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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드레아 Nov 18. 2021

조셉의 커피나무

직장을 떠나면 연락이 이어지는 사람이 있고 그걸로 끝이 나는 인연이 있다. 

그는 계속 이어지는 쪽이다.

게다가 같은 시기에 같은 종류의 비즈니스를 시작한 동지가 되었다. 


스모키한 눈 화장, 

짧고 시원한 컬의 헤어스타일,

모던하고 과감한 패션의 

매력적인 외모를 소유한 커리어우먼.


똑 떨어지는 발음으로

우리말도 영어도 매우 자신 있고 당당하게

구사하던 그 이미지가 강하게 남아 있었다.


보통 우리말에서 영어 어휘를 구사하게 되면 편안한 우리식 발음으로 말하기 마련이지만, 그는 우리말은 우리말대로 정확히 표현하면서 영어는 마치 미국인 네이티브처럼 말하곤 했다. 귀에 쏘옥 들어오는 'F'발음과 'R'발음은 청량한 느낌마저 들게 했다.


우리는 거의 비슷한 시기에 회사를 떠나 거의 같은 시기에 영어학원을 오픈했다. 그는 최강의 영어 실력자로서 본인이 직접 강의와 운영을 맡았고, 콘텐츠와 프로그램 모두 본인이 직접 꾸려 직영 영어학원을 열었다. 반면 본업이 따로 있던 나는 상대적으로 품이 덜 드는 프랜차이즈 영어학원을 선택해 본사의 일정 교육을 받고 개원하게 되었다.


그는 나와 함께 있던 회사를 떠나 개원하기 전까지 동종업계의 다른 회사에서 영어 트레이너로 일하다가 독립했다. 그가 언젠가는 자신의 노하우와 능력을 담아 독립하면 틀림없이 잘 해내리라 의심치 않았다. 시기의 문제라고만 여겼다. 독립한 지 1년 반이 지난 지금 삼청동의 어느 카페에서 만난 그는 나의 기대가 어긋나지 않았다는 걸 깨닫게 했다. 


당당하면서도 겸손한 태도.

그를 볼 때마다 이러한 모습에 호감을 느꼈다. 

누가 알아줄 필요가 없는, 진짜 실력을 갖춘 사람에게서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모습이다.


그의 학원은 두 개의 초등학교가 인접한 지역의 고층 건물에 위치해 있는데,

두 번 정도 찾았던 그곳은 빌딩의 대부분이 각종 교육기관으로 채워진 초경쟁 지역이었다.

수많은 영어,수학,국어,미술/음악/스포츠 학원들이 각 층마다 성업 중이었다.

주택가 중심의 소규모 상가 건물이 위치한 우리 학원과는 대조적인 환경이었다.


'이런 곳에서는 학원들 간 경쟁이 얼마나 치열할까' 

'이제 막 시작하는 개인 학원이 잘 살아남을 수 있을까'

김포에 맞닿아 있는 강서구 어느 동네를 첫 방문하며 막연히 가졌던 의문.

그러나

이는 일반적이고 막연한 불안함이나 걱정에 불과했다.


단 한 번이라도 그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눠 본 학부모라면,

그런 당당하고 신뢰감 물씬 풍기며,

네이티브 영어 구사자로서의 실력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어느 누가 사로잡히지 않을 수 있을까.


교실 세 개는 이제 아이들로 넘쳐 거의 한계에 다다랐다.

이제는 교육의 질을 위해 학생수를 제한해야 하는 지경이 되었다.

어쩌면 어쩔 수 없이 새로운 공간, 새로운 지역에 2호점을

열지 않으면 안 될 상황까지 다다랐는지도 모른다.


좀 더 자주 만나 독립한 이후의 삶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의 발전을 도모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가지 않은 길을 가는 데 큰 주저함이 없는 사람과의 교유.

앞으로 나아가는 에너지를 가진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생명력.

참 좋다.


그의 과거와 현재로부터 이어질 미래가

과연 어떻게 펼쳐질는지 사뭇 설레고 기대가 간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딸들을 데리고 그를 만나고 싶다.

인생의 훌륭한 멘토가 되어 줄 그를 소개하고 싶다.

아이에게 얼마나 신선하고 깊은 자극을 줄지

상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다음에 만나면 또 어떤 이야기를 품고 나타날지

나는 또 그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게 될는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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