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역사에 한 줄 기록으로 남겨지게 되어 감사드립니다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도시 델프트에 있는 아름다운 시청 앞 광장에는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시민들의 쉼터이자 놀이터로 사랑받은 지 꽤 오래되었습니다.
델프트 시내를 감싸고 있는 색감에 늘 마음이 요동쳐 왔습니다.
그 날은 여지없이 눈이 부시게 푸르른 하늘과 농염해진 가을색에 끌려다녔습니다.
자유가 무엇인지
평화가 무엇인지
여유로움이 무엇인지
놀이가 무엇인지
웃음이 무엇인지
함께 함이 무엇인지
굳이 알려주지 않아도
이 모든 것들을 자연스럽게 배워가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배움은 그렇게 자연스러운가 봅니다.
이 한가로워 보이는 주말의 일상이 어느 날 불현듯 펼쳐진 것은 아닙니다.
여기에서도 수많은 아픔과 눈물이 있었습니다.
시청 앞 광장에 주말을 보내기 위해 달려온 시민들을 위한 앙증맞은 이벤트가 있었습니다.
화려한 은빛 물고기 의상을 입은 여인이 동심 한 가득 품고 왔다 갔다 하는 아이들을 위해
비눗방울 불기 놀이를 시연해주었습니다.
그랬더니 아이들의 신나는 발걸음과 손놀림은 꼬리잡기처럼 번져갑니다.
참 행복한 시간입니다.
그러나 저는 이 장소에서 멀리 저만치나 비껴 나 있었습니다.
같은 시대 우리나라 곳곳에는 깊은 탄식과 아픔의 어깨동무 시간이 펼쳐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곳에서도
저 곳에서도
저는 함께 하기 어려운 이방인 같아 보입니다.
참 우울합니다.
이방인의 정체성을 그나마 녹여준 공간이 하나 있었습니다.
아침도 아니고 점심도 아닌 그 어정쩡한 시간에 식사를 하는 브런치.
이도 아니도 저도 아닌 그 묘연한 공간의 정체성을 발견하게 해 주고 만들어 갈 수 있게 만드는
또 하나의 실제적 공간이 브런치였습니다.
글을 쓰고 글을 읽는 가장 첫 독자는 제 자신입니다.
누구를 위하여 쓰는가라는 분명한 독자 대상을 어느 정도 윤곽을 잡고 시작하는 글일지라도
가장 많이 읽고 가장 많이 공감하는 독자는 '스스로인 제 자신'이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길지도 짧지도 않은 인생에
수많은 이방인의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주연도 아니고 조연도 아닌 배역.
주류도 아니고 비주류도 아닌 대다수의 경계선 밀집지대.
주목의 대상 편에 서 있기도 하지만 주목하는 편에 서 있기도 합니다.
수상자가 되기도 하지만 수상 대기자가 되기도 합니다.
수많은 이방인의 선율을 그려가며 하나하나 점을 찍고 선을 그어가며 무엇인가를 그려갑니다.
그곳에서 브런치가 손 내밀어 준 것에 감사드립니다.
미미한 글이지만 함께 공감해 주시고 사랑해주신 모든 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미안합니다.
미안한 이유는 너무 많아 쓸 수가 없습니다.
감사드립니다.
네딸랜드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