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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네딸랜드 Nov 17. 2019

화장품 살 때 텍스처 중히 여기시죠?

우리 집 딸내미들은 당최 로션이나 크림을 잘 안 바르려고 한다.  그러니 선크림 바르게 하려면 여러 차례 기분 맞춰가면서 꼬드겨야 한다.

비교적 어린이들 피부에 좋다는 물리적 자외선 차단제를 사서 발라주면 이런 말을 한다.


끈적거리는 거 싫어.

머리카락이 달라붙어.

손바닥이 미끄러워.


다시 작전을 바꾸어서 발림성이 좋고 끈적이지 않은 화학적 자외선 차단제를 사서 발라주었다.

별반 다름없는 말을 한다.


전에 꺼보다 나은데 그래도 얼굴이 번들거린다고.

땀 흐르면 눈이 따갑다고.


내 눈에는  애당초  바르기 싫으니까 핑곗거리만 찾는 것처럼 보인다.



뷰티 블로거들의 활약이 대단하다. 화장품 구매 팁이 담긴 앱도 인기다. 유튜브에는 화장품 하울 영상이 넘쳐난다. 그들은 공통적으로 나름대로의 기준과 좋은 화장품 판별하는 실험들을 한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평가항목은 발림성이다. 흔히 말하는 텍스처 테스트(texture test)를 전문가처럼 한다.


화장품 효과에 대해 입증하려면 충분한 긴 시간이 필요하지만 용기 디자인·발림성·흡수력·향은 어느 정도 그 자리에서 빠른 평가를 할 수 있기에 평가항목에 빠지지 않는다. 거기에 성분 분석까지 하는 열성을 보이는 블로거들도 많다. 이미 뷰티 블로거나 구매자들에게 입소문 난 화장품을 가지고 테스트를 하거나 신제품을 들고 나와 품평회를 하기도 한다.   

나 역시 화장품이 필요해서 마트나 백화점  또는 화장품 전문매장에 가서 사게 되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디자인이지만 일단 발라본 후에 느낌을 찬찬히 따져본다. 가끔 향을 맡아보는 것은 덤이다.


화장품 편집 매장인 세포라가 대중에게 인기를 끈 이유는 기존의 화장품 구매자에게 판매자가 일방적인 설명이나 설득을 하는 판매방식에서 테스터(Tester)  제품을  매장에 전시하고 구매자가 직접 발림성을 경험해 보게 만든 코너를 마련한 것에 있다. 이 판매방식은 급속도로 전파되어 대부분의  매장에서 테스터 제품을 구비해 놓는다.


대부분 사람들은 편리성 때문에 또는 여유가 없어서 인터넷으로 온라인 매장에서 필요한 물건을 구매한다. 조금이라도 현명한 구매를 하기 위해 구매후기를 열심히 참고하여 물건을 고르고 주문한다. 구매후기에는 언제나 실제 착용 느낌과 인터넷 화면에서 보인 모습과 직접 내가 만지고 본 물건에 대한 비교 평이 포함되어 있다. 직접 경험을 하지 못하니 간접 경험을 하여 구매 실수를 줄이고자 하는 노력이다.


특히나 옷, 신발, 화장품 등은 직접 착용과 직접 사용을 통해 입증된 평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다른 공산품이나 먹거리들은 다른 평가 항목이 더 중요하게 다루어진다.

심지어 최근에는 유튜브에서 립 제품을 직접 자기 입술에 발색해보는 AR프로그램까지 등장했다.


요새 사람들이 좋아하는 식감이 있다.

겉바속촉.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상반된 느낌을 동시에 맛보고자 하는. 두 느낌의 장점을 결합한 식감을 좋아한다.


화장품도 마찬가지이다.

촉촉하되 보송한 마무리감을 주는 고보습 제품이 인기이다.

때에 따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촉감과  혐오하는 촉감이 있다. 이를 문화적 코드로만 해석할 필요는 없지만 점점 사람들의 취향은 세분화되고 전문화되어 가고 있음을 알려주는 지표가 되기도 한다.



감성 마케팅 전략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에 살고 있다.

이전에는 시각과 청각과 후각에 집중된 마케팅이었다면 최근에는 촉각에 공을 들이는 마케팅이 많다. 사람들이 촉감에 대한 평가를 하기 때문이다. 마우스 하나를 고를 때도 그립감을 따지고, 옷을 살 때도 피부에 닿는 느낌이 싫으면 안 사기 때문이다.  휴대폰을 살 때 여러 가지 기준이 있지만 딱 손에 잡히는 느낌이 중요하기에 직접 가서 고르는 경우가 많다.

코카콜라 병 디자인을 할 때 제일 까다롭게 선정한 기준은 어둠 속에서도 촉감으로만 알 수 있는 병 디자인이었다고 한다. 차별화된 디자인이지만 여체를 모방한 콜라병 디자인은 콜라병을 쥐고 있을 때 손끝으로도 손바닥으로도 감지할 수 있는 촉각을 염두에 둔 디자인이었기에 획기적인 성공 사례로 남았다..


좋은 감촉을 찾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

이왕이면 다홍치마가 아니라 이왕이면 좋은 느낌을 주는 제품에 대한 만족도가 더 높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늦잠을 자거나 유난히 잠자리를 쉽게 떠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포근한 이불을 덮고 자는 날은 꼭 그렇다. 추운 날 따뜻한 감촉의 이불을 덮고 잔 날은 더더욱 그렇다.


너무 좋아 더 있고 싶어.

빨리 일어나는 것은 이렇게 부드럽고 포근한 이불에 대한 예의가 아니야.


좋은 촉감에 대한 자연스러우면서도 무의식적인 추종과 확인 작업이 우리 일상에서 참 많이 나타난다.

촉감! 너 참 수고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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