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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네딸랜드 Nov 17. 2019

옆사람과 부딪치는 것이 싫다고

지하철 빈자리에 누가 옆에 앉는다. 그냥 싫을 때가 있다. 나 혼자 넓게 앉고 싶은데 그러지 못해서가 절대 아니다. 그냥 내 몸이 반응하는 것이다. 저절로 몸이 움츠려진다.


만원 버스에 올라탔지만 자리가 없기에 서서 타고 가는 중이다. 운전사 아저씨가 핸들을 돌릴 때마다 서있는 사람들은 우르르 이리 쏠렸다가 저리 쏠렸다가를 반복한다. 정말 짜증 나는 순간이다. 겉으로는 괜찮은 척 하지만 내 말초신경은 곤두세워져 있는 중이다. 그 쏠림에 무작정 끌려가듯 나도 누군가도 서로 부딪치지 않으려고 애쓴다. 본능적으로 싫은 것이다.


빠른 아이들은 백일이 지나서 그렇지 않은 아가들은 돌이 지나서까지이지만 대개 생후 6개월 전후로 낯가림을 하기 시작한다. 엄마나 아빠가 아닌 모르는 사람이거나 아가에게는 처음 보는 사람이 아무리 이쁘다고 얼러주면서 안아주어도 아가들은 울고 온몸으로 거부의 몸짓을 한다.


아무리 좋은 마음과 의도를 가지고 쓰다듬고 안아주고 손을 잡아 주어도 저절로 몸서리치듯이 몸이 밀쳐내는 때가 있다.

아직 누군가의 호의와 마음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 돼있을 수도 있지만, 편안하고 익숙하고 안정된 자기 세계에 누가 침범하는 것 같다고 위기의식을 몸이 느끼면 절로 방어기제가 형성되는 것이다.

특히 아가에게는 더하다.  


촉각의 신비이다. 좋은 것에 대해서는 한없이 반응하지만 조금이라도 위험하다고 인식하면 절로 몸이 움츠려지는 것이다. 사람마다 다르다. 자신만의 평온, 평형, 평정이 깨지는 것에 대한 근본적인 두려움이다.


몸이 이끄는 대로 가는 것이 맞을 수도 있고 몸과의 반대급부로 나가야 맞는 경우도 있다. 그건 상황에 따라 다르다.



사람마다 체감하는 적정거리가 다르다.

연인끼리 부부끼리는 밀착되어 있어야 좋고 편하다. 엄마와 아가는 늘 가까이 있어야 안정적이지만 다 큰 성인자녀와 나이 든 부모는  서로를 독립된 존재로 인정하고 존중해 줄 수 있는 적정거리가 필요하다. 친구끼리는 막역하게 지내면서도 적절한 우정 공간을 확보하고 유지해야 건강한 관계를 이어갈 수 있다.


내 몸이 절로 반응하는 것은 내가 편안함을 유지하고자 나타나는 현상이다. 편안함이 깨지려고 하면 자신도 모르게 밀쳐낸다. 자기 보호이다. 자기 보호력이 큰 사람에게는 낯선 환경이 공포로 다가오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적정 자극을 주는 신선한 환경이라고 인식한다. 제각기 피부 두께가 다른 이유다. 그건 자신만이 안다. 추위와 더위를 느끼는 온도가 사람마다 다르듯이.


내 의지와 생각과 가치관과 무관하게 촉각은 그야말로 중립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무조건적 반사가 이루어지는 매개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어떠한 가치를 심어놓기가 곤란하다.


자연스러운 본능에 충실하되 그 역학을 잘 이해하면 자신에 대해서 타인에 대해서 너그러워질 수 있다.

 


때때로 그 본능을 거스르는 사람이 있다.


없는 사람이 살기는 겨울보다 여름이 낫다고 하지만, 교도소의 우리들은 없이 살기는 더합니다만, 차라리 겨울을 택합니다. 왜냐하면 여름 징역의  가지 스무 가지 장점을 일시에 무색하게 만드는 결정적인 사실 - 여름 징역은 자기의 바로  사람을 증오하게 한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모로 누워 칼잠을 자야 하는 좁은 잠자리는  사람을 단지 37°C  덩어리로만 느끼게 합니다.
무엇보다도 우리 자신을 불행하게 하는 것은 우리가 미워하는 대상이 이성적으로 옳게 파악되지 못하고 말초 감각에 의하여 그릇되게 파악되고 있다는 , 그리고 그것을 알면서도 증오의 감정과 대상을 바로잡지 못하고 있다는 자기혐오에 있습니다.                                           

  -신영복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中에서-



촉각의 착각이다.

타인은 내가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대상이지만 동시에 증오를 하게 만드는 살덩어리이다. 나를 살리기도 하고 나를 죽이기도 하는 감각이다.


원치 않는 접촉. 위험하고 부정적인 접촉은 피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비록 달갑지 않은 접촉일지라도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본능적으로 작용하는 감각을 초월해서 더 높은 가치를 실현하고자 할 때에는 촉각에게 속삭여야 할 것 같다.

잠깐 눈 감아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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