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힘든 사춘기를 보냈다. 학교에 등교할 때 친구 없이 혼자 지내곤 했다. 하지만 그 고통이 학교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부모님의 지속적인 싸움 때문에 집으로 가는 발걸음이 무거워졌다. 집안 분위기는 긴장감으로 더욱 커져만 갔고 가족의 사랑과 지지가 필요했다.
새로운 환경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을까. 그 뒤로 나는 점점 내성적인 성격으로 변해갔다. 나는 시골로 이사하기 전에는 외향적인 성격을 가진 아이였다. 친구들과 어두워지기 전까지 숨바꼭질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나는 항상 '숨는 사람'이 되기를 원했다. 숨어 있는 동안 친구들이 찾으러 와주는 것이 좋아서. 조금이라도 더, 나를 필요로 해주길 바랐다. 결국 그것은 집단에 속해있길 원했던 것이었다. 그렇게 관계를 맺어가는 과정이 나의 존재의 의미라고 생각했다.
나는 시골로 이사하면서 일상에서 겪게 될 변화는 예상보다 많았다. 부모님은 도시의 시끄러움과 혼잡함을 피하고 조용한 시골에서 살고 싶어 하셨다. 그 이유는 도시 생활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줄이고, 자연 속에서의 평온한 생활이 건강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으셨다. 도시에서 시골로 이사를 가게 된 것은 가족의 결정이었지만, 나에게는 익숙한 환경을 떠나고 새로운 곳에서 살아야 한다는 사실이 상당한 부담으로 다가왔다. 직면한 어려움은 새로운 학교와 친구들이었다. 지방의 작은 학교라서 한 반에 학생 수가 적었지만 처음부터 친구들과 가깝게 지내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시골로 이사를 온 나는 순수하고 따뜻한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현실은 내가 상상했던 것과는 달랐다. 시골 친구들은 외모, 말투, 행동에서 강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자신의 생활 방식과 가치관을 확고히 지니고 있었고, 새로운 사람에 대한 불신과 거리감을 느꼈다. 내가 다가가도 친구들은 냉담하게 대했다. 친구들과 친해지기 위해 노력했지만 소외되어 외롭게 지냈다.
이사 가기 전에 친구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지 못했다. 친구들과의 연락이 끊기고 소식이 멀어지자, 내 삶의 일부가 사라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때, 그 친구들과의 추억이 더욱 선명하게 떠오르며 그리움이 커졌다.
그러던 중 우연히 한 친구와 연락이 닿았다. 예전 SNS를 뒤적이다가 그 친구의 이름을 발견했는데, 그 친구는 내가 가장 친하게 지냈던 사람 중 한 명이었다.
"오랜만이야! 잘 지내?"
라는 메시지를 보냈고, 몇 분 후 "잘 지내고 있어. 어떻게 지냈어?"라는 답장을 받았다. 우리는 서로의 근황을 나누기 시작했다. 하지만 마음속에는 망설임이 가득했다.
"학교는 어때?" "새로운 친구들은 잘 사귀었어?" 친구에게 새로운 학교 생활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친구에게 나의 약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 부끄러웠다. 나는 친구에게 '새로운 학교에서 적응하기 힘들어'라고 털어놓을 만큼 신뢰를 쌓았는지 궁금했다. 그 친구가 내가 얼마나 변했는지 실망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최대한 가볍게 대답하려고 했다.
"응, 그냥 그런대로 지내고 있어." 그 대답이 진부하고 공허하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렇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그때의 추억을 떠올리며 웃기도 하고 서로의 소식을 궁금해했다. 그러나 대화가 이어질수록 서로의 삶이 얼마나 많이 변했는지를 실감하게 되었다. 친구는 새로운 친구들과 학교생활을 시작했고, 나는 다른 학교로 전학 가서 낯선 환경에 적응하고 있었다. 이러한 변화는 과거의 친밀감이 서서히 사라져 간다는 것을 인식하게 만들었다.
처음에는 두렵고 불안하게 느껴졌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시골 생활의 긍정적인 면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나는 과거의 소중한 추억을 간직하며 변화 속에서도 나 자신을 찾는 방법을 배웠다.
이러한 경험은 앞으로의 삶에서도 변화에 대응하며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는 용기를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