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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드레아 Jun 20. 2021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1 9화

 혹시 슬기로운 의사생활 보셨어요? 시즌1 9화 생각나세요?


 거기서 간 이식받아야 하는 딸과 그 아빠 이야기 기억나세요?


 저 일요일 오후에 이거 보다가 그만 펑펑 울었어요. 딸한테 간의식 해 주겠다는데 왜 안되냐고 의사와 간호사한테 소리소리를 지르던 나이 든 아버지. 나이도 많으시고, 지방간이 있어서 수술을 할 수 없다는 거였는데 아버지는 애꿎은 의료진들에게 큰소리를 치며 간이식 수술을 해 놓으라고 막무가내였죠.


 익준은 그런 아버지를 따로 불러내어 조용히 타이릅니다. 제대로 된 간 공여자가 나타날 때까지 기다리자고 말이죠. 그러나 날짜는 속절없이 흘러가고 환자인 딸은 점점 더 위중한 상태가 되어 갑니다. 하다못해 아버지의 간이라도 이식해야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상황까지 내몰렸는데, 하필 아버지는 병원에 나타나지 않은 지 오래되었고 소식도 닿지 않네요.


 이제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을 만큼 환자 딸의 상태가 나빠졌고, 익준과 동료들은 대체 아버지라는 인간이 어디로 사라진 것인지 끌탕을 합니다. 이때 익준은 그간 보아왔던 장기 공여자를 두 부류로 나누며 장담하는데, 가족이나 지인에게 자기의 장기를 기꺼이 떼어 주는 사람과 결코 그렇게 하지 않는 사람 이렇게 말이죠. 자기의 눈으로 볼 때 그 아버지는 후자에 속한다고 단언합니다.


 바로 그때 그들은 놀라운 장면을 목격하게 됩니다. 한참 사라져 연락이 두절되었던 환자의 아버지가 병원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이죠. 익준을 비롯한 동료들이 아연실색하는 눈빛과 몸짓이 클로즈업됩니다.


 거의 딴 사람이 된 듯 눈을 의심케 하는 모습으로 나타난 아버지. 몸무게를 7킬로나 감량하고 말쑥한 차림으로 그들 앞에 나타났습니다. 익준이 얼마 전 나이가 많고, 지방간이 있어서 수술이 힘들다, 살을 빼야 한다고 건넸던 말을 흘려듣지 않고 딸에게 간을 주기 위해 엄청난 운동과 식이요법을 했던 겁니다. 아빠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던 익준의 눈은 흔들립니다. 울음을 참는 것처럼도 보이고, 사람을 함부로 재단했던 자신에게 화가 나고 부끄러워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딸을 두고 있는 저로서는 그 아버지의 이런 행동과 마음이 그냥 담담하게 넘어가질 않았어요. 어찌나 눈물이 앞을 가리는지, 화면이 제대로 보이질 않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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