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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드레아 Dec 16. 2021

마음이 쓸쓸할 때 떠 올리는 사람

카페 파라이소에서

 중년으로 접어들면서 시련이 찾아오면 어릴 때와 달리 떠 올리는 사람들이 있다. 마음이 힘들고 쓸쓸할 때, 물론 가족이나 가까운 친구들이 생각나고 그들에게서 힘을 얻곤 한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내 머리와 마음속에 이들이 떠 오르기 시작했다.


 이 사람들을 생각하면 아련한 그리움과 사무치는 그리움이 교차한다. 


 만날 수 없는 사람들


 언젠가는 꼭 만나게 될 사람들


 나보다 먼저 하늘나라로 간 친구와 지인


D. 

 이십 대엔 좀 더 많이 생각했었다. 푸릇푸릇하고 싱그러운 대학 1학년생이던 어느 날 너는 작별인사를 할 틈도 없이 다른 세상으로 떠났어. 그때 나는 입시에 실패하고 재수생 신분으로 입시학원엘 다니고 있었지. 네 소식을 듣고 아마도 내 인생 처음으로 가까운 사람의 죽음이라는 걸 경험했던 순간일 거야. 현실감은 전혀 없었어. 그저 장례식장에서 네 영정 사진을 접하고 다른 많은 친구들을 만나고 있었을 뿐. 


Oh.

 순수한 미소와 착한 말투의 소녀였어. 너와 그리 친하진 않았는데 오랫동안 왜 네 생각이 나는지 모르겠어. 아마도 어린 나이에 네가 하늘나라로 갔기 때문이 아닐까 해. 살다 보니 문득문득 네가 부럽다는 생각을 했었지. 너를 잃은 부모님의 마음이야 어떻게 헤아릴 수 있겠냐마는...


사당동 고모.

 고모! 제가 어릴 때, 당신께서 제가 만든 블록 로봇을 부숴서 엄청 혼쭐이 나셨죠? 당신은 내가 새로운 걸 만들어 보길 바라고 그렇게 하신 건데, 어린 나는 왜 정성을 쏟아 만든 로봇을 망가뜨렸느냐고 어마어마하게 울며 생떼를 폈더랬죠. 죄송해요, 고모. 어린 시절 우리 형제에게 베풀어 주신 그 따뜻하고 정 넘치던 사랑 잊지 않을게요.


J.

 아마 이제부터 내가 살면서 어떤 어려움이 와도 네 생각이 나서 다 이겨낼 거야 J! 내가 오늘을 사는 건 '덤'으로 사는 거니까. 내가 너보다 이 생을 더 오래 살 자격도 없고, 그런 운명인지도 모르겠다. 사무치게 그립다 내 친구. 가끔 숨이 막힌다. 네가 또 어디에선가 슬며시 나타나 조용히 한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술 한 잔 기울이고 있을 거 같은데.. 기분은 꼭 그런데 말이다. 


J2.

 짜샤, 뭘 그리 급히 갔어. 무에 그리 힘들었어. 그렇게 혼자 다 짊어지고 가야만 한 건지 묻고 싶구나. 평화로운 데서 잘 살아. 행복하게.


S.

 아우야, 잘 지내지? 그때 우리가 일본에서 같은 데 살았다면 좋았을 것을. 외로움 많이 타는 네가 그 낯선 대도시에서 얼마나 쓸쓸하고 외로웠을지 가늠이 되지 않는구나. 미안하다 형이. 근데 사는 게 힘이 든다. 왜 이렇게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많은지. 산 사람들도 다 힘들어하며 살아내고 있어. 가끔 좋은 일이 생겨서 혹은 생길 걸 기대하고 기다리며 살고 있어. 그렇게 사는 건가 봐. 형이 내일모레 쉰이 된다. 아직도 이런다.



 평안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 수 있다면 축복이다. 그 평안함은 저절로 얻어지는 게 아닌 것 같다. 사람이 살아온 모든 선택과 발자취가 쌓이고 쌓여 오늘의 내가 된다. 결국 오늘의 불행과 평온의 맵은 과거의 나 자신들이 만들어온 결과물이다. 이건 마치 운전할 때 어떤 도로에서 만나는 '구간 속도단속'과도 같다. 짧은 순간 좀 빨리 달린다고, 또 좀 느리게 간다고 바로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결국 그 모든 스피드의 평균으로 과속이 되거나 속도를 준수하게 되는 것이다.  



 내 인생의 은인이 많이 힘들어하고 있다. 야심차게 시작한 사업이 기대한 방향과 반대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자신에 차고 밝았던 그가 요새는 목소리에 힘이 하나도 없다. 당장 다음 달이 어떻게 될지 불안한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며 끌탕을 한다. 그가 선택했던 잘못된 전략과 전술을 지적하고 싶은 기분이 들 때도 많았지만, 지금은 그를 더 벼랑 끝으로 밀고 싶지 않다. 내가 할 수 있는 실질적인 도움을 주며, 그가 포기하지 않도록 손을 내밀고 어깨를 빌려 줘야만 하는 때라고 생각한다. 


 그토록 극 외향적인 성격이었던 사람도 인생을 살면서 바뀌기 마련이다. 에너지가 밖에서도 흘러들어오지만, 조용히 안에서 흘러넘치도록 놓아둘 때가 필요하다. 


 잠시 쓰러져도 좋으니, 부디 절망하지 않기를, 포기하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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