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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드레아 Aug 07. 2017

백핸드를 정복해야 한다!

테니스 백핸드, 투핸드로 갈 것인가 원핸드로 남을 것인가

로저 페더러의 발레 포즈와 같은 아름다운 백핸드 샷


백핸드 스트로크에서 투핸드가 대세인 현실


 요즘은 백핸드를 할 때 투핸드가 대세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테니스 플레이어 가운데 로저 페더러를 빼놓고는 대부분 백핸드 스트로크를 할 때 두 손을 사용하는 것 같다. 현재 테니스장에서 코치로부터 레슨을 받을 때에도 투핸드로 가르치는 경우가 많아 보인다.


 일본에 와서 도장깨기처럼 여러 클럽을 다니며 시합을 해왔다. 나의 주 무기는 강력한 점프 서비스와  탑스핀이 들어간 포핸드 스트로크 그리고 빠른 발이다. 그에 비해 발리와 백핸드 스트로크는 완성도가 좀 떨어진다. 그러나 서비스 게임은 플랫과 탑스핀 서비스를 마음대로 원하는 곳에 집어넣는 편이라 쉽게 따 낸다. 승패의 갈림은 상대의 서비스 게임에서 몸 왼쪽으로 들어오는 서비스를 얼마나 잘 받아내는가와 발리에서 실수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농구에서 테니스로 복귀하며


 내가 처음 테니스를 시작한 중학교 3학년 때(1988년)는 백핸드를 투핸드로 가르치는 곳이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6개월 정도의 레슨을 받으며 포핸드 스트로크, 서비스, 발리, 스매시, 백핸드 스트로크, 로브 등을 배웠다.


 당시에는 키가 아직 다 자라지 않아서 서비스를 할 때 각도가 충분하지 않아 빠른 스피드의 서비스에서는 성공률이 떨어졌다. 그때 고민하다 스스로 찾은 해법이 점프 서비스였다. 중학교 3년 동안 단거리 100m와 110m 허들 선수 생활을 하면서 하체를 단련했기 때문에 강력한 점프력을 갖게 되었다. 테니스 서비스에서 그 점프를 이용하자고 생각한 것이다. 처음에는 점프를 하면서 공을 정확히 맞추는 일이 쉽지 않았지만 점점 완성도를 높여갔고 결국에는 스피드와 정확도를 모두 갖는 강력한 서비스를 구축하게 되었다.

점프 서비스 (라인크로스는 봐 주세용 ^^)

 고등학교에 들어온 이후로 중국에서 근무하던 30대 중반에 이르기까지는 테니스보다 농구를 훨씬 즐겼다. 그러나 중국에서 길거리 농구를 하다가 패싸움이 일어나는 광경을 목격하고는 몸싸움이 없는 스포츠로 갈아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런 차에 성당 주임 신부님을 비롯해 많은 교우들이 테니스를 즐기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 회사에 입사해서 1년에 한두 번 테니스 활동을 했던 걸 제외하고 - 거의 20년 만에 다시 테니스 라켓을 쥐게 된 것이다. 그때가 2009년의 일이다.


 테니스로 복귀하기 전까지는 세상에서 농구보다 매력적인 스포츠가 있을까 생각하며 미친 듯이 농구에 빠져 지냈다. 그러나 일단 테니스의 손맛을 느낀 이후로는 농구에 대한 애정이 급속히 식기 시작했다. 중국에 주재원으로 파견 나가 있을 때 출장이나 손님과의 약속이 없는 주에는 일주일에 평균 세 번은 테니스장에 갔고 이따금 다섯 번 혹은 여섯 번까지도 테니스 게임을 즐기곤 했다. 가끔 쉬는 날에는 오전에 서너 시간을 치고 점심도 제대로 먹지 않은 채 또 오후에 다른 클럽에서 다시 서너 시간을 테니스에 빠져 지내기도 했다.


최고수가 되기 위한 걸림돌


 그렇게 3년 정도를 미친 듯이 테니스와 사랑에 빠지면서 실력이 향상되었는데 이른바, '금배조'라 불리는 고수들과의 경기에서는 무언가 아쉬운 점이 많았다. 그건 바로 '포핸드 및 백핸드 발리' 그리고 '백핸드 스트로크'였다.


