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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아침

토쿄 아키하바라에서

by 안드레아

해가 가로로 비치는 시간

인적 드문 평일 도시의 이른 아침


밤이면 현란히 빛나는 이곳의 골목길을

이른 아침에 걷는 느낌은 사뭇 다르다.


칙칙한 회색빛 건물들 사이로

드문드문 어떤 모습들이 눈안에 들어온다.


빌딩 정문 앞에 놓여진 작은 화단

붉은 벽돌 옆에 푸르게 빛을 내는 나뭇잎들

조화로 꾸며진 가게 입구

비둘기들이 윤슬로 반짝이는 운하 주변에 열을 지어 앉아 있는 모습


공공화장실 옆에서 아침을 맞는 노숙자

굳게 닫혀 있는 작은 상사의 스텐레스 셔터

유흥가 골목길 전봇대 옆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쓰레기더미


틀림없이 비쌀 것으로 생각되는 빌딩들 사이로 박혀 있는 개인 주택을 보며 생각한다. 이 집 주인은 부자가 되었을까. 이런 데서 계속 사는 이유들에는 어떤 게 있을까.


걷다 걷다 큰길가로 접어들자 이른 아침부터 일터로 향하는 검고 어두운 색 옷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순간 약간의 이질감을 느끼며 - 하얀 바지를 입고 있어서인지 - 잠시 움찔하는 나


다시 발길을 돌려 안쪽 길로 접어든다.

태양이 아직 일어나지 않았을 때

가로로 비치는 볕을 받으면

세상은 콩크리트마저 반짝반짝 빛난다.


걷는 게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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