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드레아 Jan 09. 2019

별님에게


별님, 오늘도 그곳은 많이 추운가요?

주말인데 여전히 꽉 찬 일정으로 바쁘게 보내고 있을까요?


이곳은 1월에도 반팔을 입을 수 있을 만큼 날씨가 온화하네요. 어제 낮에는 마치 초여름 날씨처럼 덥다는 느낌마저 들었어요. 나는 운동을 좋아하니까 춥지 않은 겨울이 마음에 들어요.


별님을 자주 만날 수 없어서 아쉬워요. 별님의 얼굴은 지금도 매일매일 조금씩 변해가고 있을 텐데 내가 옆에서 그걸 관찰할 수 없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생각하곤 해요.


아마 우리가 같이 살고 있다면 주말 어느 여유로운 한때엔 달콤하고 상큼한 젤라토를 숟가락으로 퍽퍽 퍼 먹으며 수다를 피웠을 테지요. 아니면 둘이 머리를 맞대고 앉아 절충안으로 채택한 영화를 보러 가서, 중간에 팝콘을 놓고 손이 찐덕거리는 걸 마다하지 않은 채 스크린 속에 빠져 있었을지도 모르겠네요.


별님!

사람의 운명이라는 게 있을까요?

인간의 자유의지를 믿지만 내 운명을 내 자유의지로 만들어 온 것인지 잘 모르겠어요.


별님과 함께 하던 그때, 회사에서 정신없이 일에 매달리다가 주말이면 미사 시간 턱걸이하며 성당에 가고, 작고 소중한 별님 곁을 지키던 그때에는 내가 별님을 이렇게 멀리 떠나게 될 줄 알지 못했어요.


영화 인터스텔라의 장면이 생각나요. 바로 눈앞에 사랑하는 이가 손에 닿을 듯 보이지만, 결코 만질 수 없고 아무리 크게 소리쳐도 사랑하는 이는 듣지 못하죠. 이따금 나는 폐소 공포와도 같은 숨 막힘을 느낀답니다. 그때는 가능하면 먼 곳을 바라보려고 애써요. 그런 공포감에 단 10분이라도 계속 사로잡히면 아마 나는 탄성을 잃고 미쳐버릴 거예요. 이따금 별님을 눈앞에서 볼 수 없는 상태가 나를 그런 패닉으로 몰고 가려 해요. 잠을 자다가 어떤 순간에 갑자기 공포감이 엄습할 때가 있어요. 눈을 떠도 뜬 게 아니에요. 두꺼운 커튼에 달빛마저 차단된 완전한 어둠 속에 갇혀 있기 때문이죠. 불을 켜야만 해요. 그대로는 결코 잠들 수 없어요.


별님,

그래도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심각한 정도는 아니랍니다. 아주 잠시 있다 사라지는 고통에 불과해요.


그보다 별님!

지금은 무얼 하면서 가장 행복한 느낌이 드나요? 별님이 매일 하루를 보내면서 사소한 행복을 자주 느끼길 진심으로 바란답니다.

학교 가는 길에 문득 올려다 본 하늘 색깔이 파란 게 너무 이쁘다 생각하고, 친구가 쪽지에 쓴 짧지만 우정이 묻어 있는 메모를 보고 마음이 뿌듯하고, 숙제를 끝낸 후 잠시 허락된 시간에 웹툰을 보며 낄낄대고, 선물로 받은 전동 외발휠을 타고 사람 드문 길을 미끄러지듯 질주하며 자유로움을 느끼길 소망해요.


별님에게 하고 싶은 말이 차고 오르지만 다 전할 길이 없네요. 어떤 말들은 반드시 별님의 얼굴을 보면서 꺼내고 싶어요. 보냈다 금세 읽히고 지나가는 문자로는 내 마음이 전해지지 않을 것 같아요.


별님은 언제나 내 마음 속에서 빛나고 있어요. 어떻게 표현해야 내 마음이 별님에게 잘 전해질 수 있는지 잘 몰라서 그냥 이렇게 혼자 끄적이고 있네요.

파동인지 입자인지 모를 빛처럼 내 마음이 별님에게 닿을 수 있을 거라 막연히 기대하면서...


Sai Kung in HK, Photo by Andy Han <한형제, HK>
Photo by Andy Han <한형제, HK>
Photo by Andy Han <한형제,HK>



매거진의 이전글 누가 나를 정의하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