련의 예고였다.
(16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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