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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드레아 Apr 29. 2018

차이티 라떼

  지금 내가 꾸역꾸역 마시고 있는 음료의 이름은 '차이 티 라떼'.

그리고 함께 주문한 디저트는 '생크림 카스테라'.



  이 음료를 주문해서 10여분 기다리는 동안에도 그 맛이 어떠했는지 떠 올리지 못했다. 쟁반 위에 생크림 카스테라와 나란히 올려진 차이티 라떼를 들고 소파 자리에 앉았다.


  인도 델리에서 마지막으로 마셨던 딸기 스무디가 원인이었을 거라고 추측하며 하루종일 꾸르륵거리는 배를 어루만진다. 그래서 따뜻한 음료를 고른 것이다. 메뉴에서 처음 골라 주문했던 자몽티가 바닥나서 자몽티 위에 쓰여 있던 차이티 라떼를 별 의식 없이 시켰다.


 이런! 망할!


  지난 번에도 시켜 먹고 욕이 나왔던 그 맛이다. 시나몬 맛이 나는 이 물약 같은 음료. 왜 이걸 기억하지 못하고 나는 또 같은 걸 아까운 돈을 주고 마시고 있는 건가.


  게다가 가만히 기억을 더듬어 보니 지지난 번에도 나는 똑같은 실수를 틀림없이 했었다. 그때도 이 빌어먹을 차이티 라떼를 시키기 전에 먼저 마시고 싶었던 차가 없었다. 차이티 라떼가 뭔지 모르지만 그냥 괜찮겠다 싶어 골랐다. 그리고 오늘처럼 그리고 지난 번처럼 후회했던 기억이 이제서야 툭 튀어나온다.


  데자뷰 현상과도 같은 일을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겪은 것이다. 아니 어쩌면 세 번일는지도. 도대체 왜 그 싫었던 경험을 기억하지 못하고 여러 번 반복하고 있는지 스스로 놀랍다.


4월 마지막 주일의 명동성당

  지금 내 입안은 그 물약과도 같은 달달함과 생크림 카스테라의 느끼함으로 얼룩져 있다. 이걸 중화시키기 위해 저녁 식사는 고소한 흑돼지 삽겹살로 가고자 한다. 배탈이 난 상태지만 아까 회현역 근처의 한 약국에서 약을 사 먹었으니 좀 나아지지 않을까 기대한다. 나에게 약을 골라 주시던 약사는 60대 초로 보이는 신사였다. 아마도 30년 이상 이 오래된 거리에서 약을 짓고 아픈 사람들을 상대하지 않았을까 싶었다.


  복잡한 거리의 카페 한 구석에서 지친 몸을 벽에 기대며 졸다 일어나니 어깨에 한기가 느껴진다. 꾸르륵거리던 배가 조금 나아진 것 같다. 미세먼지로부터 제법 자유로웠던 사월 푸른 하늘의 하루가 저물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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