 일본에 와서도 이 고민은 계속되었는데 수많은 클럽과 시합에서 승리하고 좋은 성적을 거두었지만 나는 아직 최고가 아니었다. 여기에서 만났던 최고수들은 단지 서비스나 포핸드만 잘하는 것이 아니고 발리와 백핸드 스트로크, 거기에 로브나 드롭샷 같은 기술까지 완성도를 높인 플레이이어들이었다. 나의 발리는 완성도가 조금 떨어지지만 순발력과 파워가 가미된 발리를 구사할 수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커버가 되었다. 그러나 단식경기에서 오랜 기간 투핸드 백스트로크를 안정적으로 만든 상대를 만나면 백핸드 싸움에서 밀리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투핸드 고수들은 집요하게 나의 왼쪽을 공략했고 내가 백핸드 슬라이스로 어떻게든 막아내면 '다운더라인'으로 내 오른쪽 빈 공간을 공격했다.



투핸드로 전향할 것인가 페더러의 원핸드 스트로크로 밀어붙일 것인가!


 출장을 다니면서 일과를 마치고 혼자 호텔방에서 시간이 날 때 선수들의 플레이 영상을 자주 보곤 한다. 선수들의 체격 조건이나 기술 수준이 일반인의 것과 상당한 수준 차이가 나지만 영상을 보고 트레이닝을 하는 것이 나름 상당한 도움을 준다는 걸 경험적으로 깨닫고 있다. 세계적인 선수들처럼 파워풀한 스피드의 서비스를 하거나 엄청난 탑스핀으로 엔드라인에서 공이 뚝 떨어지는 스트로크를 날리지는 못하겠지만, 서비스를 어느 공간으로 해야 효율적인지, 서비스 그립은 어떻게 잡는지, 상대를 무너뜨리기 위해 어떻게 공간 찔러 넣기를 해야 하는지, 스트로크나 발리 시 자세가 어떤 높이 어떤 포즈가 되어야 하는지 등 배울 수 있는 것들이 엄청나게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불과 두 달 전까지는 백핸드 스트로크를 지금의 원핸드에서 투핸드로 교정하는 방향으로 심각하게 고민했다. 그러나 어느 날 문득 페더러의 경기 영상을 보며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나달이나 조코비치 혹은 예전의 안드레 아가시와 같은 유수의 플레이어들의 강력하고 안전한 투핸드 백핸드 스트로크에 맞선 페더러의 원핸드 백핸드 스트로크! 아! 이것은 보는 이로 하여금 탄성이 자아내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예술의 경지였다. 어떤 경기에서는 페더러가 오히려 포핸드 싸움보다, 이 발레와 같은 아름다운 투핸드 백핸드 스트로크로 상대를 무너뜨리며 더 많은 득점을 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페더러식 원핸드 백핸드 스트로크의 실험


 한 달 전부터 나는 페더러의 백핸드 동작을 이미지로 기억하며 실전에 응용하기 시작했다. 그전까지 나는 백핸드 스트로크를 칠 때 연식정구(소프트 테니스)의 백핸드처럼 포핸드와 백핸드 타격면이 같은 방식의 스트로크를 구사했었다. 이러한 방법은 높은 볼이 올 때는 성공률이 높지만 낮은 볼이 들어올 때에는 대응하기가 어려웠다. 왜냐하면 나의 포핸드 그립이 웨스턴으로 상당히 라켓을 눕혀서 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페더러처럼 백핸드 스트로크를 구사할 때, 순간적으로 포핸드의 웨스턴 그립을 이스턴으로 바꾸면서 포핸드 스트로크의 타격면과 반대의 면으로 백핸드 스트로크를 치면, 낮게 들어오는 공도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이것은 당연한 말처럼 들리지만, 그동안 그 원리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고 연식정구처럼 백핸드 스트로크를 구해해 왔던 나에게는 일종의 구원과도 같은 깨달음이었다.


 막상 이 방법으로 백핸드 스트로크를 실전에 투입하면서 감을 익히기 시작하니까 백핸드 스트로크가 급속도로 좋아지는 걸 체감했다. 낮은 공을 매번 슬라이스로 대응하다가 이스턴 그립의 백핸드 스트로크로 받아치게 되자 당연히 공의 스피드가 빨라졌고 무엇보다 공이 상대의 왼쪽 공간으로 깊숙이 들어갈 수 있어 매우 효과적이었다.


 이제 우리나라로 돌아가게 되면 '레슨'을 받아 볼까 생각한다. 특히 백핸드와 발리를 최고 수준으로 올리기 위해서 전문 코치의 트레이닝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코치와의 상담을 통해 지금 내가 깨달은 페더러식 원핸드 백핸드 스트로크가 나에게 더 좋을지 아니면 투핸드로 완전히 전향하는 것이 좋을지 결정할 것이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원핸드로 완성도를 높여가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어느 정도 자신감이 생긴 상태이다.


 빨리 우리나라에 돌아가 최고 수준의 플레이어들과 자웅을 겨루고 싶다.


 기다리시라!  앤디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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