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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드레아 Jul 22. 2018

지금의 직장을 떠나면 15편

2차 면접 및 과제물 제출

2차 면접


[2018년 11월]


 1차 면접이 끝나고 나서 좀 시간이 걸릴 거라 생각했다. 처음에 입사 지원 서류를 접수하고 나서 서류 합격자 발표 때까지는 몇 주가 걸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며칠 지나지 않았는데 회사에서 연락이 왔다. 2차 면접을 보고 싶다는 내용이었는데, 원래 예정된 2차 면접 일정대로라면 내가 일본으로 돌아갔다가 다시 한국으로 와야 했다. 고맙게도 회사에서 예정된 일정을 앞당겨 일본으로 내가 돌아가기 전에 2차 면접을 볼 수 있도록 배려해 주었다.  


 실은, 만일 일정이 여의치 않다면 화상 통화를 통한 면접도 가능하다는 회사측의 이야기가 있었다. 그러나 미국이나 아프리카에 사는 것도 아니고 가까운 나라 일본에 살고 있는 입장에서 화상 면접은 옳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조건 비행기를 타고 가겠다고 했다. 화상 면접을 통해서 회사는 나의 일부를, 나는 면접자들의 일부를 볼 수 있고 의사소통이야 되겠지만 충분하지 않게 느껴졌다. 직접 만나 서로의 눈을 지근 거리에서 마주보며 목소리의 파동이 공기를 타고 전해져 오는 것을 느껴야 했다.


 " 그래서 만일 본인이 해외법인에 나가게 된다면 어떻게 일을 해나가실 것 같아요? 본인만의 어떤 전략이나 방법이 있다면 한 번 말씀해 주세요. " 

2차 면접에서 면접관으로 나온 해외사업총괄본부의 본부장이라는 직함을 가진 분이 호의나 악의가 절제된 말투로 질문을 던졌다.


 회사에 대해 나름 알아보고 온 상태였지만 여전히 생소한 분야였고 지식과 경험이 일천한 상황에서 대답하기 쉽지 않은 질문이었다. 아주 짧은 순간 쉼표를 찍고 입을 열었다.


" 교육 서비스 비즈니스 경험이 없는 제가 지금 당장 해외 현지법인에서 어떻게 일할 것인지 전략적으로 접근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비즈니스도 역시 사람이 핵심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예전의 필드에서 일적으로 누군가를 알고 함께 일하게 되면 그 사람을 일의 관계에서 끝내겠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일을 잘 하기 위해서 상대와 인간적으로 친해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지만 일 자체보다는 사람대 사람으로서의 만남을 생각했고 결국 개인적인 친구가 되기를 희망했습니다. 일을 통해 만난 사이지만 친구를 만든다는 마음이 더 강했던 것 같습니다. 일이 잘 되면 더 좋겠지만 최선을 다해서 일하고 잘 안 될 수도 있는데 그건 어쩔 수 없고, 이렇게 알게 된 사람과 친구로 남기를 더 바랐던 것 같습니다.

 지난 일터를 생각해 보면 그렇게 사람을 대하는 진심은 결국 전달이 되는 것 같았고 서로 일적인 관계가 단절되어도 개인적인 친분으로 계속 연락을 하고 만남을 지속하는 경우도 따랐습니다. 때로는 그 회사를 떠나 몇 년이 지난 후에 다시 연락이 닿아 다시 한 번 새로운 비즈니스로 함께 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아마도 저는 새로운 일터에서 여전히 이렇게 관계를 맺고 일을 하고 친구를 만들며 살 것 같습니다. "


 면접관은 참을성 있게 나의 대답을 들어 주었으나 썩 만족스러운 표정은 아니었다. 아니나다를까 인간관계론에 대한 이야기도 좋지만 뭔가 보다 구체적인 경영 전략이나 노하우에 대해 듣고 싶어하는 눈치였다.


 나 역시 대답을 장황하게 늘어놓기는 했으나 면접관이 듣고 싶어하는 대답을 시원스럽게 하지 못한 것 같아 조금 답답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내게 준비되지 않은 답을 정답을 말해야 하는 압박감으로 설명하기 시작하면 틀림없이 공감하기 어렵고 자신 없는 이야기가 될 게 뻔했다. 면접관에게 그런 나의 한계를 인정하는 표현을 했고 면접관도 아쉽지만 그 정도로 넘어가 주는 것 같았다.



면접 후 과제물 제출


 2차 면접의 면접관은 뽀얗게 하얀 얼굴의 생각보다 젊은 얼굴이었다. 짐작은 했지만 나중에 들어보니 실제 생물학적으로 나보다 어린 분이었다. 일본에서도 손아래 상사를 모시고 일한 경험이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경험이 없어 앞으로 이 회사를 다니게 되면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될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 좋습니다. 그럼 제가 과제를 하나 내어 드릴게요. 우리가 이야기했던 지역의 시장을 분석해 보고 앞으로 어떻게 진출하면 좋을지 리포트를 하나 써 보세요. 양식이나 분량은 자유입니다. 전문가적 견해보다는 자료를 어떻게 접근해서 분석하는지 논리가 어떤지 본인의 생각이 어떤지 한 번 보고자 합니다. "


 2차 면접이 끝나면서 주어진 과제물은 퍽이나 부담스러운 주문이었다. 당시 느낌으로는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감이 잘 오지 않았다.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 어설픈 결과물을 제출한다면 교육 서비스 전문가들이 코웃음칠 리포트가 될 수 있었다. 게다가 과제 제출 시한으로 주어진 기간 대부분이 가족들과 휴양지로 놀러가 보낼 시간과 겹쳐 있었다.


  결국 노트북을 가지고 가족여행을 떠났다. 그리고 불안한 마음으로 일정을 보내다 여행 마지막 며칠은 새벽 시간 모두가 잠든 사이 작업을 진행했다. 처음 며칠은 자료를 수집하고 읽고 메모를 하다가 글의 순서를 잡으면서 리포트가 한 장 한 장 채워졌다.

 칠흑같이 어둡던 바닷가에 동이 틀 무렵 웅크렸던 몸을 노트북 위로 일으키며 기지개를 켰다. 빈 챕터의 마지막 문장을 끝내고 리포트 전체를 쭈욱 훑어 전체적인 글의 균형과 부족한 부분을 강박적으로 살핀 후였다.


 입사 후 몇 개월이 지나 그때 쓴 리포트를 다시 읽게 되었다. 제출 후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는데 다시 읽어 보니 회사의 현실이나 방향과는 맞지 않는 내용이 눈에 확 들어왔다. 순간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그 리포트를 읽으며 면접관들이 어떤 웃음을 지었을지...


 직장생활 18년 동안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일터에서 19년차 직장인으로 산 지 7개월이 지나가고 있다. 그 짧은 시간 안에 많은 것이 달라지고 말았다. 내 삶의 방향이 각도를 꽤나 많이 튼 것이다. 내가 튼 것인지 삶이 튼 것인지 잘 구분이 되지 않는다.


 목표는 새로 설정되었다. 마음의 준비는 끝났다. 다시 한 번 붙어 보자. 나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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