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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드레아 May 10. 2020

지금의 막힌 길이 선물이 되어 돌아오리라

류시화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 삶의 여정에서 막힌 길은 하나의 계시이다. 만약 우리가 전체 이야기를 안다면, 지금의 막힌 길이 언젠가는 선물이 되어 돌아오리라는 것을 알게 될까? 길이 막히는 것은 내면에서 그 길을 진정으로 원하지 않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삶이 때로 우리의 계획과는 다른 길로 우리를 데려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길이 우리 가슴이 원하는 길이다. 머리로는 이 방식을 이해할 수 없으나 가슴은 안다.

류시화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 중에서


 그렇게 좋았던 키타큐슈에서의 삶을 정리하고 떠나야만 했던 일, 반년 가까이 실직하고 많은 실패를 거듭하고서 홍콩에서 부푼 꿈을 안고 새로운 일을 시작했음에도 결국 전쟁과도 같은 번민과 갈등 속에 괴로워했던 일. 우여곡절 끝에 독립하여 내 비즈니스를 시작한 지 몇 개월도 되지 않아 모든 게 없었던 일처럼 주저앉게 되었던 일. 더 나은 미래를 도모하고자 큰 맘먹고 학원사업에 뛰어들자마자 코로나 역풍을 맞아 휘청거리게 된 일.


 이 모든 일들은 시점에 따라 나에게 나쁜 일에서 좋은 일로 바뀌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더 나은 길을 찾기 위해 피할 수 없이 일어나야만 했던 사건이다. 물론 그 일들이 나에게 나쁜 사건으로 다가오기 전에는 평화와 기쁨의 시간도 가득했다.


 섣불리 자신을 지지리도 박복하다거나 운 나쁜 존재로 규정하지 말아야 한다. 삶이 나에게 주는 메시지를 조금 더 깊게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기쁨이나 즐거운 사건보다 슬프고 괴롭고 아픈 일들이 있어야만 한다는 걸 깨달아가고 있다. 지금의 아픔과 쓰라림을 그냥 흘려버려서는 안 된다. 마음의 여유가 없다고 느끼는 게 당연하겠지만, 그래도 그 사건들을 그냥 나쁘고 일어나지 말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우리는 삶이 주는 소중한 걸 제대로 받지 못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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