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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드레아 May 23. 2016

가끔, 아주 가끔 죽음을 동경합니다.

두서없는 말...

 대체로 밝게 잘 지내고 있는 편입니다. 주위의 평은 제가 저 자신을 바라보는 것보다 훨씬 더 긍정적이고 밝은 이미지로 표현되곤 합니다. 하지만 세상을 살아가는 인간치고 고민 하나 없고 괴로움 한 가닥 느끼지 않고 살아가는 이가 누가 있겠습니까. 저 역시 그렇습니다.  


 이제 누구에게 상처를 주고 누군가를 힘들게 만드는 일을 하고 싶지 않습니다. 예전에는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싶었다거나 힘들게 하고 싶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본의 아니게 누군가를 슬프게 하거나 힘들게 하는 일조차도 혹은 내가 원하는 일을 하고 내 길을 걸어감에 있어서 누군가를 다치게 하거나 주저앉게 하고 싶지 않다는 것입니다.   


 생각해 보면 40여 년을 살아오면서 저는 제 의지가 개입되었거나 아니거나를 떠나 무수히 많은 사람들을 힘들게 하고 상처를 주고 슬프게 했습니다. 이제 와서 성자가 되어 고해를 하고 제 삶을 송두리째 뜯어고치겠다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이제 내가 잘못했던 걸 안다면, 그 아픔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느낄 수 있다면 다시 나로 인해 누군가가 가슴 아파하고 괴로워하지 않았으면 하는 간절함이 드는 것입니다.   


 인생길이 참 힘듭니다.   


 죽어서 천국에 가지 않으면 마음의 평화를 계속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입니다. 행복하다 느끼고 이 정도면 정말 잘 살고 있다고 느끼다가도 갑자기 나락으로 떨어지는 기분이 드는 건 내가 사는 곳이 천국이 아님을 증명해 줍니다.   


 사랑이 마음속에서 흘러넘치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마음의 평화와 행복과 기쁨을 나누어 주고 싶다고 느낄 때가 많아지긴 했습니다. 능력이 모자라고 의지가 부족해서 많은 기부를 하거나 희생하는 봉사를 잘 하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일상에서 만나는 가족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에게 제가 가진 마음의 돈을 나누어 드리고 싶을 때가 많습니다. 말로 표정으로 글로 행동으로 말입니다. 비록 큰 힘이 되지 못한다 할지라도 그 순간이라도 아니면 나중에 문득 떠올리며 작은 미소라도 짓게 해드릴 수 있다면 하는 소망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을 함에는 제 자신도 더 상처받지 않고 평화롭게 살아가고 싶다는 절실함이 마음속에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당신에게도 상처 주지 않고 나도 상처받지 않는 삶을 원하는 것이죠. 하지만 이러한 생각이 성숙하지 못한 생각일 수 있다는 것도 알고는 있습니다.

  

 어찌 사람이 살아가는 데 혼자 외딴곳에 떨어져 사는 것이 아니라면 상처를 주고받지 않고 살 수 있을까요? 그건 욕심이겠지요. 네, 욕심이라는 것도 알고는 있습니다.   


 그래서 이도 저도 잘 안 되고 힘이 들 때, 그 괴로움이 쌓이고 저의 밝은 기운 레벨이 낮아질 때는 무겁게 내려앉게 되어 버립니다. 한 숨을 푹 쉬면서 어찌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늪에서 허우적대기도 합니다.   

죽음을 가끔 생각합니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그런 죽음을 생각하는 건 아닙니다. 그냥 죽음 이후의 상태에 대해서 막연히 생각해 보는 겁니다. 죽고 나면 이 모든 복잡함과 괴로움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겠지 하면서 말입니다.   

 스스로 어릴 때 욕심이 많은 편이라 생각했었습니다. 어릴 적부터 언제나 무엇에나 목표도 높았고 자존심도 셌고 부모님의 기대도 컸기 때문에 성과와 업적에 대한 스스로의 욕망도 컸다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나이가 조금 들어가다 보니 꼭 그런 건만은 아닌 제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첫 좌절은 중학교 때 육상선수 생활을 하면서 학교 성적이 엄청나게 떨어졌을 때였던 것 같습니다. 성적이 모든 걸 좌우하는 것처럼 보였던 그 시절에 공부 잘하고 운동도 잘 하는 아이였던 나는 성적이 떨어지자 처음 크게 나락으로 떨어졌습니다. 그게 시작일 뿐이었고 살다 보니 이 세상은 나보다 잘 나고 뛰어난 사람들 천지라는 걸 깨닫게 됩니다. 승자의 위치를 맛보기만 하던 저는 중학교 때부터 패자의 설움을 조금씩 알게 되고 고등학교 대학교 사회생활을 그리고 결혼생활을 하며 수없이 치이고 맞고 엎어졌지요.   


 제 개인의 역사에서 그렇게 위기를 겪고 좌절하고 있을 때 따뜻한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저의 괴로움과 곤란함을 가엾게 여겨주고 힘을 보태주려고 하는 사람들이 인생길 군데군데 있었습니다. 오늘의 제가 있기까지 그런 분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깊이 감사하며 그리워합니다.  


 지금도 저는 가끔 어두운 나락으로 떨어지고 깊은 구렁 속으로 빠지는 때가 있습니다. 그 빈도수가 많이 줄기는 했지만 살아 있는 동안 피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럴 때 ‘죽음’을 생각하며 어둠 속에서 늪 속에서 벗어나고 싶다 느끼기도 합니다.  


 오늘 문득 드는 생각들 마구 적어 봅니다. 이러면서 다시 일어서려 노력합니다. 우리 같이 행복하게 살아요. 안 그래도 힘든 인생길 서로 힘들게 하지 말고 같이 잘 살면 좋겠어요. 그렇게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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