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밤 딸에게 쓰는 편지
잊지 말아다오. 아빠가 널 영원히 사랑할 거라는 걸.
사랑하는 우리 딸 마리스텔라, 아빠야.
지금쯤 우리 딸 잠자리에 들었을 것 같구나. 아니, 누워서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고 있으려나.
아빠도 이제 잠자리에 들려고 하다가 우리 딸 생각이 나서 편지를 쓴다.
오랫동안 우리 서로 얼굴을 보지 못했구나. 많이 보고 싶고 그립다. 아빠는 매일아침 운전하면서 묵주기도를 한단다. 묵주기도를 할 때 여러 가지 지향을 두고 기도를 하지만, 아빤 역시 우리 딸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살기를 주님께 간구할 때가 많구나.
일본에 와서 멋진 풍경을 보고 맛있는 걸 먹을 때면 네가 자주 떠오른다. 같이 있었으면 너와 함께 이 감동스런 하늘과 산과 논과 밭과 바다를 보며 행복할 텐데... 네가 이 맛난 걸 먹으며 기뻐하는 걸 본다면 또 얼마나 내 마음이 흡족할까 상상하곤 해.
올해는 우리 딸이 아빠를 보고 싶다고 하지 않아도 아빠가 무작정 딸한테 가보고 싶다. 그동안은 네가 아빠 얼굴을 볼 수 없을 것 같다고 엄마에게 여러 번 의사를 밝혔다고 들었기 때문에 억지로 또 일방적으로 딸을 찾아가지 않았단다. 하지만 이러다 네 얼굴을 잊겠다 싶어. 그래서 다음 한국 출장을 갈 땐 잠시라도 우리 딸 얼굴 보러 가고 싶구나.
아빠가 여전히 많이 밉지? 생각하면 할수록 속상하지?
그래, 아빠도 조금은 알아. 우리 딸이 겪었을 그 큰 상처를 아빠가 다 헤아린다고 자신할 수는 없지만 아빠도 어느 정도는 우리 딸의 아픈 마음을 느끼고 있어. 함께 살지도 못하고 옆에서 이모부처럼 자상하게 챙겨주지 못하는 못난 아빠지만 마음만은 언제 어디에서나 우리 딸에게 가 있다는 걸 기억해 주었으면 좋겠다.
엄마가 오늘 사진 한 장을 보내왔어. 딸이 아빠 엄마한테 쓴 '감사장'을 찍은 사진이었어. 아빠는 네가 쓴 그 감사장을 받고 마음속 깊이 고마웠어. 비록 아빠와 전화도 안 하고 만나지도 않고 있지만 그래도 우리 딸이 마음속으로 아빠까지 생각해 주고 있구나 하는 게 느껴지니 너무 좋더라. 다시 한 번 고마워 마리스텔라.
엄마가 그러시더라. 지난 생일에 보내준 '외발전동휠'은 미세먼지가 많은 날씨 탓에 제대로 개시를 못하고 있다고. 요즘 우리나라 하늘이 미세먼지 때문에 많이 탁하구나. 어서 맑은 날이 되어 우리 딸이 아빠가 선물한 외발전동휠을 타고 시원스레 도로를 질주할 수 있었으면 참 좋겠다.
딸! 아빠도 잘 지내고 있어. 아빠한테 연락은 안 해도 우리 딸이 아빠 걱정도 하는 거 잘 알아. 아마 지난번에 아빠가 살고 있는 큐슈 지방에 큰 지진이 났을 때도 아빠 걱정 좀 했지? 아빠도 다 알아. 고마워. 네 덕분에 네 기도 덕분에 아빠가 무사히 잘 지내고 있으니 많이 걱정하지는 마.
마리스텔라. 아빠가 보내는 카톡에 회신은 안 해도 꾸준히 읽어 주어 고마워. 그렇게라도 너와 이어져 있다는 게 아빠한테는 위로가 된단다. 억지로 아빠한테 회신하려고 하거나 잘 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돼. 아빤 우리 딸의 아빠로 이 자리에 똑같이 있을 거야. 아빠가 너랑 같이 살지 못하는 게 너무 안타깝지만 그것만 빼면 아빠는 영원히 네 아빠 그대로야. 그리고 언제나 세상에서 우리 마리스텔라를 제일 사랑하는 그 아빠 그대로야.
그러니까 딸아, 잊지 마. 아빠가 영원히 널 사랑할 거라는 걸.
아빠는 그냥 키다리 아저씨로 말없이 네 옆에 있어도 좋아. 우리 딸이 아빠를 예전처럼 다시 마주할 수 있을 때까지 아빤 씩씩하게 잘 지낼게. 우리 딸도 너무 속상해하지 말고 엄마랑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이모 이모부 그리고 ??이랑 잘 지내고 있으렴.
밤이 깊었다. 아빠도 이제 잠자리에 들게. 사랑한다.
언제나 어디서나 너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