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독서하되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방법.
코로나 이후, 모임에 대한 진입장벽이 낮아졌다고 실감한다.
똑같이 온라인을 통해 공통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모인다 할 때,
코로나 이전에는 '누가 나올 줄 알고' '위험한 거 아니냐'하는 우려 섞인 질문을 들었는데
이후에는 '어떤 모임인데?'라는 질문을 더 많이 들었다.
어떤 모임, 아니 모임이 뭐길래
친구, 가족, 연인과 보낼 여가시간을 내어주면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려고 하는 걸까?
그 이유를 간단히 말하자면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직업을 구하고 안정기를 찾은 성인에게 새로운 환경과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이다.
학교에 다닐 땐, 다른 수업을 듣거나 동아리에 가입하는 등
새로운 사람을 만날 기회가 열려있었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본업에 집중해야 하는 사회인에게 관심분야의 모임이란
최소비용, 최소시간을 투자해 낯선 환경에 자신을 던질 수 있는 곳이다.
가장 접근성이 좋고 많은 사람이 관심 가지는 모임이 '독서모임'이다.
나 역시 같은 이유로 소모임이라는 어플을 알게 됐을 때 독서모임에 가장 먼저 들어갔다.
혼자 시간을 보낼 때 책이 영 손에 잡히지 않으니 고정적인 시간을 만들어 집중하자는 심산이었다.
가입한 모임은 진행방식에서 특별한 점이 있었다.
같은 책을 지정해 읽는 것이 아닌, 자유롭게 책을 가져와 읽되,
방명록 노트에 적힌 공통 질문에 대한 생각을 작성했다.
자유독서 시간이 끝난 뒤 읽은 책 소개와 방명록에 대한 짧은 설명을 돌아가며 말했다.
평소에 친구들과 이야기하기 어려운 곰곰이 생각해봐야 하는 질문들이었다.
'본인이 생각하기에 내면이 단단한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요?'
'타인을 이해하게 된 일이나 타인이 자신을 이해해 준 일이 있나요?
'전에는 두려워했지만 지나고 보니 괜찮아진, 혹은 극복한 일이 있나요?'
잘 안다고 생각했던 사람과 나눌 수 있는 대화의 폭보다 낯선 사람과 나눌 수 있는 대화의 폭이 더 넓은 아이러니한 매력에 빠졌다.
덕분에 2년째 모임을 지속하고 운영진까지 맡고 있다는 근황과 함께
다음글에선 방명록으로 나눈 이야기들을 적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