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날의 원주행
고속버스를 타고 나른한 일요일을 달린다. 훌쩍 커 버린 딸과 점심을 같이 먹으러 가는 길.
강원도를 향하던 길은 늘 차분하고 들뜨고 애잔하며 희망적이었다.
미리 도착해 딸의 수업이 끝나기를 기다린다. 가방 속엔 딸에게 줄 생일 선물이 숨어 있다. 취향을 잘 맞추지 못하겠지만 보통 아빠처럼 투박하게 준비했다. 그 시계가 딸의 손목에 차일지 아니면 책상 서랍 속에 얌전히 들어 앉아 있게 될지 나는 알 수 없다.
이렇게 딸을 만나러 가볍게 떠날 수 있는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눈앞의 풀잎 한 자락이 미풍에 흔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