묽은 순두부찌개
안암동 허름한 골목길 조금 돌면 나오던 너의 자취방엔 조명이 어두웠지
앱이 없던 시절 시간과 몸을 쓰고 만들어낸 조잡한 영상 편집이 왜 그리도 뿌듯했는지
밥 먹을 시간이 되자 넌 뚝딱뚝딱 뭔갈 준비하더니 밥상을 내왔지
보글보글 끓던 순두부찌개는 조금 싱거웠지만 이십 년이 넘도록 사라지지 않는 사진이 되었구나
이사를 갈 때마다 발견하는 너의 지난 선물
은회색 인테리어 벽시계
지금은 어디에 있는지 모르지만 나에게 주었던 너의 마음을 그렇게 기억하고 있어
매일매일 내가 믿는 신께 기도하고 있어
좀 더 오랫동안 너의 평범한 삶을 함께 할 수 있기를
너를 아끼는 사람들과 더 많은 사소함들을 같이 해갈 수 있기를
가장 뜨거웠던 시절에 너를 친구로 만나 이 삭막하고 외로운 길 같이 걸어올 수 있어 감사해
신의 뜻을 헤아릴 수 없지만 남은 길도 더 오랜 시간 같이 걸어가자
비가 오는 오늘
네가 많이 보고 싶다
많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