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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드레아 Oct 04. 2021

습기 머금은 산책


꼬막비빔밥을 시켰는데

따로 나온 공깃밥이 작아 보였어

주인장에게 좀 더 달라고 부탁하니

이건 또 너무 많은 거 있지

남기면 속으로 욕할까 봐

배가 차 오르는데도 밀어 넣었지


좀 걸어야지 싶어

근처 율현 공원엘 왔어

비가 살짝 흩뿌린 탓인지

산책하는 사람이 적더라


우산 하나 끼고

느릿느릿

걷고 있어


바람은 선선히 귓불을 스치는데

물기 머금은 느낌이 들더라

최고는 아니지만

기분은 참 좋아


지난번에 왔을 때는 말라있던 곳에

물이 고여 연못이 되어 있구나

느티나무가 산들바람에 흔들리는데

순간 뒷목이 서늘해져서

움찔했어


나는 벤치에 앉아 이 글을 쓰고 있어

조금만 더 있다 들어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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