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노 아야코의 <약간의 거리를 둔다>를 읽으며
"회사는 사랑하지 않는 것이 좋다"
회사나 조직을 사랑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사랑은 사랑의 시작과 동시에 눈을 멀게 만든다. 이성을 향한 깊은 애정만 그런 것이 아니다. 회사를 사랑하기 때문에 자신과 상관없는 인사 문제에 쓸데없이 간여하고, 그만 둔 후에도 영향력을 행사하려 들고, 남아 있는 동료를 귀찮게 만든다.
회사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예컨대 구조조정의 광풍이 휘몰아쳐도 절망하지 않는다. 마음에 들지 않는 조직에 매달려 괴로워하지 않아도 된다. 세상에 절대적인 것은 없다. '퇴로'를 미리 계산해두지 않는 것이야말로 잘못이다.
욕심부리지 않는다면 도망칠 길은 얼마든지 있다. 지금과 같은 생활을 앞으로도 유지해야 한다는 욕심 때문에 달라지지 못하는 것이다. 인생의 기본은 소박한 의식주의 확보로 충분하다. 죽지 못해 산다는 말은 죽지만 않으면 사는 것쯤은 충분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나는 누군가에게 영혼을 팔지 않고 살아가는 것보다 훌륭한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세상 무엇보다 나를 더 사랑하는 게 옳은 일이라고 믿는다.
- 소노 아야코 에세이 중에서 -
다시 한 번 이직하는 일과 독립이란 걸 생각하고 있다. 새로운 삶을 선택하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이다.
내 안의 한 목소리는 지금의 직장과 삶에 안주하지 말라고 한다. 그렇게 주저앉을 때가 아니라고 아직 더 넓은 세계가 있다고 외친다.
또 하나의 목소리는 현실을 직시하라고 한다. 이렇게 안정된 직장과 고요한 삶을 포기하고 다시 언제 마지막이 될지 모를 미지의 일터,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전쟁을 왜 굳이 치르려 하냐고 반문한다.
1. 너는 지금의 직장과 삶에서 생긴 문제 때문에 대안을 생각했다. 그런데 그것이 인내의 부족 때문이라는 생각은 해보았나?
- 맞다. 갈등과 문제가 느껴져 이직과 독립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인내의 부족이라 여기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직 혹은 독립 후의 삶이 틀림없이 지금보다 더 힘들어질 것을 알면서도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방향이라면 인내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2. 새로운 것은 언제나 매력적이고 달콤해 보인다. 냉철하게 바라본다면 새로운 선택이 정말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가져다 줄 거라 확신하는가?
- 확신하지 못한다. 솔직히 말하면 새로운 선택으로 인해 경제적으로도 더 힘들어지고 또 몇 년 안에 같은 고민을 하게될까봐 두렵기도 하다.
하지만 충분히 고민하고 생각하며 지인들의 조언도 들은 후, 더 나은 미래를 보고 가는 거라 판단된다면 그 선택으로 인한 리스크는 떠안고 가야만 한다.
실패할 수도 있지만 자신 있다. 지금 내가 가진 경력과 능력을 이용해 새로운 곳에서도 성실히 꾸준히 일하고 살아간다면 결국 해낼 수 있다고 믿는다.
소박함으로 만족하던 나의 모습을 생각해 보며 진짜 원하는 길이 무엇인지 두려움을 이기고 찾아가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