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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기노 Oct 31. 2023

잊혀진 계절

내 인생의 노래 (6)

핼러윈 데이 그리고 10월의 마지막 밤이다.  

가족의 기념일이나 누군가의 추모일도 아니고

이렇게 매년 잊지 않고 챙기는 날이 또 있을까 싶다.

말이 챙긴다는 것이지 특별할 건 없다.

예전엔 밖에서 모임을 만들어

호젓하게 가을밤을 적시는 의식을 했다면,

최근에는 집에서 조용히 혼자서

또는 귀찮아하는 와이프를 강제 동원해서

<잊혀진 계절>의 다양한 버전을 유튜브로 듣는 게 다다.


혹시 누군가는 이런 나를

갱년기에 접어든 아재라고 비웃을지 모르지만,

나는 스무 살 무렵부터 늘 이래 왔다.

4월 1일엔 장국영 영상을 챙겨 보고,

1월 6일엔 광석이 형 노래를 듣는다.  

그리고, 그래서 오늘은 또 <잊혀진 계절>을 듣고 있다.

제목과 달리 이 노래가 많은 이들에게 잊히지 않는 데는

감성적인 멜로디 덕도 물론 있겠지만,

바로 첫 줄의 가사가 너무나 선명하고

강렬했기 때문이리라.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

사실 10월이 아니라 7월이나 8월이었으면

노래의 분위기가 전혀 살지 않았을 테고,

11월이나 12월이었으면 발음이 꼬여버린다.

그런 의미에서도 10월의 마지막 밤이라

참으로 다행이다.

뜻 모를 이야기만 남긴 채 우리는 헤어졌어요
그날의 쓸쓸했던 표정이 그대의 진실인가요
한마디 변명도 못하고 잊혀져야 하는 건가요


헤어짐은 늘 쓸쓸하고 아쉽고 믿을 수 없다.

그 순간 울고불고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지만,

마음을 추스르고

새해 다짐과 함께 새 출발을 할 수 있는

두 달이라는 시간이 주어졌다는 것에

뒤늦게 작은 위안과 감사를 느낄지도 모른다.

그래서 더욱이 10월의 마지막 밤이어야만 했다..

언제나 돌아오는 계절은 나에게 꿈을 주지만
이룰 수 없는 꿈은 슬퍼요 나를 울려요


이토록 좋은 계절 가을하고도

10월의 마지막 밤인데…

문득

세월호 사고로 희생된 아이들의 부모들,

작년 이맘때 이태원 참사를 겪은 유가족들이

오늘 얼마나 더 서럽고 외로울지

상상조차 힘들다.

가만히 눈을 감고 고인들의 명복을 빌며

희생된 이들의 가족들을 위해 기도해 본다.

그리고 나지막이 다짐한다.

절대 잊지 않겠다고.


10월의 마지막 밤에…


https://youtu.be/4WQwW6FrDGc?si=fD7QE5VAGVXYlu9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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